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50대 부부가 5개월여 차이로 잇따라 의문의 사고사를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사고사로 일단락 지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해 재수사에 나서는 한편, 딸 장모(32)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행방을 쫓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4일 서울 강북동 수유동 장씨 어머니 박모(52)씨의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박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가 함께 술을 마시고 잠이 든 뒤 박씨가 잠을 자던 안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른 방에서 잠을 자던 장씨는 딸을 데리고 빠져나왔다. 당시 경찰은 단순 사고사로 일단락 지었다.

5개월 후인 지난 2월 26일 오전 2시께 경기 고양시 장씨의 집 베란다에서 장씨 아버지(57)가 추락해 숨졌다. 장씨가 동생 결혼식 참석을 이유로 폐암으로 입원 중이던 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 간 날 숨진 것이다. 당시 경찰은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경찰은 ▲ 장씨가 어머니 사망보험금 7000만 원을 수령한 점과 ▲ 아버지의 사고 직전 1억원에 달하는 아버지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장씨로 변경된 점 ▲ 폐암 환자인 아버지가 담배를 피기 위해 베란다로 나간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재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장씨를 출석시켜 아버지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장씨가 남편 출근 등을 이유로 귀가한 후 출석을 미루다 잠적했다. 경찰은 장씨에 대해 출석불응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가 이혼한 후 할머니 집에서 성장하고 결혼 무렵부터는 부모 집을 가끔 왕래했다”며 “장씨가 주식투자 실패로 1억5000만 원 상당의 채무가 늘어 궁핍한 상황에 있었다. 정황적 증거만 있을 뿐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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