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덩어리 ‘귀뚜라미’로 미래 식량난 해결 확신”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2013년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로, 국내에서 93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돌파한 영화다. 기상이변으로 꽁꽁 얼어버린 지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인류의 마지막 생존 수단인 설국열차를 타고 17년째 궤도를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하는 내용이다. 초특급으로 호화로운 상류층의 앞쪽 칸과는 대조적으로 굶주림에 지친 빈민굴의 뒤쪽 칸. 바로 여기에 많은 관객들이 놀랄 정도로 징그럽다고 하는 단백질 블록이 나온다. 이것이 곤충으로 만든 에너지 바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으로 바퀴벌레 영양바를 영화에서 보고 나서 기겁을 하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아니, 이미 선진국에서는 제품화되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가 모르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다른 영화로는 항성 간의 여행을 뜻하는 2014년에 상영된 ‘인터스텔라’가 있다. 실제 ‘인터스텔라’라는 용어는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인 캘택의 천체물리학자 킵손 교수의 논문 에서 비롯되었다. 이 영화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지금까지 인류는 기후 변화에 적절히 대응치 못하였고, 그 결과 지구는 병들어 인류가 먹고 마실 수 있는 물과 식량이 부족해져서 인류 멸망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대부분이 디스토피아(가공의 이상향 dystopia)이듯 두 영화 모두 기후 변화에 인류가 대응하지 못해 초래된 비극의 한 지점을 다뤘다. 극한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이상 기후와 식량난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식단 혁명’을 주장하며 영양소의 공급원을 곤충에서 찾는 이삼구 박사(51)를 만나 보았다.


키우기 쉽고 식용 제격

전북 완주에서 벤처기업 ‘239’를 운영하는 이삼구 박사는 식용이 가능한 많은 곤충 가운데 귀뚜라미에 주목했다. 귀뚜라미가 영양 성분이 우수하면서 키우기 쉽고 식용으로 거부감도 적다는 것이다. 닭과 물고기 사료 등 쓰임새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그가 귀뚜라미 사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2년 유엔 산하 국제표준화기구(ISO) 식량증산 농용방제분과 한국대표로 활동하던 중 우연히 유엔 식량보고서를 접한 뒤였다. “선진국에서는 대가뭄 등 기상이변에 대비해 미래식량 대안으로 곤충 식용화에 이미 들어섰다는 보고서를 보고는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용곤충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판매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네덜란드 하렘, 영국 런던, 싱가포르 비보시티 등 19개 도시에서 곤충을 파는 식당이 운영 중이다.

이, 갈색거저리(밀웜) 흰점박이 꽃무지 등이 꼽혔다. 그러나 밀기울(밀에서 가루를 빼고 남은 찌꺼기)이 먹이인 갈색거저리를 대량사육하기 위해서는 밀을 수입해야 하고, 썩은 참나무를 먹는 굼벵이를 대량사육하려면 삼림 훼손이 우려됐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귀뚜라미가 국내에서 가장 쉽게 사육할 수 있고 전망이 좋은 곤충으로 판단됐다.

귀뚜라미는 영양 덩어리였다. 단백질이 쇠고기보다 훨씬 많았고 오메가-3 등도 풍부했다. 키우기도 쉬워 좁은 장소에서 대량 사육이 가능하고 번식도 어렵지 않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1년에 4, 5회 산란하는 귀뚜라미가 10여 차례 번식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찾아냈다. 귀뚜라미는 풀과 야채를 잘 먹고 음식쓰레기를 먹어 치워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다. 그는 곤충대량사육시스템과 대량부화, 음식물처리 등에 관한 1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거나 출원해 놓고 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곤충을 먹는다는 거부감을 줄이는 게 과제다. 국내에서는 누에와 번데기, 동충 하초 정도만 식용으로 이용될 뿐 나머지 곤충은 여전히 혐오 식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음식 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거부감 극복이 중요

정부도 곤충산업 지원법률을 제정하고 곤충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곤충의 식량화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 단계다. 현재 귀뚜라미는 식품 원료로 등록돼 있지 않아 시중에서 식품 원료로 판매할 수 없고 상용화가 어렵다. 일부에서 귀뚜라미를 사육하고 있지만 대부분 어류 사료나 낚시 미끼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귀뚜라미는 단백질 양이 일반 가축보다 훨씬 더 많은 차세대 고급 먹거리로 대량 사육을 하면서도 단위 무게 당 암모니아와 온실 가스 배출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삼구박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귀뚜라미가 식품원료로 등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귀뚜라미를 식용뿐 아니라 사료용, 건강식품, 의약품 원료 추출 등에 폭 넓게 사용할 꿈을 꾸고 있다.

