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국의 역사를 말할 때 내놓는 첫 자랑거리가 유구한 반만년의 역사다. 단군신화부터 시작해서 한낱 섬나라 해적에 불과했던 왜구 무리들이 백제 문화에 힘입어 문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일본의 고대 역사, 또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중국 대륙정복에 이르도록 우리 역사의 우월성을 내세운다. 또한 오랑캐들에게 동방의 예의지국으로 숭상된 문화민족을 자랑하는 게 공식화 돼있다.

그러했던 나라가 지금 스스로 현대역사를 찢고 왜곡하는 좌, 우 역사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건 사상전쟁도 아니고, 논리 싸움도 아니다. DJ 정권에 이어 특히 노무현 정권에서 좌익들의 봉기에 의해 일제 말기부터의 생동한 역사가 무참하게 짓밟힌 정황이 옳은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묵과되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를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역사관 논쟁으로 몰고 가는 일부 언론의 자세는 ‘좌익’과 ‘진보’의 개념조차 혼돈하고 있거나 좌편향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역사전쟁은 얼마 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공산주의자” 확신 발언에 야권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 여파에 힘입어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문 대표는 교육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결정을 “유신 잠재세력”으로 규정짓고 저지 투쟁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나 현 정부 여당 입장은 더없이 단호했다. 현행 중, 고교 국사교과서는 국가관을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사관으로 쓰여서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해 학생들에게 민중혁명을 가르치고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로해서 군 장병들조차 설문조사를 하면 과반이 ‘주적’을 미국으로 지목하고 심지어 6.25전쟁을 북침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개탄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기보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껴야 한다. 설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블랙홀’처럼 당분간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더라도 이번 기회에 역사를 바로잡지 못하면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현행대로가면 갈수록 좌익세력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사 왜곡이 가져오는 폐해현상은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우선 가까이 일본과 북한을 보라. 천 년 전의 초기 역사부터 ‘독도’가 우리 땅이었다는 사실적 근거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그들 역사교과서를 통해 ‘다께시마’라는 일본명으로 억지 주장을 펴서 젊은층에 100% 먹혀들고 있다. 또한 북한이 김일성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극단적으로 미화시킨 ‘백두혈통’ 날조로 북한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를 꽁꽁 묶고 있는 현실이 명확하게 답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런 측면에서도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당연한 결론이다. 다만 문제는 어느 쪽으로든 치우친 역사 논란이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균형된 교과서를 만들어 내야만 편향논란에서 벗어나 정권적 오욕으로 남지 않는다. 그동안 옳은 역사관을 가진 많은 사학자들이 대한민국이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할 게 아니라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데 집중해야한다는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온 바다.

야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정치적 쟁점화 하면서 사생결단의 연계투쟁을 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를 일이다. 국정교과서가 잘못되면 국회가 얼마든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체제가 아닌가. 역사가 量보다 質이 생명이 돼야 한다는 말뜻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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