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인사들 줄줄이 정치판 진출 소문

김재철 · 엄기영 · 최일구 · 김주하 · 김미화

[윤지환 기자]=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4·27 재보선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2012년 총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끈 지역은 강원도였다. 나란히 전직 MBC 사장을 지낸 최문순 엄기영 후보가 이 지역에서 진검승부를 벌였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에서는 연예인이나 사회저명인사 등 유명인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유명세를 기반으로 삼은 까닭에 선거에서 필승 확률이 높아서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에서도 정치권의 유명인 영입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방송가와 정치권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소문이 들리고 있다. 방송인 모씨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한 연예인이 정치권으로부터 영입제안을 받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방송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유명 인사들의 정치권 진출설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곳은 MBC다. MBC는 최문순 엄기영과 더불어 변웅전 한선교 박영선 김은혜 박선영 신재철 등 많은 정치인을 배출한 방송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총선 때 MBC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단 당사자들은 소문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MBC 인사들에 대한 정치권 영입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 김재철 MBC 사장

김재철 MBC 사장이 총선캠프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방송가 주변에서 들리는 말을 들어보면 김 사장은 최근 들어 주말이면 경상남도 사천을 방문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김 사장이 사천을 자주 찾는 이유는 총선을 대비해 표밭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게 소문의 내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천에 김 사장이 마련한 별도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주말에 선거캠프 구성을 위한 참모회의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김 사장은 사천 지역구 출마를 염두 해 두고 있으며 사천·진주 지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포섭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이 줄을 대려는 쪽은 친박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최근 친박의 한선교 의원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와 연결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 의원과 입사동기인 이모 지사장을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 MBC 내부와 방송가에 돌고 있다.

이 소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이다. 친박계 진입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그 이유다. 박 전 대표는 곁에 두는 사람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박 전 대표는 김 사장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친박계 합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사장은 이 지역 총선 출마가 유력한 이모 전 의원이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될 소지가 있어 출마의사를 더욱 굳히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 엄기영 전 MBC 사장

지난 4·27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후배 최 후보(현 도지사)에 패배한 엄 전 사장은 내년 총선에 평창 영월을 지역구로 출마할 계획이라는 말이 들린다. 엄 전 사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계속 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부각시켜나가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엄 전 사장의 출마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영월은 연극배우 출신인 최종원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역으로 결코 녹녹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가 되자 최 의원은 엄 전 사장을 공격해 치명타를 입힌 바 있다.


◆ 최일구 MBC 앵커

MBC의 간판인 9시뉴스 최일구 앵커도 출마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지역구는 경기도 안성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들린다.

최 앵커의 정치 입문설은 이미 과거에도 나온 적 있다. 당시 최 앵커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방송가 주변에서는 MBC가 최 앵커의 정치권 진출을 돕기 위해 최 앵커의 9시뉴스 복귀 홍보비로 10억 원을 썼다는 루머가 퍼져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 정당에서 최 앵커와 접촉을 가졌으며 정치권 진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최 앵커의 친대중적 이미지와 젊은 층의 인지도를 고려해 보면 정당 접촉설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최 앵커는 사생활 관련 루머에 휩싸인 적 있어 출마해도 여러 구설수에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 김주하 MBC 앵커

마감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김주하 앵커도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박영선 김은혜 등 MBC 출신 우먼파워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총선 또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 김 앵커에 러브콜이 갈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특히 김 앵커는 마감뉴스를 진행하면서 소신발언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외에 MBC 출신으로 박광온 MBC 해설위원과 신경민 전 앵커 그리고 이진숙 MBC 홍보 국장 등도 출마 가능성 있는 인물로 소문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MBC 인사 무더기 총선 출마 소문과 관련해 이진숙 국장은 “내가 정치권에 입문한다는 소문은 정말 뜬금없는 말이다”라며 “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소문에는 일말의 대꾸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 김 사장의 출마 예정설에 대해서는 “김 사장은 처음 MBC 사장으로 올 때부터 정치권에 진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힌 적 있다”며 “내가 알기로 총선에 출마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이 국장은 말했다.

김 사장이 선거 캠프 준비를 위해 사천으로 자주 내려간다는 소문에 대해 이 국장은 “사천을 마지막으로 간 것은 4개월 전이다. 김 사장이 사천에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놓고 수시로 선거 전략을 위해 참모회의를 한다는 소문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 개그우먼 김미화

최근 MBC 시사프로그램 하차 결정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됐던 개그우먼 김미화씨도 정치 입문설에 휩싸였다. 모 정당과 접촉해 총선 출마를 확정지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총선 출마소문에 대해 “그건 나중에 두고 보면 알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김씨는 소문에 대해 “내가 정치에 입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프로그램 하차 등 나를 둘러싸고 발생한 사건들이 다 그런 소문들 때문인데 그것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듭 밝히지만 나는 절대 정치에 발 담그지 않을 것이다. 내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알면 그런 소문이 퍼지지 않을 텐데 너무 힘들고 답답하다”고 김씨는 고단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명인들을 선거에 내세워 의석을 채우려는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유명인은 선거판에서 통한다’는 인식이 뿌리박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출마하지 않는다고 확언했던 이들이 나중에 이를 뒤집는 경우도 적지 않아 소문이 사실로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jjh@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