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포들의 이색알바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한때 남녀 간의 만남을 사칭한 ‘삐끼녀’들이 유행을 했다. 온라인을 통해서 남성과 만날 약속을 한 뒤 정작 가는 곳은 값비싼 술집. 그곳에서 술을 한번 먹으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의 돈이 나오기도 했다. 그녀는 그렇게 ‘영업’을 한 대가로 업주에게 돈을 받고 남성에게는 ‘다음에 만나자’고 하면 그만이었다. 남자들은 완전히 ‘봉’이 되어버리는 상황. 이런 일들이 많아지자 각종 유흥관련 사이트에서는 ‘경계주의보’가 내리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남성들이 주의를 하자 이제 그런 여성들이 다소 사라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과거처럼 더 이상 한국 여성들이 아니다. 바로 중국교포들이 ‘남녀 간의 만남을 사칭한 삐끼’ 시장에 다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술을 마시러 가는 곳은 와인이나 양주집이 아니라 중국집이라는 것. 교포들의 색다른 이색알바, ‘중국집 삐기’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평소에 여자한테 관심은 많지만 외모 때문에 여자를 사귀보지 못한 최모 씨. 그러다 보니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만남 어플리케이션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봤지만 이 역시 쉽지 만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자신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 외모도 나쁘지 않고 목소리도 괜찮은 듯이 들렸다. 결국 속으로 쾌재를 부른 최 씨는 건대 앞에서 그녀를 만날 약속을 했다. 사진에서 본 얼굴에는 훨씬 못 미쳤지만 그나마 이게 웬 떡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만났으니 최 씨는 자연스럽게 ‘술한잔’을 권했고 그녀 역시 흔쾌하게 응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자신이 잘 아는 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술을 먹자’고 했던 것. 최 씨는 번거롭게 술집을 찾아야 할 일도 없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가 경험이 많았던 프로라면 이미 이쯤해서 상황을 알아챘겠지만, 여자를 만나본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눈치를 채지못했다고 한다. 결국 여자를 따라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간 후에야 술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술집이 중국음식점이었다는 것. 여기에서도 최씨는 약간의 의아한 생각만 했을 뿐 그녀의 실체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처음에는 멀쩡한 여자가 왜 중국집에 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뭐 스타일에 따라서 중국음식이나 중국술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그때부터 은근히 그녀가 잠자리를 원한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 독한 중국술인 고량주를 벌컥 벌컥 마셨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남자랑 모텔에 간다고 생각하니 좀 취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장사속이란 건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나같이 여자를 잘 모르는 쑥맥이 뭘 알겠나. 어쨌든 그때 술을 먹을 때만큼은 행복감이 엄청났다. 그렇게 않겠는가. 조금 있다가 모텔에 함께 갈 수 있는 낯선 여자와 술을 마신다는 느낌, 정말 좋지 않겠나.”

물론 안주는 그녀가 시켰다고 했다. 그래서 다소 비싼 중국요리를 시켜도 남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것. 거기다가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온 상태라 돈도 두둑하게 준비해 온 상태였다. 남자는 오로지 이 흥겨운 술자리가 끝나고 모텔에서 할 섹스에만 온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런데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던 것은 점점 술이 취하자 그녀의 발음이 조금씩 이상해졌다는 것이다. 다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흔히 듣는 교포의 발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중국 교포일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얼굴도 나쁘지 않았고 특히 몸매는 정말 괜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자신이 교포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약간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술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중국집이라고해서 짜장면만 떠올리면 안 된다. 비싼 고량주 2병에 몇 가지 안주를 시켰더니 거의 30만 원 정도의 돈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그냥 화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중국집 삐기’ 시작한 교포들

그렇게 해서 최씨는 모텔까지 들어갔지만 여자는 곧바로 뻗어 자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서히 화가 나가 시작했다고. 거기다가 여자는 잠꼬대로 정통 중국말까지 했다고 한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이 그녀는 중국 교포였고, 또 자신을 만나기로 한 것도 역시 삐끼 일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하지만 최씨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자고 있는 그녀를 상대로 섹스를 시도했고 결국에는 만조할 만한 느낌(?) 정도는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씨는 후회가 막급했다. 애초에는 그냥 술한잔 먹고 모텔에서 공짜로 섹스를 하는 꿈을 꾸었지만 난데없이 30만 원이라는 큰돈이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중에서야 ‘삐끼녀’에게 당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녀의 전화번호는 바뀌었고 이제는 더 이상 연락할래야 연락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최씨처럼 중국 교포에게 당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그 사례가 많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간혹 눈에 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국 여성들이 철수했던 삐끼녀 시장에 중국 교포가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비싼 와인집이나 고급 술집을 알기 힘드니 결국 교포들이 운영하는 중국집과 커넥션을 맺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국집이라고 하더라도 밤에는 비싼 요리를 팔 수 있으니 그녀들의 알바 수입이 나오기에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중국집에 간다는 것 자체를 남자들이 싫어할 수 있지만, 섹시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제안을 한다면 어느 정도는 남성들의 불만을 커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어느 정도의 교포들이 삐기 일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취재진은 한 유흥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 있는 젊은 중국 교포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식당이나 각종 알바를 한다면 일은 많다. 문제는 그녀들이 그 정도의 돈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얼굴이 좀 반반하고 몸매가 되는 여성들은 그런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는 성매매 업소로 빠지는 경우가 다수다. 하지만 교포들도 이제 한국 사회에서 좀 더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삐끼일이 그녀들의 상황에는 아주 적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매매를 할 필요는 없고, 하루에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알바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마음에 드는 남성을 만나면 섹스까지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직업인가?”

특히 이 대목에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이제 그녀들이 본격적인 ‘만남 어플’을 통해서 남성들을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교포들이 이러한 시도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교포들은 이제 단독적으로 프리랜서의 형태로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한 유흥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런 일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교포들이 프리랜서 성매매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그냥 이발소나 대딸방 등에서 업주에게 고용이 되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인 관계망도 그리 넓지 않았고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제 그녀들도 성매매와 관련된 광범위한 시장에서 생존을 시작했고 이는 앞으로도 더 활성화될 것이다.”

실제 이렇게 한국에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중국의 젊은 교포들이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의 은밀한 성매매 프리랜서 시장에 대한 당국의 경각심이 촉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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