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섹스리스 부부’ 늘어간다

과거 섹스리스 부부는 대개 40~50대인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면 인체의 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로 인해 섹스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자연스럽게 섹스를 기피하다 보면 어떨 때는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해지기도 한다. 바로 본격적인 섹스리스에 접어드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섹스리스 부부가 30대로 그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경쟁 사회와 치열한 직장생활이 남성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이것이 본의 아니게 섹스 능력의 저하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 30대에 ‘고개 숙인 남성’이 되는 우리 시대의 남성들의 항변과 여성들의 불만, 섹스리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집중 취재했다.


섹스가 무서워지는 남편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경우 30대가 지날수록 성욕과 성적인 능력이 더욱 향상된다.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기 시작하면서 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과 부조화는 부부간의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결국에는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직장인 최모(35)씨는 최근 아내로부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다름 아닌 아내의 집요한 섹스 요구 때문이다. 사실 최씨의 경우 섹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왕성한 성적 호기심 때문에 20대부터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섹스를 즐겨왔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섹스에 대해 차츰 흥미를 잃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하루하루 아내의 섹스 요구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그렇게 변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매일매일 힘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성적인 욕구가 심각하게 감퇴됐고 아내의 몸을 만지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힘든 일이 돼버렸다. 최씨는 “젊었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섹스가 귀찮아졌다는 게 나 자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정말이지 마음도, 몸도 따라주지 않으니 어떻게 하겠나.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친구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사실 아내에게 다른 미운 감정은 없다. 아내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자신의 성욕을 풀지 못하니 오죽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겠나. 섹스만 요구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맞춰서 살아갈 수 있는 듯 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너무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고 허탈해 했다.

실제 최씨와 같은 ‘30대 섹스리스 가장’은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수의 통계 조사에 의하면 과거 40~50대 중심의 섹스리스 남성이 이제는 그 연령대가 30대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30대인 김모씨는 한마디로 ‘죽어 지내는’ 스타일이다. 집안의 분위기로만 따지면 아내가 남편 같고 남편은 말 잘 듣는 고분고분한 아내의 역할이다. 이는 모두 그가 제대로 된 섹스를 해주지 못해서다.

김씨는 “어느 날 섹스를 하다가 순식간에 발기력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아내도 나를 이해해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점점 시간이 흐르고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어느덧 서서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는 그때부터 술이 늘기 시작하더니 내 짐작으로는 여자 동료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에도 가는 듯이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었다.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섹스를 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 ‘원죄’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섹스리스는 핑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이런 섹스 기피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여성들도 있다. 가정주부 문모(37)씨는 “솔직히 남자들은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몽정이라도 한다고 들었다. 병이 들어 완전히 드러눕기 전까지는 여자를 밝히는 것이 남자가 아니었던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매일매일 남자는 정자가 생성되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섹스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섹스를 못하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직장여성 강모(36)씨는 “남자들은 섹스 자체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의 섹스’를 기피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수없이 많은 이상한 성매매 업소들이 있다. 단편적으로만 봐도 그런 업소들은 장사가 잘되는데 왜 그렇게 성에 불만족스러운 아내들이 많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강씨는 이어 “그것은 남자들이 ‘밖’에서 모두 섹스를 해결하고 온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섹스리스는 한마디로 핑계에 불과하다. 다른 곳에서 섹스를 했으니 집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그것이 단지 ‘섹스리스’라는 말로 포장될 뿐이다”라고 강변했다.


섹스리스는 극복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여자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 심각한 육체적인 피곤함 때문이 아니라면 이 같은 섹스리스의 대부분의 원인은 남자에게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성매매의 발달, 포르노의 유통·확산 등도 이런 섹스리스의 한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남성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면서 굳이 아내와의 섹스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성욕을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매우 비도덕적이고 이 같은 유의 섹스리스는 전적으로 남성에게 책임이 있지만 어쨌든 이런 자극을 잊지 못하고 아내와의 섹스를 기피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들의 섹스 패턴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단 남성들은 다소 이기적으로 섹스를 한다. 아내에게 충분한 애무를 하지도 않고 심지어 키스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섹스를 하니 아내로서는 섹스가 즐거움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통이 돼버리는 것. 그러니 자연스럽게 남편과의 섹스를 기피하게 되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섹스리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섹스리스’가 가져다주는 ‘미래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직장인 최모(39)씨는 ‘늙어서 타박당하지 않으려면 지금 잘하거나 아니면 아예 이혼을 하라’고 말한다.

최씨는 “젊은 시절 아내를 구박하다 나이 들어 아내로부터 구박당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이가 든 사람들을 보면 그것이 현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자로서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뿐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괴로운 일이다. 주변에 그런 선배들이 좀 있어서 그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주변에 그런 후배들이 있으면 차라리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이혼하라고 권해주는 편이다. 늙어서 경험하게 되는 그 괴로움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섹스리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이 실천을 할 수 있든 없든 간에 일단 ‘정답’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육체적인 피로감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섹스리스라면 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자신의 일의 방식을 바꾸거나 양해를 구해 일정 정도 휴식기간을 가져야 한다. 일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압박감을 벗고 다시 여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부담감이 없으면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섹스리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자위 때문에 섹스리스가 된 부부 역시 매우 간단한 해결책이 가능하다. 일단 무조건 포르노를 끊고 일주일 정도만 지내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성욕이 살아나고 아내와의 섹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섹스리스의 의학적 해결방식은 이처럼 간단하다. 하지만 현대 도시 사회에서 살아가는 남성들이 이를 실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동석 헤이맨라이프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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