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50개 대학 퇴출로 반값등록금 실현?

고려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서울의 주요 사립대 총학생회장단이 지난 6월 23일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

[전수영 기자]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초여름부터 밤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등록금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아르바이트는 더 이상 용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등록금에 일부라도 보태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됐다. 아르바이트만 해서 등록금이 해결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심지어 고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학에서 공부만 하기를 바라는 대학생들의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정부가 한계에 다다른 하위 50개 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해 등록금의 실질적인 인하를 실현한다는 입장을 최근 발표했다.

한나라당 임해규 정책위부위장은 지난달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국 350개 대학 중 50개 정도가 한계에 와 있다”며 “한계 대학은 지원해줘서 살릴 것이 아니라 점점 축소하거나 퇴출토록 하라는 것이 사회적 요구”라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문대를 포함한 하위 15% 대학에 학자금 지원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 지원을 중단할 것이며 이를 통해 경영이 부실한 대학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학의 구조조정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여권에서 구체적인 수를 거론하며 칼날을 빼들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히 부실 대학의 수를 거론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어 퇴출은 머지않아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실 대학에 지원되었던 지원금을 경영이 안정적인 대학에 지원함으로써 대학등록금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에서는 소득 하위 70% 가계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평균 21% 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한나라당은 내년에 평균 15%, 2014년에 등록금 부담을 현재 수준에서 30% 이상 낮추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여론을 청취하고 국회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조만간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동안 문제로 제기되어 왔던 대학등록금 문제는 대학들이 살림을 재단전입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해옴에 따라 해마다 시설투자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등록금 인상을 통해 충당해 왔다.

특히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 소재 대학들의 경우는 등록금에 의지하는 비중이 심각할 정도로 크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전국 소재 200개 국·공립·사립대학의 2011학년도에 재학생 충원율(모집인원 대비 등록인원 비율)을 살펴봤을 때 90% 이하인 대학은 13곳이었으며, 80% 이하인 대학은 8곳에 달했다.

대학정보제공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소재 4년재 대학 126곳 가운데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절반을 넘는 65곳(51.6%)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부실의 위험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정부, 대학 난립 막아 옥석 가리기 시작

2010년 전국의 대학 수는 347개이다. 이는 1990년의 241개에서 20년 사이 106개(44%)가 늘어난 수치다. 학생 수도 142만 명에서 332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79%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높은 진학률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마다 수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을 하고 있지만 수업의 질이 모두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졸업할 무렵에는 능력에서 상당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일단 대학에 입학을 했기 때문에 졸업을 해도 그 눈높이를 낮추기는 힘들어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이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결국 인력을 채용하려는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반대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마땅한’ 직장을 찾기 어려운 이상한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이런 사회구조적 부실을 막기 위해 대학 통폐합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대학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홍승용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연내에 부실대학 명단을 만들어 정부가 실질적인 퇴출작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법조·경제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경영 부실대학의 통폐합과 퇴출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방안은 무엇?

정부는 부실 대학을 퇴출하고 지금까지 대학에 지원했던 지원금 지출을 막아 그 돈으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계획만 가지고 부실 대학 퇴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경우 교과부 장관이 대학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

결국 부실 대학과 건실 대학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퇴출 대상에 오른 대학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정부는 개별 대학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다. 정부의 시정명령에 불응하거나 이행하지 못하는 대학에 정부는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사학들의 경우 대학을 운영함으로써 얻는 무형의 이익이 상당하기에 어떤 수를 써서든 시정 명령을 이행한다.

이럴 경우 정부에서는 강제로 대학을 퇴출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충원율만을 기준으로 하여 퇴출을 강제 집행할 수는 없어 정부는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살아남은 대학에 지원의 폭을 넓혀 보다 많은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소액기부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기업과 법인이 대학에 기부할 때 소득공제를 100%까지 확대하고 기부자가 재산을 신탁기관에 맡겨 연금으로 생활하다가 잔여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공익신탁’의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국내 대학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학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대학생들, 장학금 아닌 ‘반값등록금’ 요구

하지만 결국 이 이 문제도 졸업생 수가 많고,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많은 학교들이 더 많은 기부를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장학금 수혜 폭을 넓혀 이를 통해 등록금을 낮추는 효과를 꾀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또 다른 경쟁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등록금넷’은 정부의 명목등록금 30% 인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반값등록금을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2011년 기준 전체 등록금 총액 14조4000억 원에서 이미 지원되고 있는 장학금 3조원을 빼면, 일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적용할 경우 5조700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2조원 안팎의 재원으로는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등록금넷은 정부에 정부재정 투입을 OECD 수준인 GDP 대비 1.1%로 확대하고, OECD 국가들과 정반대로 사립대가 80%에 육박하는 현실을 개선해야만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녀 2명이 대학을 다닐 때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고 말한 것처럼 이제 대학등록금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우골탑, 인골탑도 아닌 부채로만 인식되고 있다.

대학등록금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고,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끓는 마음으로 부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고 이를 시행하는 것만이 남았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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