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는 없고 흑심만 있었다

교회 장로이자 어려운 청소년을 돕는 사회 활동가, 차(茶) 애호가로 유명세를 떨친 종교인의 인면수심 행각이 수십여 년 만에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다도와 신앙생활을 통해 올바른 길로 선도할 수 있다’며 다수의 남자 아동과 청소년을 집으로 데려와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3형제 모두 강제추행 하는 등 아동과 청소년 6명을 상대로 20여 년 간 변태적 성욕을 채워온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미성년자들을 농락해 온 그의 정체는 결국 성년이 돼 고교 교사로 근무하던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탄로 났다.

모 방송사 교양프로그램에 청소년 봉사자와 다도인 등으로 수차례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탄 김모(61)씨.

김씨는 아동 지원 단체의 서울지부장, 교회장로로 활동하고 다도 관련 책도 다수 집필하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김씨는 대중들에게 ‘보이차와 자연주의 밥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 ‘보이차 권하는 남자’ ‘어려운 청소년들을 돌봐 주는 사회 활동가’로 각인됐다.


사회적 지위 이용해 마수 뻗쳐

김씨는 이 같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십분 활용했다. 김씨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단시간에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었고, 피해자들을 손쉽게 자신의 보호감독 하에 둘 수 있었다. 피해자 부모들은 김씨의 사회적 지위를 믿고 자녀들을 김씨의 집에 위탁시켰다.

김씨는 학교 측에 “문제 학생을 다도와 신앙생활로 올바른 길로 선도할 수 있다”며 설득해 교내 문제 학생을 인계받았다. 김씨는 또 교회 신도들을 통해 알게 된 아동·청소년 부모들에게 “지방보다는 서울이 교육하기가 좋다” “해외여행에 동행시켜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주겠다”고 말해 아동과 청소년들을 꾀어냈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지방에 살다 서울에 올라와 김씨와 거주하거나 방학기간을 이용해 김씨의 집에 머물기도 했다”며 “김씨는 다양한 구실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집으로 끌어들이거나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위탁 보호했던 피해자들은 20여 년에 걸쳐 상습적 강제추행 당했다. 김씨는 아이들을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삼은 것이다. 김씨에게 농락당한 피해자는 모두 6명에 달했다.

김씨는 1991년 서울 마포구에서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A(35)씨 등에게 ‘선도’를 명목으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옷을 벗기고 은밀한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했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어려 판단력이 떨어지는 아동을 타깃으로 삼았다. 2003년 당시 6살로 유치원에 다니던 피해자 B(14)군에게 침을 놔주겠다며 옷을 벗게 한 후 신체 부위를 만져 강제 추행했다. 김씨는 지난 7월까지 B군을 9년간 지속적으로 유린했다.

이 뿐 아니었다. 김씨는 2004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C(18)군을 해외여행에 데려가겠다고 꾀어냈다. 자신의 집으로 C군을 데려온 김씨는 함께 잠을 자던 중 C군의 신체를 만지고,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 6년간 C군을 상대로 자신의 성욕을 채웠다.

김씨는 또 2009년 D(15)군에게 중국여행을 보내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추행한 뒤 지난 5월까지 강제 추행했고, 지난해 스키장을 빌미로 E(12)군을 꾀어내 지난 5월까지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

지난 3월에는 F(14)군에게 “지방에서 교육받는 것보다 서울에서 교육 받는 것이 좋다”며 “나와 함께 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집으로 불러 지난 6월까지 강제 추행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3형제 모두 김씨에게 강제추행 당한 경우도 있었다.

김씨의 추악한 실체는 피해자 A씨의 신고로 드러났다. A씨가 “20년 전 교회 장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는데, 지금도 지속적으로 미성년자들을 강제 추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씨의 성폭력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신고해 내사에 착수한 경찰이 김씨의 강제 추행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트라우마로 남은 성추행

김씨의 강제추행이 20년간 대상을 바꿔오며 이뤄졌음에도 단 한 건의 경찰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극도의 수치심 때문에 부모나 경찰에 성추행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또 김씨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인데다 사회적 평판이 좋은 점도 신고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김씨 역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성추행한 후 돈과 선물을 건넸다. 김씨는 또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집에 설치된 방법용 CCTV를 칸막이로 막아 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모두 남자로 ‘성추행 당했다고 신고하는 것은 남자로서 부끄럽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 김씨가 유명인이라 신고해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신고를 꺼리게 했다”며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잘못했다’ ‘두 얼굴을 쓴 사람 같아서 할 말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이 20여년에 걸쳐 지속됐고, 김씨가 위탁 보호한 청소년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피해 사실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최은서 기자] caoiec@dailypot.co.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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