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모종의 사인’ 주고받았나?

‘남상태 연임 로비설’ ‘조윤선 낙점설’ ‘입각설’ 등 추측 난무
‘비박’ 이혜훈 맞대결 ‘경선 필패’…비박 물갈이 압박 수단
“친박 자리 비박에게 줄 수 없다?”…淸 ‘당근·채찍’으로 유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의 성지’, 서울 강남 3구 중 하나인 서울 서초갑이 들썩이고 있다. 그것도 친박계에서 주장하는 ‘전략공천’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 중 하나다.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보였던 김회선 의원(서울 서초갑)이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한 탓이다. 김 의원이 능력 있고 노련한 경험자들이 많다며 불출마를 선언하자 무주공산이 된 이곳에 갖가지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썰’이 설이 되면서 온갖 시나리오가 양산되고 전파되고 있다. ‘남상태 연관설’부터 ‘입각설’ 등이 대표적이다. 비박계에선 “복합적인 정치적 계산이 맞물려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이를테면 ‘청와대 작품’이라는 것이다. ‘김회선 불출마’를 둘러싼 의혹들을 총정리 해봤다.

여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비박계 불출마 압박을 통한 물갈이론과 함께 청와대가 전략공천을 하기 위한 수순 중 하나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보좌진 채용 공고 냈는데…

실제 김 의원은 지난 13일 갑작스럽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불출마 소식을 접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법조계 엘리트 출신이었던 김 의원이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김 의원은 보도 자료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20대 총선 출마를 여부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면서 “애국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애국의 방법이라 믿는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당에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부터 경륜과 식견을 갖춘 노련한 경험자까지 진충갈력(盡忠竭力 :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함)하겠다는 훌륭한 인물이 줄을 서 있다”며 “저는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부르지만 4년 전 여의도에 들어갈 때 스스로 다짐했던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초심은 영원히 간직하며 다른 방법으로 애국의 길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친박계인 김 의원이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검찰 수사설’부터 시작해 ‘입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의원 측은 “이미 김무성 대표와 상의를 마쳤고 시기는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6개월 전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다른 사람이 오셔서 준비하도록 한 배려”라며 갖가지 의혹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청와대에서 찾기도 한다. 여권 중진 의원실 한 인사는 “갖가지 음모론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 김 의원은 총선 출마 준비를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며 “청와대와 교감 하에 정치적 계산을 해 김 의원의 불출마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실제 국회 채용 정보 사이트를 확인해보면 지난달 25일 김 의원은 국회 4급 보좌진 채용공고를 냈다. 지역 전반 등에 대해 보좌할 보좌진을 채용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땅한 보좌진을 선발하지 못해 공석으로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총선 준비를 위한 ‘채용’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친박 ‘부담 덜어주기’

그런 그가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거론되는 설을 풀어보니 세 가지 정도 된다. 크게 회자되는 것은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 연루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 연임 로비 사건과 관련해 김 의원이 연루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남 전 사장 여동생의 남편이 바로 김 의원이다. 대우조선해양 남 전 사장 연임 로비 사건이 벌어졌던 2008년 김 의원은 국정원 제2차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임천공업 대출 등을 받는 데 있어서 직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된 것과 ‘불출마’를 연관짓는 이들도 적잖다.

지난 2009년 1월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자인 한화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한화가 미리 낸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몰취하자 한화가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한 바 있다.

당시 새정치연합 우제창 전 의원은 “한화의 소송대리인은 김앤장으로, 김앤장에 막대한 성공보수를 약정했다고 하고, 김앤장의 고문변호사 김 의원, 즉 남상태 사장의 매제가 로비를 벌이고 있으며, 남 사장은 산업은행에 협력하는 게 아니라 산업은행이 재판에 패소하는 데 (한화에) 협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설을 접한 한 인사는 “김 의원이 국정원 2차장 시절에 관련한 의혹들이 불거져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또 나오는 이야기는 ‘청와대 낙점설’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서울 서초갑 출마설이다. ‘종로, 경기 과천·의왕 출마설’ 등이 돌았던 조 전 수석은 김 의원의 불출마로 서초갑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2년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아 ‘친박계’로 떠올랐던 조 전 수석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당·정·청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수석에 최초로 여성이 기용되는 등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20대 총선과 관련해 마땅한 지역구를 선점하지 못했던 조 전 수석을 청와대에서 챙겨줄 것이라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돌았다.

일각에서는 서울 서초갑 출마를 꾸준히 준비해온 이혜훈 전 의원과 맞대결에서 승산이 없어 ‘사퇴’를 결심했다는 이야기도 호사가들의 입방에 오르내린다. 여권 핵심 의원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풀이했다.

“김 의원이 출마를 하게 되면 김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맞붙어야 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17·18대 총선 때 두 번 당선돼 3선을 노리고 있는 만큼 김 의원이 경선에서 맞붙는다고 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불출마를 선언했을 것이다. 비박계인 이 전 최고위원이 당선되는 것보다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조 전 수석이 출마를 하게 되면 ‘이혜훈-조윤선’ 맞대결에서 조 전 수석이 승산이 있다고 보고, 불출마를 선언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마디로 친박계 의석을 늘리기 위해 김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했을 수도 있다.”

국정원장설 등 ‘난무’

‘조윤선 낙점설’을 거론하며 김 의원의 ‘입각설’도 흘러나온다. 일부에선 ‘국정원장설’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장이 교체될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을 청와대에서 직접 챙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제안 받은 바 없다”고 못 박았지만 여권 에서는 다른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 의원은 초선이지만 ‘주류’로서 역할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여권 내 기류를 귀띔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회보다 행정부에 더 흥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총선 출마를 위해 그만둘 부처 장관 후임이나 정부 고위직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구상과 김 의원의 생각이 맞아떨어져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얘기도 있다. ‘남상태 연관설’, ‘조윤선 낙점설’, ‘입각설’ 등 청와대가 김 의원에게 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불출마’를 유도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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