이 박사는 최근 전주와 서울, 완주 와일드 푸드 축제 등 8곳에서 귀뚜라미를 이용한 음식 시식회를 열었다. 시식회에는 귀뚜라미를 이용해 만든 월병, 비스킷, 쿠키, 스낵바, 샌드위치, 버거, 스테이크, 조미료, 영양바가 등장했다. 형체를 그대로 살려 만든 것도 있고 말린 가루를 사용한 요리도 있었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지만 먹어 보니 식감이 괜찮다”는 것이었다. 서양에서는 귀뚜라미를 하늘새우나 땅새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맛과 영양이 새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식회에 나온 볶은 귀뚜라미는 말린 새우와 맛이 비슷했고 가루는 고소한 들깨가루와 유사했다.

이 박사는 미래에 대해 “물, 식량, 에너지는 인류가 미래를 위해 대비하여야 할 가장 당면한 문제”라고 진단하며, “특히 물과 식량 부족으로 전 세계 도처에서 식량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류의 미래는 물과 식량부족

실제로 UN은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97억 명이 될 것이며 식량은 현재의 두 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곡창지대가 황폐화되는 ‘대가뭄으로 인해 25억 명 이상이 극심한 기아선상에 놓여 귀뚜라미 식량 연구야 말로 인류의 마지막 생존권이라고 전망했다.

이 박사는 1천 개의 공장동을 목표로 국내에는10여개의 공장동이 운영중에 있고 해외에는 먼저 독일의 브레멘에서 처음으로 공장동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그는 “세계에서 이미 종자전쟁과 식량전쟁의 서막을 올리고 있다는 증거가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식탁이 차고 넘치게 풍성하다고 해서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귀뚜라미가 혐오스럽게 인식되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식량자 주권을 확보하고 세계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로 접근했다”며 “미래 인류식량이라고 하는 식용곤충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 한다”고 말한다.


※이삼구 박사는…

미래식량 귀뚜라미 대량생산 벤처기업 ‘239’의 이삼구 박사는 전북 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전북대를 졸업했다.
전북대 연구교수 시절 연구논문 SCI급 20편 및 국제학술활동 논문 외 편수 기록했으며 세계 3대 인명사전 Marquis Who's Who, ABI 및 IBC 등에 등재됐다.
대형인공무지개(주간) 특허등록과 세계 최초 대형인공무지개(야간) PCT 국제특허출원 중에 있다.
2012~2014년 UN ISO(163회원국) TC23/SC6 16개 분과 대한민국 대표로 활동하며 UN ISO TC23/SC6 2016년 총회 대한민국 최초로 유치했다.
6발 달린 곤충 대량사육시스템 특허출원과 귀뚜라미 대량 산란·부화기구 실용신안 출원, 귀뚜라미 대량포집기구 실용신안 출원, 미래식량 귀뚜라미 관련 상표출원 9건, 미래식량 귀뚜라미 관련 서비스표출원 2건, 귀뚜라미 유효성분 증진을 위한 사육방법 특허출원, 고급사육 귀뚜라미를 이용한 사료개발 특허출원 2건 등이 있다.
이 박사는 귀뚜라미와는 별도로 7년째 해오고 있는 미등록 사망 국가유공자 명예회복을 위한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에 애정을 쏟고 있다.
이 박사 선친이 미등록 국가유공자였으나 8년 동안 매달린 끝에 대전 현충원에 안장시킨 경험을 살려 다른 유가족들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도움으로 명예회복을 한 국가유공자는 20여명에 달하며 현재도 2명의 유가족을 돕고 있다.

chanho2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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