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죄목만으로 YS(전 김영삼 대통령)를 무능한 대통령으로 단죄한다. 물론 유례없는 국민 희생과 단합으로 일찍 위기를 벗어나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나라 망할 뻔 했다. 이에 대한 YS의 무능론은 역사에서 지워지기가 어렵다는 인식엔 공감 안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업적 또한 공평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면 누가 들어 금융실명제를 밀어붙여 오늘 드러내놓고 뇌물 수수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것인가. 또 누가 있어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일거에 전광석화처럼 박살 낼 수 있었을 텐가. 그뿐인가, 감히 직전 군사정권 때의 대통령 두 사람을 그가 아니었으면 누가 한꺼번에 나란히 죄수복을 입혀 법정에 세울 수가 있었겠느냐 말이다.

이를 놓고 속 시원히 국가기강을 바로세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아 당시 YS의 인기가 80%대를 넘었다. 그걸 한방에 날려 보낸 것이 IMF 금융위기였다. 아무리 정치의 근본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라고 해도 우리는 평가 할 일은 옳은 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야 편견 없는 바른 역사가 만들어지고, 역사가 바로 쓰여 져야 나라의 바른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 모두의 통찰이 필요한 때다.

민족정신의 발로였던 ‘유관순’은 빠지고, 겨우 함경남도 보천보 지역을 무장 습격하여 주재소 등 몇 군데 일제의 행정관청과 추격해온 일본군을 기습 공격한 김일성의 전과를 부풀려 부각시킨 검정 교과서가 뭘 의미하는 건가, 검정교과서의 이런 문제들이 수없이 지적 돼도 필자들은 교육부의 수정 명령을 거부하며 당시 국내 신문에도 크게 보도됐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오히려 친일독재를 미화시키려는 정권적 음모론과 ‘색깔론’으로 공세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니, 죽창으로 많은 양민들을 무참하게 찔러 죽였다는 등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국민들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나라 기강이 이 모양이면 세계적 망신은 말할 것 없고, 한창 우리와 역사 전쟁 중인 일본이 ‘너나 잘하라’고 비웃을 생각을 하니 모골이 송연해 진다.

이판에 참으로 어이없고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의 영어교사가 담임반 학생들에게 “박정희 일찍 죽었으면 언니 안 태어나” 발언의 성공회대 교양학부 한홍구 교수의 강연 영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래놓고 학생들에게 감상문 요구까지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언니’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한홍구 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항일 독립 투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대한민국 제헌 헌법의 초안을 장만한 유진오 박사의 외손자다. 이정도면 지금 이 땅의 좌익세력이 어느 정도로 투쟁전선을 넓히고 있었는가가 명백해진다.

이 상황에서 지난 좌파정권 10년에 대한 보복정치 운운하고 ‘유신회귀’ 주장을 하는 세력에 대해 입씨름만 벌이고 있으면 도대체 어쩌자는 노릇인가. 나라 기강이 여기까지 무너져 내렸는데 정부 여당이 어떠한 강경대책을 세운들 어느 누가 ‘나라 기강 잡기’와 ‘정치보복’을 구분치 못할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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