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6개 총판·대리점 401곳…피해금액만 8100억 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기 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주지방법원 형사4단독(송호철 판사)은 의료 및 운동기기의 역렌탈사업 고수익을 미끼로 다단계 회사를 차리고 8100억 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다단계 업체 회장 남모(55)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일요서울]은 남 씨가 벌인 충격적인 사기 행각을 재구성해봤다.

미끼는 높은 수익률, 피해 인원도 수천 명 달해 
조희팔 미스테리 여전…또 다른 범죄도 우려

남 씨와 그의 동료인 김모(58세)씨 등이 사기를 친 방법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의료 및 운동기기 역렌탈 사업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해 다단계 회사를 차리고 8100억 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이다.

남씨 등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2013년 6월부터 2년 동안이다. 이들은 경기도 과천에 한 다단계 회사를 설립한 뒤 “고가의 운동기기를 구입해 위탁관리시키면 구매금액의 80~90%를 수익금으로 받고, 기간 만료 후 해당 기기를 구매 금액의 40~50%에 환매해 주겠다”는 거짓말로 투자자들을 모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후 이들은 전국에 86개의 총판과 대리점 401개를 설립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해 모두 6만8688차례에 걸쳐 투자금 8192억여 원을 받아 챙겼다. 이 때 업주를 포함한 피해자 수는 모두 합쳐 1만여 명에 육박했다.

또 조사결과 이들은 5단계의 직급체계를 만들어 다단계 판매조직을 구성, 판매원들로 하여금 운동기기를 구입해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는 후순위 회원들의 투자금으로 선순위 회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형식의 운영 방법이 드러났다.

앞서 이들이 회사에 위탁한 운동기기를 산하 대리점에 비치하고 사용료를 받아 약정한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약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범행 2년 만에 검거된 이들은 징역 12년 형을 선고 받았다. 범죄의 주체인 남씨가 12년 형, 또 범행에 가담한 업체 임원 김모(58)씨 등 5명이 징역 4∼6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이 운영한 회사들 역시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 남 씨는 다른 공범들과 공모해 실제로는 고수익을 지급하지 못하는데도 마치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수익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편취했다”면서 “피해자가 다수이며 피해 금액도 다액인 점, 상당수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워지지 않는 흑역사

한편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닌,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수법을 모방해낸 사건이라 충격이 더욱 컸다. 조희팔 사기 사건은 범행이 드러난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고, 그 파문 역시 이어지고 있다.

조희팔 사기 사건이란 2004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조희팔 씨가 전국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투자자 3만 여 명을 속여 돈 4조 원을 가로챘던 사건이다. 이 때 조 씨가 투자자들을 홀린 것은 ‘의료기기 대여업 30∼40% 고수익 보장’이라는 속임수였다.

또 당시 그는 회원이 가입하면 돈을 받아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 수배 중에 중국으로 밀항한 뒤 가명을 쓰고 조선족으로 신분을 완전히 위조해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희팔 사건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012년 “조희팔 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며, 같은 달 국내로 유골이 화장되어 이송된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해 일단락 된 바 있다.

다만 조희팔이라는 이름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 고·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 비호세력 문제가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급)는 조희팔씨의 측근 등으로부터 내사·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 4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조희팔이 수사 무마 청탁금 15억여 원을 건넸던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54·구속) 전 서기관 사례를 들어 “검찰 수사관이 장기간 터무니없는 행각을 벌였는데도 내부 감찰에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희팔이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 역시 끊이지 않는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사건 수사의 최우선 순위는 조씨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렬 대구지검장은 조희팔의 생존 가능성과 관련 “공식 확인된 상황은 아니지만, 조씨가 살아 있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고 있다”며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를 내렸고 중국 공안 당국에 수시로 질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답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조희팔 사기 사건 피해자들 역시 그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위장 사망을 꾸민 것으로 의심한다.

결국 조희팔 사기 사건이 남긴 것은 최악의 모방범죄와 각종 논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다. 앞으로 또 다른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조희팔이라는 흑역사를 지워내기 위해선 조사당국의 보다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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