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시장 수사 개입 K검사 국정원 라인까지 동원 의혹

박주원 전 안산시장이 다시 햇빛을 봤다. 대법원이 박 전 시장의 수뢰사건을 파기환송해 향후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5월 13일 복합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된 박 전 시장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3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재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의 증인들의 일부 진술과 증거물인 업무용 수첩이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력이 있다”며 “부재 주장(알리바이)을 모두 배척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고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사건의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법의 판결로 박 전 시장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 전 시장 주변에서는 “박 전 시장이 무죄로 풀려날 경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차디찬 구치소 안에서 와신상담한 박 전 시장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를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 전 시장이 구속되기 직전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곧 친박계 인사들을 표적사정 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소문은 현실로 나타났다. 박 전 시장은 경기 안산시 사동 복합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2007년 4~6월 서울 도곡동 D오피스텔 G카페에서 두 차례에 걸쳐 D사 김모(67)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을 맡은 1, 2심 재판부는 “사건 제보자의 진술과 증거자료에 신빙성이 있고 박 전 시장의 알리바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박 전 시장에 징역 6년과 추징금 1억3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마저 박 전 시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결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결백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 바로잡나

박 전 시장은 지난해 초 구속 직전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를 가졌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해 [일요서울]은 지난 제 826호 「검찰 박주원 시장 집무실 압수수색 내막」 제하의 기사 를 통해 검찰의 박 전 시장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심경을 묻는 질문에 박 전 시장은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나중에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며 “나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대한민국 사법부에 정의가 있다고 믿는다. 법이 진실을 가려 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실은 박 전 시장의 믿음과 달랐다. 박 전 시장은 1심과 2심 모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기적적으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박 전 시장은 서울고법에서 보석허가를 받아 지난 5월 24일 석방됐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박 전 시장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홍준표 의원 등 박 전 시장을 잘 아는 한나라당 인사들은 박 전 시장의 공판과 관련해 박 전 시장의 알리바이가 상당히 입증이 된 상황이고 법원이 집중심리를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에 검찰이 알리바이를 깨지 못할 경우 무죄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시장 측에 따르면 김 회장의 진술과 김 회장의 운전기사 임모씨의 수첩메모가 검찰의 유일한 증거다. 특히 김 회장의 수첩메모는 박 전 시장을 구속하기 위한 검찰의 조작증거이고 1억3000만 원의 뇌물제공 부분도 전체적으로 알리바이를 제공했으나 박 전 시장의 구속에만 혈안이 된 검찰이 수사에 반영을 하지 않았다고 박 전 시장 측은 주장했다.

뇌물 제공자인 D건설 김 회장은 2007년 4월 9일과 같은 해 6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오후 4시에서 6시경 G카페에서 각각 5000만 원과 8000만 원을 박 전 시장에게 건네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측에 따르면 4월 9일의 알리바이는 모두 검찰조사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박의 전쟁 이제부터 시작

또 박 전 시장은 6월 4일의 경우 오후 2시에서 2시 30분 께 포천소재 산정호수 한화콘도에서 안산시의원들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어 곧바로 국회개원 때문에 국회의사당으로 출발해 4시 께 국회에서 이재오 전 의원과 박순자 전 최고위원, 홍준표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박 전 시장은 6월 4일 만난 홍 의원(증인불출석)과 박 전 최고위원(증인출석) 이 전 의원(증인불출석) 등으로부터 그 시간에 만났다는 확인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무죄가 확정되면 검찰의 부실수사를 정식으로 문제 삼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검찰이 자신과 감정이 좋지 않은 K검사와 친분 있는 검찰인사들을 내세워 자신을 타깃삼아 강압수사를 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운명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 전 시장은 김 회장 외에 또 다른 업자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재판을 받고 있다. 수원지검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지난 2007년 5월 안산 풍도에서 골재채취사업을 하던 이모(66)씨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최근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시장에게 돈을 전달한 인물은 안산시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임모(52)씨다. 임씨는 “박 전 시장의 요구에 따라 돈을 받아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시장은 “돈이 필요해서 임씨에게 돈을 빌렸을 뿐 이씨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박 전 시장은 검찰이 K검사장과 관련해 보복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시장 측은 “K검사가 후배검사는 물론이고, 국정원 후배까지 동원하여 자신의 뒤를 캔 정황도 갖고 있다”며 “앞으로의 사건 진행 상황을 보면서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박 전 시장이 석방되기까지는 한나라당 의원 다수의 노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에 직·간접 관여한 한나라당 의원은 대부분 박 전 시장과 친분이 있는 의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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