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권력’에 코드 맞추는 ‘미래권력’

국정화 정면 돌파…김무성 ‘선친 친일 논란’ 수습 시도
국정화 ‘반대여론’ 우세 속 여권 내부 “같이 갈 필요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지난달 27일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선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논란을 거론, 정면 돌파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지원하는 모습이 대권 행보에 득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국정화 정국’이 향후 어떤 후폭풍을 가져 올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김 대표가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박 대통령을 지원하는 이유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대권 전략을 급선회했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청와대와 밀월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주된 골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밀월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시정연설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다”라며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나라를 빼앗긴 뼈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朴-金 밀월관계

박 대통령이 국정화에 대해 정면 돌파 의사를 강조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국정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박근혜-김무성 밀월관계’가 급부상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에게 국정화 논란은 본인의 대권 행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정화 논란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김 대표의 ‘선친 친일 논란’으로 이어졌다. 친일단체 간부로서 일제 식민 통치와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 등의 의혹이 재점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에서는 선친의 친일 의혹과 관련해 50여 쪽 분량의 해명자료를 내놓고 반박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크다.

실제로 김 대표는 부친의 친일 의혹에 시달렸고 주변에서 “털 것은 빨리 털자”는 여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하지만 “괜한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김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사’ 문제를 청산하려는 분위기다. 게다가 청와대와도 코드를 맞추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김무성 밀월’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이러한 관계가 형성된 데에는 김 대표의 대권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차기 대선 때 경쟁 후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친박계에서 ‘김무성 대권 불가론’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김 대표의 가족사였다. 그런데 국정화와 함께 선친 친일 논란에 대한 의혹을 털어내면서 자연스럽게 대권 가도의 악재를 하나 떨쳐버리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더구나 당청관계에 있어서도 호재다. 그동안 거론됐던 당·청 갈등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대표의 대권 전략도 급선회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 김 대표가 대권 전략을 급수정해 청와대와는 전략적 제휴를 맺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나는 박 대통령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도 “김 대표는 앞으로도 청와대와 싸울 이유가 없다”며 “내년 총선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근들 역시 “청와대와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워딩’에는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만 김 대표도 차기 대권에 희망을 걸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 대표로서는 박 대통령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김 대표와 ‘밀월’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여권 인사들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으로 인해 당·청 간의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김무성 체제 무너뜨리기’ 등 갖가지 설들이 나돌았지만 청와대와 김 대표가 서로 한 발씩 물러나면서 ‘갈등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김 대표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연장선상에 국정화 확정고시일인 5일 이후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공천룰과 관련해서도 ‘친박-비박’ 간 절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우려의 시선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밀월’을 두고 우려하는 시선도 적잖다. 국정화 초기와 달리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방침에 찬성 여론은 36%, 반대 여론은 49%로 조사됐다. 앞서 13일부터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반 의견이 각각 42%였지만 찬성이 6% 줄고, 반대가 7% 늘었다.

이러다 보니 여권 내부에서는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정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박근혜-김무성 밀월’ 관계가 유지될 필요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화 추진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 갈수록 부정적인 여론이 높음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박정희 우상화’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경우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사태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칫 김 대표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간의 ‘밀월’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권 인사들은 “내년 총선 결과를 기점으로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권 핵심 의원실 한 인사는 “지금 김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 공천룰을 놓고 청와대와 친박계 간의 갈등 등으로 김 대표의 대권 행보에 ‘상처’가 나고 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보궐 선거에서 내리 승리했고,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한다면 김 대표의 입지도 단단해질 뿐 아니라 ‘총선승리’한 김 대표와 지금의 김 대표와는 위상이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내년 총선 이후 ‘박근혜-김무성 전쟁’을 벌이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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