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인천상륙작전 65돌 기념행사를 34개 시민단체가 “죽음의 전쟁 즐기는 몰상식 축제”라고 매도했다고 한다. 이 단체들을 언론은 진보단체로 지칭했다. 이날 인천 자유공원과 월미도 일대에서는 맥아더장군 동상 헌화, 호국 보훈 퍼레이드, 인천상륙작전 재연 등 다양한 승전기념 행사가 있었다.

특히 월미도에서 가진 해군 함정과 한·미 해병대, 시민, 유엔 참전국 거주민 등 3500여 명이 참석했던 상륙작전 재연 행사는 더욱 장관을 나타냈다. 이를 교직원노동조합, 민변, 환경단체 등 34개 단체가 성명을 내고 “죽음의 전쟁을 즐기는 몰상식한 행동”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 단체들은 패색 짙은 6.25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한 이 작전이 몹시도 못마땅했던 것 같다.

언론이 ‘진보단체’로 칭한 이들이 과연 진보인가. 사회학 사전에는 진보(progress)를 바람직한 목표를 향한 운동,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발전이나 전진을 말한다고 돼있다. 사회발전은 과학적, 기술적 지식의 향상, 경제적 생산력의 증가, 사회조직의 복합성의 증대 등을 가져온다고 했다.

마르크스(Marx)는 진보가 생산력의 발달에 달려있으며 혁명적인 투쟁 후에는 생산력의 발전은 사적인 축적보다는 인간의 욕구 만족을 위해 사용된다고 보았다. 또한 선진 자본주의·산업사회의 특징은 특히 새로운 기술과 관련하여 급속한 기술의 진보를 들고 있다. 이처럼 진보에 관한 사회학적 개념은 긍정적이다. 사전에는 물론 이와 다른 강한 비관론도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럼 좌익(左翼)은 어떤 개념인가. 그 생성은 1792년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프랑스 국민의회에서 급진 개혁파인 ‘자코뱅 당’이 의장석에서 봐서 의장의 왼쪽에 자리 잡고, 보수파인 ‘지롱드 당’이 의장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던 데서 좌익과 우익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이로부터 급진적 체제 개혁을 내세우는 과격한 정치세력을 ‘좌익’이라고 하고, 체제 수호를 내세우는 세력을 ‘우익’으로 부르게 됐다. 그러니까 급진주의적, 사회주의적,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적 경향 모두를 좌익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급격한 사회변화를 추구하며 폭력 사용을 불사하고 기존의 권위나 전통을 부정하는 우리의 피 흘린 역사가 광복 후 6.25 전쟁에 이르도록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럼 1953년 7월 휴전협정 후 62년 지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역사는 어떠한가. 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시가 정부의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계획에는 난색을 표하면서 정작 불법인 세월호 천막 철거를 외면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가건물 형태로 바꿔 1년 넘게 시민 불편을 준 세월호 천막은 모른체 하면서 태극기 게양에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역사가 다시 만들어지는 작금의 현실이다.

그것도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6년 8월 15일까지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세우려는 계획에 시민 불편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열린광장심의위는 2012년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를 진보성향 때문이라면 소가 웃을 노릇이다. 누가 이 땅에 옳은 진보세력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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