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박모 장로 자살사건’ 미스터리

▲ <뉴시스>

수백억 헌금 비자금화 의혹 제기에 교회 측 고소고발로 대응 왜?
일부 신도들 “교회자금 투명화 요구에 법적 대응 이해할 수 없다”

[일요서울 | 특별취재팀] 지난해 6월 한 유명교회의 수석장로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정부가 종교계에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갑논을박이 치열한 가운데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과 소문이 무성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교회가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점과 사유화논란이 적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고인이 된 수석장로가 ‘비자금’ 관리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이 사건은 교회의 비자금 관련 의혹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낳았다. 그동안 이 교회 안팎에서는 교회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비자금으로 세탁돼 교회목사 개인재산으로 축적되고 있다는 의혹 제기가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종교과세법안을 집중검토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몇몇 대형 교회들이 자금용처 조사 필요 대상으로 거론됐다. 사건의 교회도 그 대형교회들 중 하나로 현재 교회재산이 얼마나 되는가에 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교회는 의혹을 제기한 신도들과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교회 측은 이 신도들이 교회의 목사를 음해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도들은 본 교회 목사가 신도들의 헌금을 착복하고 교회재산을 사유화하고 있으며 각종 비리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사법부는 교회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형태다. 하지만 의혹제기에 대한 법리적판단과는 별도로 교회비리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십수만 명에 이르는 신도들을 내세운 교회의 힘 앞에 사법부도 무력했다”는 한탄이 커지는 실정이다.
 

수석장로 자살사건으로 각종 구설에 휘말리고 최근 법정 다툼까지 벌인 문제의 교회는 바로 서울 명일동 소재의 명성교회다. 또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김삼환 목사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당사자다.

명성교회 박모 수석장로는 지난해 6월 14일 오후 교회 근처 한 아파트단지에서 스스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명성교회 뿐만 아니라 교계는 크게 술렁였다. 그리고 박 장로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과 루머가 난무했다.

박 장로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련, 교회 안팎에서는 그가 20년 가까이 교회 재정을 담당해온 점 등을 들어 ‘비자금 관련설’ 때문이라는 의혹이 컷다. 더구나 명성교회 측은 박 장로의 죽음을 사건 직후 인지하고도 바로 알리지 않고 다음날 저녁에 알렸다. 일부 신도들은 교회 측이 박 장로의 죽음을 왜 바로 알리지 않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일련의 교회 측 행동이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교인들 의심 눈초리 여전

박 장로 자살사건을 조사한 경찰에 따르면 박 장로의 시신은 순찰을 돌던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아파트 뒤편 잔디밭에서 발견됐다. 최초 발견해 신고한 이는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로 그는 “OOO동 경비원이 순찰도중 박 장로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박 장로는 숨진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고 길 건너편 다른 아파트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경찰은 당시 사건에 대해 박 장로가 교회문제 등으로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장로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며 “자살 전 이 아파트에 사는 장모에게 안부 인사를 전한 점, 박 장로의 양복 주머니에서 유서가 나온 점 등이 그 근거다. 필적감정 결과도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장로가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자 자살 배경을 두고 교인들 사이에서 의혹과 추측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특히 일부 신도들은 “박 장로가 교회에서 별도로 적립해온 자금을 20년 가까이 관리해왔다”며 박 장로가 남겼다는 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 장로의 자살이 교회 자금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명성교회 비리 의혹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한 교인은 “박 장로는 800억 원 가량의 적립금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분이 문제의 적립금과 관련된 재정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것은 여러 정황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장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장로들에 의해 “불투명하게 재정을 관리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부 신도들이 가장 의심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박 장로가 남겼다는 유서다. 경찰에 따르면 박 장로는 유족과 담임목사, 재정 장로들 앞으로 3장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유서에 대해 “유서에는 교회 문제로 오해받고 있고 결백하다, 죽음으로 대신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명성교회 측은 교인들에게 박 장로의 죽음이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자살인 것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신도들로부터 큰 비난을 샀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명성교회가 교인들에게 박 장로의 사망원인을 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명성교회 측이 박 장로의 죽음을 바로 알리지 않았고 사인을 은폐했다는 것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라며 “더구나 박 장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명성교회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에 이런 명성교회의 대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장로의 석연치 않은 죽음 이후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와 관련된 재판이 주목을 끌었다.

지난 8월 26일 서울 동부지원에서는 김 목사 측과 모 언론사와의 2차 공판이 있었다. 이는 박 장로의 자살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보도에 대해 김 목사 측이 제기한 소송사건이다. 해당 언론사는 명성교회 김 목사의 총애를 받는 박 장로가 김 목사의 지시를 받아서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금전사고로 인하여 의문의 자살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적 있다.

교회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김 목사가 교회 자금 관리에 의심을 품고 어느날 박 장로에게 관리하던 돈과 장부를 가져오라 했다. 이에 박 장로는 장부를 곧바로 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김 목사와 만나기로 한 날 “죽음으로 사죄하며 횡령은 없었다” 라는 유서 3통을 남기고 스스로 명을 끊었다는 것이다.

장부 실체 둘러싼 의혹들

박 장로가 남긴 유서 3장의 정확한 내용은 현재 가족 외에는 아는 이들이 없다는 게 명성교회의 공식입장이다. 신도들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배경을 두고 “부적절한 헌금관리의 비밀이 있기 때문 아니냐”며 당연히 의혹을 제기했다.

