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제비 세치 혀에 놀아난 모녀

건설회사 회장을 사칭해 아파트 분양권을 받게 해주겠다며 모녀를 농락한 50대 남성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분양권을 미끼로 사귀는 여성에게 수천만 원을 뜯어내고, 사귀는 여성의 딸과도 동거한 그의 파렴치 행각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남성은 화려한 언변과 다정함을 내세워 모녀를 감쪽같이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치 혀로 모녀를 연적으로 만든 유부남 제비의 사기행각 속으로 들어가 봤다.

2008년 자신을 ‘○○건설, ○○토건 사장’이라고 소개한 이모(51)씨는 정수기 판매업을 하던 A(47·여)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했다.

이씨는 이혼 후 홀로 자녀들을 키워오던 A씨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줬다. 대머리에 배가 나온 이씨는 호감형 외모는 아니었다. 대신 이씨는 다정다감한 성격과 지적인 면모를 갖춘 매력남으로 가장했다. 이씨의 넉넉한 인품에 마음이 기운 A씨는 이씨와 사귀게 됐다.


화려한 언변에 속아 넘어가

이씨는 A씨와 연인 사이가 되자 검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씨는 “우리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국가유공자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면 48평형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며 A씨를 꾀어냈다.

이씨는 분양권을 미끼로 서류 위조와 취득세, 등록세,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돈을 뜯어갔다. 이씨가 각종 명목을 빌미로 뜯어낸 돈은 5300여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씨의 화려한 언변에 이씨는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이씨는 A씨의 신뢰를 기만하고 각종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씨는 딸의 취직을 염려하던 A씨에게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다”며 “내가 힘써 줄 테니 딸의 취직은 걱정 하지 말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씨는 A씨의 딸을 대통령 비서실에 넣어주겠다는 등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했다. 이씨의 거짓말에 A씨와 A씨의 딸(24)은 이씨와 함께 면접 연습까지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딸의 취직자리를 구해주겠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A씨가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이씨와 A씨의 딸은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사랑해서 네 딸과 동거했다”

이씨의 사기행각은 3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갑자기 가출한 A씨의 딸이 이씨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알게 된 것이다. 졸업 이후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할 만큼 총명한 딸이 이씨에게 속아 사랑의 도피행을 벌였다는 사실에 A씨는 아연실색했다. A씨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성이 사기꾼에 불과하고, 자신의 딸과도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충격에 빠진 A씨에게 오히려 이씨는 “사랑해서 동거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이씨를 고소했다. 이씨의 사기 행각은 이 뿐 아니었다. 모녀를 농락한 이씨가 무직에 유부남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A씨의 딸은 이씨를 변호했다. A씨의 딸은 “이씨는 나의 인생의 멘토이자 영적인 리더”라며 이씨를 적극 옹호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씨 혐의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A씨의 딸은 오히려 어머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딸은 또 유치장에 수감된 이씨를 찾아가 사식과 옷 등을 넣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 경제사범의 경우 채무 변제를 위해 불구속 입건된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가 변제 능력도 없는 데다 이혼녀와 그 딸을 동시에 농락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한 법원은 이씨에 대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은서 기자] caoiec@dailypot.co.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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