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철 목사는 왜 박석규 목사를 찔렀나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한 목사가 다른 목사를 향해 칼부림을 벌이는 한국교회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22일 저녁 6시경 서울 금천구 독산동 소재 박석구 목사가 시무하는 예복교회에 황규철 목사가 방문해 흉기로 서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신도들을 교육하고 본이 돼야 할 성직자가 같은 성직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합동) 전 총무였던 황규철 목사가 과거 같은 평동 노회 소속 목사였던 박석구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던 중 흉기를 꺼내 찔렀고, 박석구 목사가 흉기를 빼앗아 다시 황규철 목사를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목사는 서로 다른 고대구로병원과 강남성심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천경찰서에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에 있으나, 두 목사의 상태가 안정돼야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관계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교계에서는 두 목사가 그간 갈등을 겪어왔던 데다가 박석구 목사가 황규철 목사와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한 증거자료를 외부에 공개한 것 때문에 보복한 것 아니겠냐고 추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천경찰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정황은 이렇다.

지난 10월 22일 저녁 황규철 목사가 박석구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소재 예복교회를 방문했고,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준비하던 박석구 목사를 황규철 목사가 흉기를 꺼내 가슴과 팔 등을 수차례 찌르자 박석구 목사가 흉기를 빼앗아 황규철 목사를 찌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황규철 목사가 미리 흉기를 품에 숨긴 채 교회에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황규철 목사측은 겁만 주기 위해 흉기를 준비해 간 것인데 박석구 목사가 흉기를 빼앗아 먼저 찌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박석구 목사 측 역시 방어만 했을 뿐 찌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교회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일명 ‘10당 5락(대표회장이 되기 위해 선거에서 10억 쓰면 당선되고 5억 쓰면 떨어진다)’의 금권선거, 대형교회 세습, 조용기 목사 배임혐의, 전병욱 목사 성추행 논란 등의 각종 비리의혹이 드러나면서 세간에 지탄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실추된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황규철 목사는
왜 박석규 목사를 찔렀나

황규철 목사는 기독교에서 가장 큰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 총무를 지냈으며, 지난 2013년 정기총회 석상에서 가스총을 들고 나와 교단 내에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석구 목사는 2011년 황규철 목사가 총무로 출마할 당시 그의 최측근이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지난해 황규철 목사는 총무직에서 물러난 후 평동노회 노회장직을 맡았는데, 황규철 목사가 노회 공금 횡령 및 사문서 위조 등의 비리 의혹을 받으면서 지난달 12일 평동노회에서 노회장직을 박탈당했다.

특히 2011년 총무로 출마할 당시 금품 제공 의혹에 휩싸였는데, 얼마 전 박석구 목사가 이와 관련해 입증할 자료를 김모 목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로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박석구 목사가 황규철 목사와 담합한 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김 목사에게 자료를 건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김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박석구 목사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았다며 황규철 목사가 총무 출마 당시 교단 내 고위 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또 김 목사는 “총회 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불법비리 범죄 행위가 극에 달해 있으며, 수술이 불가할 정도의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는 현실”이라며 성토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는 곧바로 박무용 총회장 명의로 공식입장을 발표해 수습에 나섰다. 예장합동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교회에 심려를 끼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사건의 두 당사자는 이미 총회를 탈퇴했다”며 본 교단 소속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전말을 파악해 총회가 취할 수 있는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 갖춘
목회자 필요

현 한국교회에는 신학대를 졸업한 성직자는 수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비리, 세습, 도덕·윤리적 타락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직자들의 사례들이 한 달에도 몇 차례씩 봇물 터지듯 나오며 심각한 문제로 굳혀진 지 오래다.

지난 1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펴낸 ‘한국인의 종교 1984~2014’에 나타난 종교인과 성직자에 대한 평가에서도 성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우리 주변에 품위, 자격 미달 성직자 많다’는 질문에 ‘매우 많다’와 ‘어느 정도 있다’라고 답한 비율이 87%에 달했다.

한국에서 목사가 되려면 신학대학교와 대학원 졸업 후 전도사 경력을 거쳐 목사 시험 통과를 하는 것 외에는 인성과 관련된 다른 조건은 없다.

또 목회자 추천이나 손쉬운 자격 취득으로 목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부분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아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에 한국 교계에 던지는 자성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은 한 세미나에서 “교회가 사회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소수 정예화된 신학교육이 필요하다”며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에서 개최한 10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에서도 ‘한국교회가 힘써야 할 일들’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정치활동, 담임목사직의 세습, 재정운영의 불투명, 성,폭력 등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비공감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교회가 과거의 번영을 과신하고 자만에 빠져 교회 이기주의에 함몰된 채 시대적 요청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데 이제는 사회가 교회를 걱정 하고 있다”라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각 구성원들이 각성해야 할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들 두 목사 외에 많은 목사 비리, 폭력 연루 사건이 발생해도 감싸 도는 교회 신도들도 종교적 신념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에서 받아들여할 필요가 있다며 쓴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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