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서 기자 = 자신이 근무하는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10년간 모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수차례에 걸쳐 빼돌린 원무팀장과 이 사실을 알고 원무팀장을 협박해 수백만 원을 뜯어낸 전 원무과장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가로챈 혐의로 전직 원무팀장 황모(35)씨와 전직 원무과장 우모(35)씨를 지난 3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춘천 S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A(54)씨가 10년간 매달 15만 원 씩 지급받아 모아둔 기초생활수급비 960만 원을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입원환자 중 사리 분별력이 떨어지는 A씨의 은행 통장을 관리하다 A씨가 10년간 1000여만 원 상당을 저금해 둔 사실을 알고 통장과 도장을 몰래 빼내 6차례에 걸쳐 돈을 인출해 빼돌린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후 A씨는 한 정신병원병원 입원기한이 6개월로 제한돼 있는 규정에 따라 춘천 Y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가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춘천 Y 정신병원 전직 원무과장 우씨가 황씨의 범행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우씨는 A씨가 Y병원으로 우송된 후 A씨의 통장 등을 살펴보다 A씨의 통장잔고가 1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 황씨가 A씨의 돈을 빼돌린 사실을 알아챘다.

우씨는 “A씨의 돈을 빼돌린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황씨에게 협박 전화해 지난해 6월경 2차례에 걸쳐 8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이 없거나 인지능력이 낮은 환자의 경우 환자의 통장 등을 정신병원 직원이 관리한다. 통장을 담당하는 직원은 간식비 명목으로 20~30만 원을 분기별로 인출하고, 인출 및 지출내역을 작성해 관할행정기관에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

정신장애 3급인 A씨가 1999년부터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지난 10년간 정부로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A씨가 인지능력이 낮은데다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으며 여동생 역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며 “A씨의 친형도 연락 두절 상태라 황씨가 돈을 빼돌린 사실을 A씨는 물론 A씨의 가족들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관계자는 이어 “환자의 기초생활비를 병원 직원들이 쓰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여 황씨와 우씨를 각각 절도혐의와 공갈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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