- 이정현 “지역감정 걸림돌 아닌 디딤돌, 꿩잡는 매 될 것”
- 김부겸 “정치생명 건 마지막 승부수 피나도록 뛰겠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적지에서 ‘나홀로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58년생 개띠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최고위원은 지난해 7.30재보선에서 ‘한번만 쓰고 버려달라’는 읍소전략으로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출신으로 당선됐다. 반면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전 의원은 대구시장에 도전해 새누리당 권영진 현 시장에 아깝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런 두 사람이 오는 총선에 각각 순천·곡성과 대구 수성갑에 재도전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이 최고는 “남다를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면서 “심부름꾼 자세로 일하는 사람이 무슨 당이든 당선되는 것이 선거의 의미”라며 담담하게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역감정은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김 최고의 각오는 남달랐다. 김 최고는 “이번이 삼세판으로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도전”이라면서 “모든 것을 걸고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결연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두 사람은 상대방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도전에 대해 덕담도 아끼질 않았다.

이 최고는 “김부겸 의원이 지역구도를 타파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인정한다”면서 찬사를 보냈고 김 전 의원 역시 “이정현 의원이 남모르게 흘렸을 눈물과 설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국민통합의 봄을 갈망하는 많은 국민들은 제비 한 마리가 물고 온 봄의 씨앗을 소중히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이정현-김부겸 영호남을 상징하는 두 인사와 인터뷰는 지난 9월17일 서면 질문서를 보내어 각각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을 통해 이뤄졌고 두 인사 모두 9월23일 답변서를 보내왔다. 다음은 공통질문에 대한 이 최고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내용이다.

■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 추석은 어떻게 보내시는지 그리고 총선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역 민심은 어떤지
▲ 순천 곡성 지역구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낼 것이다. 시장도 가고 마을회관도 들리고 각종 시설도 들리고 중소기업도 방문하고 마을 잔치에 가서 노래도 하고 주민들과 함께할 생각이다.
솔직히 일반 지역민들은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다. 모든 분야에서 지방 경제가 극도로 어렵다. 우리 정치권만 벌써부터 선거 운운하지 일반인들은 먹고살기에 바쁘지요. 부지런하고 겸손하게 하고 소탈하게 다가가는 국회의원으로 평가 받고 싶다.

- 재보궐 당선될 당시 분위기와 현재 지역구 분위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 지역발전을 위해 예산을 많이 가져오겠다고 했고 저는 그 약속을 어느 정도 지켰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그 점을 인정해주신다. 또 선거 때 했던 심부름꾼이 되겠다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자주 가서 다양하게 접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어르신이 80년 평생 이렇게 주민들을 자주 찾아보고 소탈하게 함께 어울리는 국회의원 처음이라는 평을 들을 때 제일 기쁘다.

- 영남 기반 정당 출신으로 총선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 남다를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열심히 하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 심부름꾼 자세로 겸손히 일하는 사람이 무슨 당이든 당선 되는 것이 선거 의미 아니겠는가? 30여년간 부전승 선거로는 유능한 정치인,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정치인 키워 낼 수 없다. 저는 적어도 우리 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잘 할 자신이 있고 그래서 당당하게 다시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연속 선택할 것이라 보는가.
▲ 순천 곡성 분들이 지역감정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유권자를 두려워하고 유권자를 하늘같이 모시는 정치인의 품성이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다. 호남은 지역발전이 필요하고 저는 지역발전을 위해 일해왔고 호남은 인재를 키우고 싶어한다. 저는 정치 분야에서 호남인으로서 중앙 무대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자신이 있다. 지역감정은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로 삼을 것이다.    

- 대구에서 혈투를 벌이는 김부겸 전 의원과 비교된다. 한 말씀 해주신다면.
▲ 김부겸 의원이 지역구도를 타파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조직인이다.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 하는 것과 선거와 관련 언급은 별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몇 점을 주시겠는가.
▲ 대통령에 대한 점수는 국민이 매길 것이다. 그리고 점수는 퇴임식 할 때쯤 나오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정권들이 폭탄 돌리기 식으로 미뤄 온 사안들을 과감하게 그리고 사심 없이 추진하는 부분은 반드시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본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들이 결실로 이어지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지 않겠는가?

