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조폭에 서울·경기 조폭 연합 ‘맞짱’

세력 다툼을 벌이던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이 보복전을 벌였다 쇠고랑을 차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에 올라온 상대 조직원을 무차별 폭행해 전치 12주 부상을 입힌 혐의로 답십리파 조직원 K(27)씨 등 4명을 구속하고 B(27)씨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호남 지역을 본거지로 한 조폭들의 서울 진출이 활발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서울·경기 조폭들이 연합해 집단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대구지역 폭력배 결혼식 전야 행사장에서 답십리와 전주나이트파 간 갈등이 촉발됐다.


집단폭행에 보복폭행으로 맞서

이 행사장에서 답십리파 조직원 P(26)씨가 “전라도 애들이 서울에서 너무 설친다”며 호남 폭력조직을 비하하자 전주나이트 조직원들이 격분했다. 자신들의 조직을 폄하한다고 여긴 전주나이트 조직원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전주나이트 조직원 H(27)씨 등이 P씨를 무차별 폭행한 것이다.

이후 답십리파와 이글스파, 화양리식구파 등은 ‘지방조직에 서울조직이 밀렸다’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8개월간을 벼르던 이들은 지난 6월 4일 복수의 기회를 포착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모 웨딩홀에서 열린 광주지역 폭력배의 돌잔치 행사에 H씨가 참석한다는 것을 파악한 이들은 곧장 연합세력을 구축했다.

P씨가 폭행당한 것에 대한 보복에 나선 연합세력은 조직원 17명을 동원해 돌잔치 행사 장소에 난입했다. 돌잔치 행사장에서 H씨를 찾아낸 이들은 얼굴을 수차례 때려 실신시켰다. 이들은 행사장이 위치한 4층 복도에서 H씨의 가슴과 팔 등을 발로 짓밟았다. 이들은 실신한 H씨의 다리를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1층으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H씨는 머리 등이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부딪쳐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양팔 척골골절 등 1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유흥가 뒷골목 재격돌 불발

이들은 전주나이트파 조직원에 전화해 “H씨가 K병원 응급실에 있으니 찾아가봐라”고 전했다. H씨가 중상을 입은 것을 확인한 전주나이트파 조직원들은 바로 다음날 서울로 올라와 재보복에 나섰다.

전주나이트파가 상경하자 서울·경기 지역 조폭 연합세력과 호남 조폭 세력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다.

세력 대결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서울 조폭 6개 조직과 경기지역 2개 조직이 조직을 불문하고 뭉쳤다. 최근 지방출신 조폭들이 상경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서울에 뿌리를 둔 토박이 출신 폭력배들의 위기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은 세력 확장을 위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기업 인수합병에도 깊숙이 관여한다”며 “최근 지방 조폭의 서울 진출해 이권에 개입하기 시작하자 20대 초중반의 서울 조폭들이 연합세력을 구축해 공동 대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 연합 조직은 서울 장안동 유흥가 뒷골목에서 특수 제작된 회칼과 쇠파이프, 야구방망이 등을 소지한 채 승용차·승합차 20여대에 나눠 타고 전주나이트파 조직원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들의 세력대결은 불발에 그쳤다. 검은 양복을 갖춰 입은 조직원들이 일렬로 늘어선 차량에 대기하고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이들 조직원들은 대부분 20대로 190cm에 140kg의 거구”라며 “이들 조직원 수십 명이 유흥가 뒷골목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날 서울 경기 조폭 연합세력 40여 명과 전주나이트파 40여 명이 세력대결을 벌일 뻔 했으나 경찰이 출동해 서로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서울·경기파와 지방파가 조직 차원의 세력대결을 위해 특수 제작된 흉기 등을 소지한 채 승차 대기했다 해산한 부분에 대해서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무자비한 보복폭행을 감행하거나 폭력조직간 자존심을 건 세력 대결 상황을 대비해 특수 제작한 흉기를 소지하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폭력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폭력배들의 연령층이 날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20대 폭력조직원들이 세력 과시와 폭력배로서 자립을 위해 과도한 폭력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폭력조직 기반 자체를 와해시키는 심층 기획수사 활동을 적극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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