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지켜 공천권 받고 혁신안 무력화

하위 20% 탈락 인위적 물갈이 반대 속 ‘밥그릇 챙기기’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79명이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를 제안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최규성 의원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연판장에 서명한 이들은 ‘오픈프라이머리 당론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 22일 예정됐던 오픈프라이머리 의원총회를 당분간 연기했지만 주요 정국 현안이 정리되는 내달 초 의총을 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야당 일각에서는 “연판장에 서명한 인사들의 면면을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20대 총선 공천이 쉽지 않은 의원들이 대부분 서명했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하나의 액션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라는 큰 취지에 공감해 서명한 것일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주요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만 명시됐고 평가위를 무효화한다는 내용은 없다는 야기도 덧붙였다.

혁신위 우원식 의원도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20%를 정리한 다음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정도에서 서명한 분들 많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현역 의원 평가는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연판장 내용을 살펴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여야가 같은 날 국민전원의 직접투표로 총선 후보를 뽑자는 취지다. 

공천에 대한 불안감 작용?

또 전략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의원을 평가할 수 있는 주체는 당 대표, 계파도 아닌 오직 국민들만이 할 수 있다는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장한 오픈프라이머리 방안과 대부분 일치한다.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재선 의원실 한 인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말하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이 공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20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실제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현역의원 20% 배제’ 등 공천개혁안을 폐기하자는 취지다. 지난 16일 조은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임된 선출직평가위원회도 ‘없던 일’로 하겠다는 의견이다. 선출직평가위원회는 현역 의원들의 의정활동, 상호평가 등을 지수화해 하위 20%를 탈락시키는 근거 자료를 만드는 기구다.

또 다른 당의 한 인사는 “인위적인 물갈이는 안된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면서도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에 서명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를 추진한 최규성 의원을 비롯해 친노 핵심 인사는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비주류 인사는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이 서명한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공천 탈락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서명을 함에 따라 ‘공천탈락자 명단’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 전북 김제·완주에 지역구를 둔 최 의원의 경우 3선 중진으로서 ‘호남 물갈이론’에 거론되는 인사다. 더구나 정치인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김종희 원광대 한의학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 경선 당시 최 의원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최 의원에게 패배한 뒤 지역을 다지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태풍의 핵’으로 불릴 정도로 최 의원을 위협하고 있다.

이 외에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은 PK 지역은 물론 수도권 출마에 대한 혁신위 요구가 있었던 터라 이에 반발해 서명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혁신위 ‘반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지지했던 일부 의원들도 ‘철회’ 의사를 보이고 있다. ‘기득권 지키기’, ‘공천탈락자 명단’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문 대표도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를 통해 혁신안을 무력화하려는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지난 19일 해단을 선언한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마지막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안이 중앙위와 당무위를 거쳐 결정되는 과정을 묵살하는 방안”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것은 혁신을 피해가기 위한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교수 역시 “오픈프라이머리 입법 문제라서 국회의원들이 당론으로 채택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는 있다”면서도 “1심에서 유죄를 판결 받거나 뇌물죄를 확정 판결 받은 사람도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 가능하다는 게 새정치연합와 대한민국을 위한 건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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