■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

- 추석은 어떻게 보내시는지 그리고 총선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역 민심은 어떤지.
▲ 가족들이 아버님 댁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멀지 않은 곳 수성구 고산동에 아버님이 사신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골목 상가들을 둘러봤다. 명절 대목인데 시민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역 체감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구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특히 20대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이 가속화되는 것도 지역분들의 큰 걱정거리다. 지금 지역분들은 최근 대구의 정치 상황에 대해 내부 혼란에 빠지지 않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분들은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계신다. 그러면서도 최근 여당 내의 갈등상황, 특히 박 대통령이 현재의 대구 정치권을 강하게 불신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 대구 출마가 세 번째다. 이번 대구출마에 대해 지역민 민심을 어떻게 체감하는지.
▲ ‘대구도 인자 함 바까야 안 되나! 대구에 야당 정치인 한두 명쯤은 있어도 된다.’고 많이 얘기하신다. 거기다 작년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후 대구에서도 이제는 지역주의를 좀 넘어보자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 특히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상대방 후보로 나서면서 지역 분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고, 벌써 가열된 느낌도 있다. 대구분들은 김 지사와 저, 두 사람 모두를 대구경북이 키우고, 지켜야 할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 생각하신다. 그래서 결과에 따라 둘 중 한 사람이 정치를 그만두게 될 지도 모르는 이런 가혹한 상황,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곤혹스러워 하신다. 개인적으로 저도 그렇다.

- 호남 기반 정당 출신으로 총선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 정당을 떠나서 이번 도전은 대구시민들의 명령이자 저의 숙명이다. 이번이 삼세판, 마지막 선거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걸고, 죽을힘을 다하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과 지역 분들에 대한 저의 도리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고, 무릎이 닳도록 돌아다닐 각오를 하고 있다.

- 지역감정에 막혀 영남에서 야당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어떻게 보는지.
▲ 그렇다. 한국사회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는 여전히 강고하다. 또 지역감정에 의존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그 정치적 열매를 따먹는 지역주의 의존세력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대구분들이 지난 수십 년간 5명이나 대통령을 배출하고, 한 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는데, 돌아온 현실은 지역내총생산(GRDP) 20년째 꼴찌, 지속적 경기 침체와 지역 사회의 정체,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20대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 가속화다. 대구와 광주, 지방은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왔다. 이제 어느 한 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제가 야당을 설득하고, 지역의 변화를 위해 협력할 것은 먼저 협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 여당이 주저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합리적인 대구시민들이 지역의 침체를 가져온 지역주의보다는 변화와 발전을 불러일으킬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선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호남에서 혈투를 벌이는 이정현 전 의원과 비교된다.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이정현 의원이 남모르게 흘렸을 눈물이며, 북받쳤을 설움이 얼마나 많았겠나?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의 봄을 갈망하는 많은 국민들은 제비 한 마리가 물고 온 봄의 씨앗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의원이 봄의 씨앗을 잘 가꾸기를 바라며, 험난한 길일지라도 지치지 말고 계속 뚜벅뚜벅 앞으로 나가길 기원한다. 그리고 올해 말경에 88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 개통된다. 이를 계기로 영호남이 소통과 화합의 길을 활짝 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몇 점을 주시겠는가.
▲ 최근 8.25 남북 합의와 군사적 긴장 완화,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중국 외교의 성과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 전반기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국민들은 ‘실망스러운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정부를 불신했고, 성완종 게이트, 비선실세 논란, 당청갈등 등 권력 내부의 부정부패와 권력다툼에 실망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국민들께서 애정을 갖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대했다. 이런 민심을 반영해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는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국민 소통 정치에 나서 주실 것을 호소한다.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