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사기사건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화려한 입담, 다양한 제품. 많은 양의 제품으로 구성된 기획세트가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한다. 기획세트는 홈쇼핑의 이점 중 하나로 군림해왔다. 케이블 채널을 설치한 가구 수의 증가, 홈쇼핑 업체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은 홈쇼핑 업계에 활력을 일으켰다. TV 채널을 무심코 전환하면 눈에 띄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홈쇼핑에 노출되는 빈도가 과거보다 증가했다.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많은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등 홈쇼핑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모 홈쇼핑 업체에선 고객의 사기사건이 발각됐다. [일요서울]이 그 전모를 살펴봤다.


제품배송을 둘러싸고 사건 끊이지 않아
제도적 허점 이용한 범죄…업체 쉬쉬하기도


지난 6월 모 홈쇼핑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단속망에 걸렸다. 24일 공정위는 “정품보다 용량이 적고 가격도 책정되지 않은 화장품 샘플을 정품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유인한 이 홈쇼핑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800만 원을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홈쇼핑은 지난해 11월 방송을 통해 4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정품을 두 세트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가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제품은 정량이 소량이었던 샘플이었다. 이 업체는 샘플 용량의 시각적 이미지를 정품보다 크게 만들어 시청자에게 제시했고, 이에 속은 일부 시청자들이 제품을 구매했다. 실제 소비자에게 제공된 제품은 정품 대비 용량이 12~1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은 불완전판매의 형태 중 하나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물건을 거래한다. 상품과 거래에 상호 신뢰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 많아

올 9월 모 홈쇼핑 기업이 발칵 뒤집혔다. 해당 홈쇼핑에서 한 업체가 고가의 시계를 판매했는데, 이를 구매한 A고객이 ‘주문한 시계 두 개 중 한 제품이 오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두 개 중 한 제품만 받았다는 진술은 택배사의 배송 실수가 아님을 의미한 것이었다. 판매 업체의 고의 누락이나 홈쇼핑 측의 실수라고 판명될 경우, 기업이 받는 손실은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계를 판매한 업체는 물론, 해당 홈쇼핑 기업은 사라진 시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조사 결과는 황당했다. 사라진 하나의 시계는 A 고객이 몰래 숨겼기 때문이다. A씨는 시계를 감추고 같은 제품을 더 받아볼 요량이었다. 이 수법으로 제품 금액만큼 돈을 챙길 생각이었던 셈이다. 제품 판매 업체와 홈쇼핑 측은 고객의 정보 등 이력을 조사했고, A씨가 과거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제품을 이중 지급 받은 것을 알아냈다. A씨는 수 차례에 걸쳐 ‘주문한 제품 중 일부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품을 추가로 수령했거나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업체 측으로부터 챙겼다.


이번 사건에서 그간의 행적이 드러난 이유는 A씨가 저지른 치명적 실수 때문이었다. 수차례에 걸쳐 판매 업체에 항의를 했던 A씨. 조사 결과 그가 제품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의 했던 업체가 공교롭게도 동일한 업체였던 것이다. 즉 그간 A씨가 제품과 현금을 받아낸 업체가 모두 동일한 업체로, 해당 업체는 이 고객의 정보를 다 알고 있었던 것. 이 업체는 시계 등 다양한 제품을 해당 홈쇼핑에서 판매했고, A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홈쇼핑 측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은 불과 1~2주 전에 벌어졌는데, 사건 당시 홈쇼핑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며 “그 고객이 같은 업체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는데 이는 특이케이스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쇼핑 내에서 고객이 업체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사실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홈쇼핑 상담원이 고객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 사건도 있다. 홈쇼핑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등록된 개인 정보로 적립금이 쌓인다. 이 적립금이 화근이었다. 몇 년 전, 모 홈쇼핑에 근무하는 상담원 B씨는 한 고객의 적립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적립금이 포인트 형식으로 쌓이는데, 일부 고객은 이를 모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간파한 B씨는 한 고객의 적립금을 빼돌렸고, 한참 뒤에야 이 사실이 들통났다. 해당 홈쇼핑에서 근무했던 익명의 관계자는 “상담원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드물긴 하다”며 “하지만 제도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미비한 제도 개선해야

이번 사건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내부 관계자는 “홈쇼핑은 불완전판매, 즉 고객과 일대일로 제품을 판매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사건도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워낙 내부적으로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업체나 홈쇼핑 측에서도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알려지는 걸 당연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A고객의 횡포는 심각한 블랙컨슈머의 유형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사례다.


이번 국감에서도 불완전판매 등 보험업, 홈쇼핑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비대면 채널, 즉 홈쇼핑을 통한 보험 불완전판매는 연간 약 4만 건에 이른다. 이 중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3위다.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제도적 허점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제도 상 부족한 부분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홈쇼핑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실로 다양한데,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이를 홈쇼핑 차원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홈쇼핑과 업체, 소비자와 상담원 등 좀 더 다양한 관계에 있는 주체들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도상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소비자들이 좀 더 불편함 없이 홈쇼핑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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