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카페 천태만상

정기적인 성적 만남을 조건으로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이른바 ‘스폰서 카페’가 온라인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06년부터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스폰서 카페는 일반인들에게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스폰서 카페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성을 사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일종의 원조교제의 장이다. 스폰서 카페는 인터넷을 통해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어 여성들이 쉽게 성매매에 뛰어들게 만들고 있으나 익명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남성에게는 일회용 공짜 성매매 이른바 ‘먹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최근 스폰서 카페는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세를 넓혀가고 있다. 회원 수가 수만 명에 이르는 스폰서 카페도 적지 않다.

검·경이 나서 스폰서 카페에 단속에 나섰지만 뿌리 뽑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매매의 온상이 된 스폰서 카페는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폰서 카페를 통해 스폰서를 구하는 여성들은 생활고 보다는 성형수술비용 마련, 명품 구입 등의 욕구 충족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자신의 성을 파는 동기도 가볍다.

이처럼 스폰서 카페의 성행은 황금만능주의로 곪아가는 세태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접근 쉬우나 등업 까다로워

인터넷 변종 문화로 자리 잡은 스폰서 카페는 나름의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스폰서 카페로의 접근은 쉽지만 등업 절차는 까다롭다. 신상을 공개해야 카페상의 게시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등업 된 회원들은 게시판 등을 통해 자신의 조건을 과시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올려 이성회원을 유혹한다. 여성회원 뿐 아니라 남성회원도 스폰서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도 한다. 여성회원들이 출중한 외모를 무기로 내세운다면 남성들은 초콜릿 복근 등 신체조건을 강조한다. 노골적으로 화대를 요구하는 게시글도 적지 않다. 또 스폰서로 나선 회원들은 최고 수백만 원까지 줄 수 있다며 부를 과시한다.

등록금이나 생활비 마련에서부터 명품 구입, 성형수술비용 마련까지 스폰서를 찾는 회원들의 동기도 다양하다. 또 단속에 대비해 스폰서란 단어는 금칙어로 설정돼 있다. 대신 ‘도움 주실 분’ ‘애인대행’ 등의 단어로 스폰서를 구한다. 사실상 스폰서 카페는 성매매 창구로 불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 VIP 회원을 따로 선정해 운영한다. 한 스폰서카페의 VIP회원 자격 대상을 살펴보면 남성은 능력, 여성은 외모나 나이가 자격 요건으로 요구된다. 남성회원 중 상위권 능력이 갖춰진 남성과 여성회원 중 출중한 외모를 갖추거나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교 재학 중인 여성을 VIP 대상자로 명시하고 있다.

스폰서 카페는 신체조건, 직업, 연봉 등 회원의 구체적 프로필을 게시물이나 이메일로 요구한다. 이 프로필을 통해 운영자는 일반회원과 VIP 회원을 선별해 관리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있다. 운영자가 별도의 프로필 사실 여부에 대한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회원들이 프로필을 조작해 보내도 알아챌 수 없다. 때문에 스폰서 카페의 경우 여성 회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부유한 후원자를 만나기는 사실상 0%에 가깝다. 오히려 직업을 속인 남성과의 일회성 성매매에 그치거나 ‘먹튀’를 당한 여성도 부지기수다.


스폰서 카페엔 스폰서 없다

최근 이 같은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에 스폰서 카페를 개설 한 뒤 성매매를 알선하고 성 상납까지 받은 40대 학원 알선업자가 검찰에 붙잡힌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스폰서 카페 개설자 이모(43)씨와 회원 김모(26)씨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유명 포털사이트에 스폰서 카페를 개설한 후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자신의 카페에 가입한 여성회원 81명에게 “스폰서와 연결해주겠다”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카페에 가입한 여성회원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로 교사와 항공기 승무원, 전문직 여성 등이었다. 이들은 명품 구입이나 성형수술비 마련을 위해 스폰서 카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한 달에 4차례 정도의 성관계를 갖는 대가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연봉 7200만 원을 받는다”는 전문직 여성이 스폰서를 구한다고 이씨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여성 회원들을 커피숍 등에서 직접 만나 면접을 봤으며, 여성회원의 인적사항 등 50여개의 항목에 따라 상세히 기록해뒀다.

특히 이씨는 “스폰서 소개 전에 테스트를 가져야한다” “나와 성관계를 하면 조건 좋은 남성을 소개해주겠다”며 일부 여성회원들을 꼬드겨 성 상납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0여 명의 여성회원들과 잠자리를 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군소 연예기획사로부터 수백만 원을 사기 당해 급전이 필요했던 여대생 A씨는 스폰서 중개 조건을 대가로 이씨와 성관계를 맺었지만 스폰서를 소개받지 못했다. A씨는 또 다른 카페 운영자인 김모(25)씨로부터 “성관계 한번에 70만 원을 주는 남성을 소개시켜주겠다”는 스폰 만남 권유를 받고 김씨와 성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스폰서를 소개받기는커녕 “경찰에 신고하면 끝까지 찾아내 보복하겠다”는 협박을 당했다.

이씨가 운영한 스폰서 카페에는 스폰을 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의 남성회원은 없어 실제 스폰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1회에 10만~20만 원짜리 성매매 거래가 이뤄진 사실만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남성 회원인 주모(27)씨는 이 카페를 통해 만난 여성 11명에게 ‘스폰 만남을 하겠다’며 성관계를 가진 뒤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의 접근용이성과 익명성을 이용해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성들도 스폰서 카페를 이용해 쉽게 성매매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직후 스폰서 카페를 통한 성매매 근절을 위해 주요 포털사이트에 스폰서 카페나 유사 카페 폐쇄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카페 57개와 61개를 사실상 페쇄했다. 또 ‘애인대행’ ‘조건만남’ ‘스폰’ 등의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해 스폰서 카페 개설 및 검색·접근되지 않도록 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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