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1)씨의 로비리스트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씨는 로비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그동안 접촉해온 부산저축은행 측 인사가 김양(59·구속기소) 부회장 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지난 1일 알려졌다.

박씨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위기를 맞자 정관계 인사과 접촉해 구명활동을 펼친 의혹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여권 실세와 청와대 고위인사 등을 부산저축은행 측에 연결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15억 원을 줬다는 김 부회장과의 진술과는 달리 “받은 돈은 10억 원이며 이 중 대부분은 정관계 로비가 아닌 사적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학교법인 포항공대(포스텍)에서 각각 500억 원씩 총 1천억 원을 투자받아 유상증자를 돕고 사례비 명목으로 6억 원을 챙겼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검찰조사에서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김양 부회장을 만났다”며 사실관계 자체를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최근 박씨의 로비 대상자를 정리한 이른바 박태규 로비리스트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박태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여야 국회의원은 현재까지 5명이다. 이들은 대체로 부산이 지역구이거나 연고지다.

여권실세 K의원과 G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J의원과 S의원 그리고 민주당의 Y의원 등이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G의원 측은 한 일간지와의 접촉을 통해 “알고지낸 것은 맞지만 올해 초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외에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나돌고 있는 박태규 리스트가 사실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박씨가 금품을 전달할 이유가 충분치 않아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등장인물들 중에는 박씨를 만난 이들도 있어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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