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보단 ‘신당통합호’ 띄우자!

신당 추진 세력 박주선-박준영-천정배 노선 차이 있지만…
조경태·박지원·안철수·김한길·호남 비주류 등 신당 행 솔솔
비주류 행보에 따라 ‘신당’ 성공 여부 좌지우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야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과 신민당의 박준영 전 전남지사, 천정배 신당이 통합을 위한 ‘원탁회의’ 구성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통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신당파 내에서조차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인 1월 전후로 통합할 것이라는 ‘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신당파들이 각자도생 할 경우 신당파들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신당을 촉매로 ‘윈윈’전략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분위기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신당파들을 하나로 묶어 ‘통합’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비주류인 김한길 전 대표 등이 보폭을 넓히며, 신당 합류 가능성도 흘러나오면서 ‘새정치연합 비주류 세력(안철수, 김한길 등)-박주선-천정배-박준영-김민석 등이 함께 해 새정치연합의 대안세력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 실현 가능성을 진단해봤다.

 

“천정배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지사, 김민석 전 의원 등 결국 신당 추진파들은 통합을 명분으로 함께 모이게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인사의 말이다. 그는 “여러 갈래로 신당이 창당 돼, 총선을 치른다면 분열과 공멸을 재촉할 뿐”이라며 “신당 간의 통합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 분열·총선 패배
책임론 피할 수 있는 카드

새정치민주연합 한 당직자는 “신당파간의 노선 갈등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기싸움일 뿐 어떤 길을 선택해야 서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회 원내 교섭단체가 되려면 최소 2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통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각자도생을 하게 되면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은 물론 야권 분열만 일으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야만 내년 대선에서도 신당이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손학규 전 지사를 비롯해 비주류 수도권 의원 등도 향후 합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천정배-박주선-박준영 등 신당파 간의 통합이 ‘상수’다. 정치적 여건상 통합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호남지역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도권 비주류 인사들은 몇 백표 차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라 선뜻 신당에 몸을 실을 수는 없다. 수도권 비주류 인사들 사이에선 “당장 합류하고 있지만…”이라는 말만 하는 이유다. 신당에서 총선을 치를 경우 거대 정당에 맞서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현실론에 부딪힌 것이다.

더구나 신당 추진 세력들도 뉴DJ 등을 내세워 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거대 정당 후보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거물급 인사 영입이 절실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비주류 인사들이 ‘탈당설’만 흘릴 뿐 신당에 몸을 싣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신당 추진 세력은 전국 정당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호남을 벗어나긴 어렵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현행 선거구로 보더라도 호남은 30석을 놓고 ‘호남 혈투’를 벌여야 한다. 이 때문에 국회 원내 교섭단체가 되려면 최소 20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해 신당 추진 세력 간 합종연횡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신당 추진 세력 간의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올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통합론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중도개혁 민생실용 가치를 추구하면서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융합이 되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며 “노선과 이념이 같으면 연대를 하거나 해서 하나의 당으로 할 것이며 그렇게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민당’ 박준영 전 지사는 “박 의원이 이야기한 내용은 내 발표와 거의 같다”며 “천정배 의원은 과거 강경 좌파로 분류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가게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같이 가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다면 기성 정치인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노선이 비슷하다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혀, ‘신당 추진 세력 간의 통합론’이 현실화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신당에 관심 보이는
새정치연합 인사들

이런 가운데 신당 추진 세력의 성공 여부는 새정치연합 비주류의 행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신당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인사로는 조경태 의원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웠고, 당 혁신위원회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해당행위자’라고 비판한 데 반발해 “더 이상 징계 운운하며 뜸들이지 말고 나를 제명하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천 의원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영남의 신당 선봉장’으로 내세우려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조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 “당이 곧 깨질 텐데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필패한다”며 신당 창당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도 신당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김동철, 황주홍, 유성엽 의원 등이다. 친노와 문 대표의 행보에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이들은 “당을 위한 충정”이라며 신당 합류에 대해선 부정하고 있지만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상황에 따라서 신당행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당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인물들의 행보가 큰 관심사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하급심 유죄 시 총선 공천 원천배제 조항’이 담긴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박 전 대표가 직격탄을 맞았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박 전 대표는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공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는 지난 23일 '하급심 유죄시 총선 공천 원천배제 조항'이 담긴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탈당까지 거론하며 강력 대응했다. “모이는 정당을 만들어야지 떠나게 하는 정당을 만들면 안 되는데 나가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공천을 못 받으면 무소속 또는 신당으로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에서 그렇게 한다고 하면 그 길밖에 없다”, “이런 혁신안을 내놓은 걸 보면 '당신들은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상황에 따라 탈당해 신당 등에 합류할 수 있다. 그가 탈당할 경우 ‘연쇄 탈당’ 가능성까지 대두된다. 그래서일까. 문 대표는 “박 전 대표는 원천배제가 아니다”며 구제가능성을 시사했다. 

비주류인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도 신당 합류설이 대두되고 있다. 당 혁신안으로 인해 김 전 대표는 당내에서 ‘적지출마론’ 대상자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혁신위가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혁신위가 당내 분열과 분란을 조장했다”며 문 대표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최근에는 안철수 전 대표 등 비주류 인사들을 대거 만나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김 전 대표 측근들 사이에선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해 신당 합류도 점쳐진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에는 안철수 신당과 합당해 새정치연합을 만드는 등 ‘신당 및 합당 전문가’로 통해 그가 신당에 몸을 담을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문 대표의 당 혁신 작업을 ‘실패’로 규정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들과 전쟁을 하며 당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여의치 않을 시 탈당을 결심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신당에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내부 투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비주류 등에서는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공천혁신안 너머 ‘다른 혁신’의 목소리를 낼 태세다. 김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내세운 혁신위의 결론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고 말았다”며 “혁신위가 ‘뺄셈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당의 동지들을 편 가르기와 찍어내기로 배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 밖 야권 인사들의 재입당을 불허하며 야권의 통합을 가로막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에게 박수 받는 진짜 혁신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혁신이 있어야 한다”며 “덧셈의 정치만이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으며 모두가 하나로 뭉칠 통합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주류가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통합 전당대회를 열자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신당에 합류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주장하는 혁신안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탈당, 신당 합류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천 배제 등으로 인해 탈당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 추진 세력들 사이에서 “새정치연합 내에서 추가 탈당을 염두에 둔 인사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주류 거사설 여전
총선 전이냐? 후냐?

이와는 반대로 비주류 인사들은 당에 남아 공천을 받아 재당선된 후 친노가 장악한 당에서 정치적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신당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4월 총선 이후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는 ‘신당’이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비주류 인사들이 “탈당을 하지 못하지만 신당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신당 추진 세력들은 자신이 처한 어려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 ‘통합’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손을 맞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각개전투로 공멸을 자처하는 것보다 신당 추진 세력 간의 통합을 이끌어 내야 성공할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비주류가 총선 전 탈당, 신당에 합류한다면 신당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당 추진 세력 스스로 원내 교섭 단체 구성이라는 ‘미션’을 수행해야만 미래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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