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을 마음에 두고 한 말이었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편에 서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실상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 가능성은 적지 않다. 중국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미국 세력권을 잠식해 들어갔다. 중국은 미국의 우방인 대만, 필리핀, 브루나이 그리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영유권 분쟁을 일으켰다. 이들 분쟁 해역은 서태평양*인도양*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핵심 수역이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 (중국명 난사군도)에 인공섬을 조성, 군사용 활주로를 건설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인공섬 설치에 전투기를 동원, 강력히 항의하곤 했다. 미·중이 한 판 붓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족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백악관에서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굴기(우뚝 일어섬)를 환영한다면서 “투키디데스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첨언하였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기원전460-400)가 정립한 역사관이다. 새로 굴기하는 신흥 강국과 기존 강국은 충돌하게 된다는 말이다. 오바마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함으로써 미·중 두 나라는 충돌 없이 공영공존할 수 있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발표된 미국 육군의 ‘육군작전개념(AOC)’은 중국이 미래에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했다. 기존세력과 도전세력 간의 충돌 필연성을 제시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리게 했다. 실상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세계1,2차대전과 미·일태평양 전쟁에서도 입증되었다. 1차대전은 식민지 팽창에서 앞서갔던 프랑스·영국·러시아와 뒤늦게 뛰어든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터키 간의 충돌이었다. 2차대전도 새로 팽창하는 전체주의 독일·이탈리아·일본과 기존 강대국 영국·미국·소련간의 전쟁이었다. 미·일 태평양전쟁도 태평양으로 진출한 미국과 그쪽으로 뒤늦게 뻗어가던 일본이 맞부딪친 격돌이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19세기 후반부터 역사적으로 냉전시대를 제외하고는 상호존중과 협력공영 관계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후반 미국은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국 영토를 분할코자 하자 ‘문호개방(Open Door)’원칙을 선언, 그들의 중국 영토 탈취를 막아주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미국은 중국 국민당 정부를 도와 일본 침략에 맞서 함께 싸웠다. 미국과 중국 공산당 정권은 6·25 남침 때 3년 가까이 전쟁했지만, 1972년 국교를 정상화했고 이젠 최대 교역국가로 협력 공영한다.

저와 같이 미·중 두 나라가 역사적으로 냉전시대를 제외하고는 “협력 공영”하였음을 상기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말 대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설사 둘이 충돌한다 해도 자유체제 미국은 공산당 1당독재 중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견된다. 미국이 공산당 1당독재 소련을 끝내 붕괴시켰던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19세기 독일의 게오르그 헤겔은 ‘자유정신 확산이 역사의 절대적 목적’이라고 했다. 헤겔의 주장대로 독재에 대한 자유의 승리는 역사발전의 필연법칙이다. 미국과 중국 대결에서 자유체제 미국의 승리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모든 자유국가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미·중간에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저주가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공존공영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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