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존치 법안, 국회 법사위 상정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2017년 폐지를 앞둔 사법시험(사시)을 존치하자는 주장을 골자로 한 법안이 지난 20일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날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사시 존치를 핵심으로 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이른바 ‘사시 존치’ 법안 5개를 안건으로 상정한 것.
사시 존치 법안은 새누리당 함진규, 노철래, 김용남, 오신환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사시를 존치시키자는 내용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사시로 이원화된 현행 법조인 양성체제를 추후에도 유지하자는 내용을 공통으로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도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사시 존치법’ 지원을 위한 국회 입법정책포럼 ‘사법시험 유지, 국민의 뜻이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남수 한국입법정책연구원장은 발제에서 “여론조사 결과 사시 존치론이 80.1%, 폐지론이 11.2%였고, 로스쿨은 부정평가가 55.1%, 긍정평가가 21.3%였다”고 밝혔다. 해당 여론조사는 한백리서치가 지난 9월 24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시스템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였다. 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전 수원대 법대 학장)도 “사시는 빈부격차나 학벌 등과 무관하게 응시할 수 있어 기회균등 정신에 합치된다”고 주장했다. 사시 존치시 정원은 100∼200명이 적당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로스쿨에 대해서는 학습·실무·평가 면에서 부족한 제도이며, 로스쿨 측의 사시 존치론 외면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태도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변협·한법협 ‘司試 존폐’ 총력전 ‘점입가경’


최근 사법시험 제도 존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시를 존치하기 위한 관련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면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로스쿨 변호사 단체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 찬반 양측간 논란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는 것. ‘사시 존치법’은 국회 법사위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소위원회 통과는 물론 전체회의 상정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법사위 전문위원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현행 로스쿨 제도가 사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것인 만큼, 로스쿨 정착을 위해 사시를 존치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논란은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들 간의 밥그릇 싸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시기’와 ‘이슈’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법에서 정한 사시 폐지 시한이 임박하면서 “시험을 없애면 안된다”는 고시생들의 목소리가 서명운동과 입법청원, 성명 발표 등으로 봇물처럼 이어졌다. 지난 8월 A국회의원의 아들이 로스쿨 졸업 뒤 특혜를 받아 정부법무공단에 취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존폐 논쟁에 불을 불였다. 이후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도’란 비판을 받게 됐고,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고시생과 교수, 정치인들의 의견 표명이 잇따랐다.


고시생들은 그동안 사시 존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시 존치 문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시험공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고시생들이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권민식 대표 등 5명은 지난 8월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싼 등록금 때문에 로스쿨을 갈 수 없는 서민들을 위해 사시를 존치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로스쿨은 한 해 평균 등록금이 1천500만 원에 육박하고 고려대 로스쿨은 2천74만 원에 달한다.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사람은 상위 20%뿐”이라며 “로스쿨은 가진 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했다. 또 “장학금을 주는 특별전형이 있다고 하지만 고작 6.1%뿐이며 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제한된다. 나머지 94%의 서민들은 로스쿨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돼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시를 존치시켜 달라는 것”이라며 “사시 폐지는 우리 4천명 수험생들의 직업선택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시가 폐지되면 직격탄을 맞게 될 이들이 본격적인 조직화에 나설 경우 ‘표(票)’의 결집력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에 고시생들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여야 대선주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사시 존치를 공약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김무성 “사시는 희망사다리 로스쿨과 절충해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6월 18일 사법시험 제도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며 사시와 로스쿨 제도를 절충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한 사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려면 사회 구성원 간에 공정사회와 기회균등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신뢰는 사회적 이동성을 높여주는 ‘기회의 사다리’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사법시험 제도가 ‘희망의 사다리’의 대명사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국민의 약 75%가 사법시험 폐지를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이제 시행 7년째인 로스쿨 제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미흡한 점을 보완해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로스쿨 제도(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국민의 75%가 현행 사법시험 제도 존치를 희망하고 있으므로, (두 가지 제도를) 절충해 양쪽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길이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도 참석했다.


박 의원은 “로스쿨 제도가 법조인 선발을 독점하면 기득권층과 특권층이 영원히 존재하고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꿈꾸기 힘들어진다”며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보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 ‘각인의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고 써 있는데 이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사시 존치 문제를 둘러싼 주장은 섣불리 한쪽을 편들기 어려울 정도로 일리가 있다.


사시 존치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고 국회 상임위에 법안이 상정된 만큼 이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시험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80.1%였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국민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과연 사시를 예정대로 폐지했을 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정말 기대할 수 없는지, 사시를 존치할 경우 예상되는 ‘고시 낭인’ 등과 같은 폐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사심 없이 논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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