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명박,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짝퉁 감사패 시중에 유통

모 단체에서 구입한 가짜 감사패

정교한 대통령 서명까지 그대로…각종 단체 협회장들이 고객
백악관서 내줬다는 오바마 감사패 실물과 똑같아 깜짝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의 서명이 담긴 각종 감사패와 상패를 은밀하게 제작·판매하는 조직이 [일요서울]에 의해 확인됐다. 이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사진합성, 서명도용 등을 매우 정교하게 처리해 전문가도 진위여부를 쉽게 구별할 수 없게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감사패와 상패 뿐 아니라 미국 대학 수료증을 비롯해 미국 태권도 수료증 등도 주문제작해 준다고 한다. [일요서울]은 이 조직에 손님을 가장하고 접근해 그 실체를 파헤쳐 보았다.

미국 대통령 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감사패를 제작해주는 조직이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지난달 말부터 확인에 나섰다. 어렵게 ‘한 단체에서 위조 조직으로부터 구입한 감사패를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단체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단체는 감사패의 존재를 숨겼다. 다시 이 단체에 접근이 수월한 인물을 섭외해 감사패의 존재를 알아보도록 했다. 그 결과 이 단체에 수백만 원을 주고 구입한 감사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조 감사패를 구입한 단체는 여기 뿐 아니었다. ○○○협회, 사단법인△△△, XXX클럽 등 여러 단체가 오바마 대통령의 감사패와 상패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체 어떤 이들이 이 같은 위조 감사패를 제작·판매하는 것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정교한 솜씨에 깜짝

A언론사의 사주도 오바마 대통령 감사패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사주는 감사패를 받으며 오바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사무실에 걸어 놓았다. 사진까지 있기 때문에 그가 받은 감사패는 의심의 여지없이 진짜로 생각된다. 하지만 감사패 뿐 아니라 이 사진 역시 매우 정교하게 위조된 것이다.

감사패를 만들어주는 일당이 정교하게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까지 위조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가짜 감사패를 제작해 주는 일당에 대해 아는 K씨를 만날 수 있었다.

K씨는 “오바마 감사패는 350만원, 이 대통령 감사패는 200만 원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외에도 캘리포니아대학 수료증은 100만 원이고 관공서나 언론사의 긴급보도증은 100만 원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위조조직이 만들어 파는 것은 이뿐 아니다. 확인결과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감사패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서명이 담긴 태권도 수료증도 위조해 판매하고 있었다.

우린 미국에서만 판다

여러 통로를 거쳐 판매자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었다. 전화를 걸어 보았다. 판매자 L씨는 모르는 의뢰자의 의뢰에 대해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L씨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무슨 감사패를 내가 왜 만들어 주나?”며 시치미를 땠다.

하지만 계속 제작을 부탁하자 “그런 것을 한국에서 만들어 주면 큰일 난다. 우리는 미국에서 주문이 들어와야 만들어준다. 한국에서는 일체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웃돈을 더 줄 테니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자 L씨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는 “아무튼 한국에서는 만들어 줄 수 없다. 미국에서 연락이 와야 한다”며 “나중에 한국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 다시 연락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에서 주문이 온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캐묻자 L씨는 “미국에서 주문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때만 만들어 준다. 한국에서 오바마 감사패를 어떻게 만들어 주냐. 나는 그런 것을 만들지 않는다”고 횡설수설했다.
이후 다시 다른 번호를 이용해 L씨에 연락했지만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런 가짜 상패와 감사패를 구입하는 이들은 개인이나 단체의 대외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 외에 정치권 실세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악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가짜 감사패를 구입한 단체는 매우 열악한 유사 단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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