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항복이냐? 靑에 반기냐?

항복론…유승민 사태, 오픈프라이머리 무산 등 타협점 찾는 행보
반기론…전략공천 배제 프레임 구축, 대권 불출마 카드 만지작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인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의 치열한 교전 끝에 잠시 휴전에 돌입했다. 교전 대신 ‘내년 총선 공천제도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5일 발족하기로 했다. 논란이 될수록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이유에서 휴전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밑바닥 기류는 여전히 흉흉하다. 그 중심엔 ‘공천권’이 걸려 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친박계의 요구사항인 ‘전략공천’에 대해 ‘불가론’을 끝까지 주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눈에 띈다. 이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에 2라운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반대로 김 대표가 청와대와 친박계의 요구사항인 ‘전략공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보여줬던 김 대표의 행보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김 대표가 청와대에 반기를 들지, 아니면 항복할지 여부에 “알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항복할까. 반기를 들까. 새누리당 내에서는 요즘 “김무성 대표의 선택만 남았다”는 말이 떠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란으로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의 ‘진실공방전’까지 번지다가 다시 ‘휴전’으로 돌아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일 청와대와 김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날 ‘내년 총선 공천제도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것으로 합의해 사실상 ‘휴전’상태다. 이 와중에 김 대표가 ‘항복할지, 반기를 들지’를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말이 들린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내세웠고, 청와대와 친박계가 반발하는 대목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오버랩된다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여권 중진 의원실 한 인사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김무성 선택만 남았다
예측 불가, ‘공천’싸움

“지금까지는 저강도 전쟁을 벌였다. 김 대표 측에서는 ‘전략공천 불가 프레임’으로 청와대와 맞서는 형국이다. 반면 타협점을 찾게 되면 사실상 항복한 꼴이 된다. 이 때문에 권력의 정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천권을 두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의 싸움만 남았다. 그 동안의 행보를 보았을 때는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겠고, 이번에 제대로 칼을 빼든 만큼 치열한 전투를 벌일 것이라는 의견이 반반이다. 결론적으로 김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결국 당내에서도 ‘항복이냐’, ‘반기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항복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동안 김 대표가 보여줬던 행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2년차 말기에 터진 ‘개헌 봇물론’이 김 대표의 고의였든 아니든 촉발됐지만, 김 대표는 당·청 갈등을 고려해 “대통령께 예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또 김 대표는 ‘유승민 거취’ 정국 초반에 중재자 역할을 지켰다. 하지만 그는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며 유 전 원내대표의 명예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오락가락’, ‘어정쩡’한 행보를 보여줬다. 이번에도 오픈프라이머리가 무산되면서 국민공천제를 내세웠지만 청와대와 친박 간의 타협점 차원에서 ‘내년 총선 공천제도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등 청와대 요구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심사를 거쳐 단수 또는 압축된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규정으로 컷오프를,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경우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전략공천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김 대표가 청와대와 친박계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고, 반기를 들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휴전을 선언하면서도 ‘전략공천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 발 TK물갈이설’ 등 청와대 인사들이 TK지역에 출마하면서 이들에 대한 공천을 보장받으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향후 청와대에 큰 부담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

“청와대가 ‘안심번호 5대 불가론’을 내세우며 김 대표에게 대항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자만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난 이상 부정적 여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대표가 반기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김 대표는 사위 마약사건, 선친의 친일논란 등으로 입지가 줄어들었고, 국민적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버릴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의원들에게 청와대에 반기를 들 것이라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비박 잠룡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김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국민 유권자 100만명 투표 등록 대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헤럴드경제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지하는 의원들의 뜻을 끝가지 지켜내겠다. 돌을 맞아도 지켜내겠다. 나를 믿고 따라 달라고 하시면서 무겁게 움직이시면 좋겠습니다”고 적시돼 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겠다는 명분을 유지해 당 소속 의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원투표+안심번호 혼합
타협안 흘러나오기도

그래서일까. 김 대표는 지난 1일 측근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청와대가 강하게 하면 나도 강하게 하고, 화해하자면 화해하겠지만 절대로 전략공천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이번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끝났지만 다음 전쟁에선 당권을 내려놓을 각오로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공천제’를 고수하기 위해 김 대표가 ‘차기 대권 불출마’ 선언 등을 통해 국민공천제의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전략공천’이 받아들여질 경우 김 대표가 ‘탈당’을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상도동계 출신인 김 대표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간에 생긴 지역감정을 허무는 차원에서 영호남 화합을 이루기 위한 행보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김 대표 측은 국민공천제의 취지가 반영된 안이라면 어떤 것도 타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친박계는 상향식 공천제의 취지가 반영돼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과 일반 국민이 절반씩 참여한 국민참여선거인단이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돼 있다.

다만 이 중 일반 국민 참여 방식을 여론조사로 대체가 가능하다. 이럴 경우 당원 투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혼합하되, 기존 5대5에서 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이는 타협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가 전략공천 등을 끝까지 요구할 경우 ‘타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대표가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공천제를 추진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전면전’을 불사하거나 항복할지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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