교회 자금을 관리하던 장로가 돈 문제로 자살한 것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교계 일각에서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교회의 집사인 A씨는 박 장로 사건이 발생하자 김 목사의 수상한 자금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김 목사의 대응은 의문에 기름을 부었다. 김 목사는 일부 언론이 의문을 제기한 직후 측근 목사, 장로들을 내세워 법적 대응에 나섰다. 교회 주변에서는 “김 목사가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무조건 소송으로 입막음하고 있다”고 김 목사 측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이 공판에서 교회 관계자는 김 목사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문을 대체로 부인했다.

검사가 이 관계자에게 김 목사의 해외 부동산 구입여부에 대해 묻자 “해외에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또 검사가 “박 장로 사인에 대하여 교인들에게 심장마비라고 알렸나”고 묻자 이 관계자는 “교인들에게 알린 것은 주일날 저녁예배이고 토요일에 선임 장로들이 모여서 장례절차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요구로 사인을 자살이 아닌 심장마비로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검사는 “명성교회가 매년 3월과 9월에 특별 새벽기도회에서 모인 헌금의 사용처를 신도들에게 알리는 가”라고도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매년 봄 3월과 가을 9월에 주제를 정하여 지금도 하고 있으며 내역을 다 알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진술들 중 일부는 사실과 큰 차이가 난다고 다수 교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캄보디아에 있는 부동산 2건(한화 수십억 상당)은 김 목사와 막역한 김병교 선교사 명의로 등재되어 있다. 교회 돈으로 구입했을 당시 용도도 없이 부동산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현지 정보만 믿고 해당 부동산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의 사위인 이필산 목사가 청운교회로 부임한 과정도 비판을 사고 있다. 청운교회는 이미 후임 목사공모가 끝나고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일만 남은 상황에 명성교회의 막강한 후광을 입고 전격적으로 이필산 목사가 자리를 꿰찬 것이다. 청운교회를 은퇴한 정영환 목사는 지금까지 명성교회에 출석하고 있고 당시 청운교회의 장로이자 당회원인 서희건설 회장은 명성교회의 새 성전 건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목사가 대표적인 비자금 세탁소인 건설사를 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면서 이와 관련된 말들도 무성하다.

공교롭게도 당시 청운교회 건축시 서희건설에 대한 미지급 30억이 있었는데 이를 해주는 조건으로 사위목사를 받았다는 말까지 파다하다. 장로들 사이에 오가는 말이기도하다. 또 이 교회 장로인 서희건설 회장은 현재 명성교회가 운영하는 C-Channel이라는 인터넷 방송을 건립하여 명성 측에 매도하기도 하였다.

서희건설은 김 목사를 통하여 전국의 대형교회들의 건축시공을 수주하였는데 장충단 교회, 포항동부 교회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회들은 공사 처음 제시된 금액보다 증가되었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매년 새벽기도회는 명성교회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다. 하지만 한 번도 새벽기도회가 끝난 후 주보에 헌금내역이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교인들에 따르면 이 헌금은 “헌금을 내는 사람들조차 그 내역을 절대 알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 작년 가을 기도회가 끝난 후 다른 교회를 도왔다는 식으로 소극적 내역공개를 하고 나섰지만 금액은 밝힌 바 없다. 최근까지도 교회 측은 한 번도 자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보고한 적 없다.

이에 일부에서는 “바로 이런 특별헌금이 김 목사가 마음대로 쓰는 비자금”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명성교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장로 사후 정리한 돈이 800억 원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금액은 1000억이 될 것이라는 말이 교회 안팎에서 정설처럼 돼있다. 얼마 전 공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박이 있었다.

실제로 명성교회 측은 최근 교회 내부 회의에서 박 장로가 관리한 적립금은 약 800억 원 가량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이 액수는 박 장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미공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 측은 “이 자금은 비자금이 아니라 교회에서 공개적으로 적립한 돈이라며, 각 부서에서 결산할 때 10%씩 적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교회 측은 800억 원의 적립금은 지출할 때마다 당회의 합법적 결의를 거쳤으며,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부지 매입을 위해 240억 원을 지출하는 등 그 동안 안동성소병원과 에티오피아 명성병원 건축, 각종 장학사업과 선교사업 등에 정상적으로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재정장부 공개 요구에는 응하지 않아 별도로 조성된 적립금 800억 원의 정확한 사용처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 검찰조사에서 한 교회 관계자는 “이 돈은 김 목사가 은퇴 후 통일선교와 해외선교비로 쓰려고 했다고 한 바 있어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 이 돈은 교회의 공식재정에 교인들 모르게 이월된 자금으로 김 목사와 몇 명의 장로들이 이 자금을 따로 관리했다는 것도 인정했다. 매년 교회재정을 보고하는 공동의회나 제직회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 돈은 김 목사와 과거 재정부를 맡은 소수의 측근 당회원들만 아는 비자금인 것을 인정한 셈이다.

장로교회의 법에는 당회는 부동산의 관리 헌금의 수집, 세례와 성찬 직원의 선출 등에 한정되어 있고 재정의 지출은 반드시 제직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는 이런 절차를 지키고 있지만 명성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편 끝>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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