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직을 사퇴하고 평 의원으로 돌아가 침묵하고 있던 대구 유승민 의원이 얼마 전 입을 열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아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 대구지역 물갈이론이 나오고, 또 직전 동구청장을 지내고 새누리당 후보로 대구시장 출마를 노렸던 이재만 씨의 자신을 겨냥한 맹추격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대구지역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작심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사퇴 3개월 만이었다. 유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했고, 19대 때는 거꾸로 됐다”며 이를 ‘보복정치’로 규정하고 “정말 안 좋다”고 말한 뒤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친분 있는 의원들이 부당한 압력이나 차별을 받는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이 말하는 보복정치 형태가 나타나면 당연히 문제제기를 하고 저항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한데 대한 첫 저항 발언인 셈이다. 저항이라는 표현 보다 박 대통령을 향한 경고성으로 보였다. 그는 특히 초선 의원 물갈이설에 대해 대구지역 대부분의 초선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며 10년 넘게 대통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럼에도 자신과 가깝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면 언제든 그들을 도울 준비가 돼있다는 각오를 확실히 했다. 상당한 도전적 발언이었다. 그의 사퇴 여부를 둘러싼 갈등당시 그에게 힘을 실어줬던 초선의원들에 대한 강한 의리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창 일고 있던 야권 합류설과 서울 출마설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 없다고 일축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또 “당헌 당규에도 없는 내용으로 대구, 경북지역이 우선 공천 지역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TK국회의원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격앙했다. 이 대목에서 그의 공천룰에 관한 반발은 청와대 보다 김무성 대표에 더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어쨌든 원내대표 사퇴 후 3개월 만에 그가 정치적 고뇌 일부를 지역 언론을 통해 드러냈다.

적나라해 보이는 말속에 상당한 가시가 느껴졌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겠으나 어떻든 타의에 의해 물러난 사람 입장에서의 반발은 당연할 수 있으나, 그가 좀 더 큰 정치인이면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의정치를 한다는 3선의 중진 정치인이 내공 있는 자기 성찰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자기를 오늘의 위치까지 끌어올려준 박 대통령께 진심어린 고해를 한 연후에 당이 유승민을 지지했던 지역의원들에게까지 누를 주지 않도록 큰마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으면 누가 들어도 좋았을 일이다. 사실 ‘유승민’ 하면 박근혜 대통령 덕에 정치적 성장을 한 사람이다.

그걸 모르는 유권자들이 없는데, 만약 자신하고 가까워서 부당한 대접을 받는 대구지역 국회의원이 있으면 자기가 가만있지 않겠다는 어떻게 보면 대통령을 향한 도전적일 수 있는 발언을, 그것도 지역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이건 철부지 영웅심이 될 수도 없고, 조폭세계의 ‘나와바리’ 지키기도 아니고, 역시 그가 아직 정치적으로 덜 여물었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