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필리핀 ‘코피노’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한국 법원이 필리핀에서 자녀를 낳고 도망친 한국 남성에 대해 친부를 확인함에 따라 향후 코피노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은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면서 여성과 동거를 했고, 두 명의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돌연 한국으로 귀국을 하면서 그들과의 연락을 끊었던 것. 하지만 필리핀 여성은 한국으로 입국, DNA검사를 했으며 이를 통해 결국 친부의 권한을 인정받아 양육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번 경우는 해당 남성이 성매매를 한 것이 아니라 동거를 했다는 점에서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여전히 필리핀에서는 많은 한국인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면서 자녀를 낳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전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필리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필리핀을 방문하는 제1위의 국가는 단연 한국이다. 거리상으로 4시간 정도로 짧기도 하거니와 영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사소통의 자유로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한국의 저렴한 돈으로 필리핀의 많은 것들을 즐길 수 있다는 자유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싸서 받기 어려운 마사지 등도 이곳에서 채 1만 원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영어연수’의 목적으로 필리핀을 찾게 된다.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면 기숙사는 물론이고 숙식, 빨래, 청소까지 모두 해결되고 하루에 6시간~8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으니 실전 영어경험이 현저하게 부족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필리핀의 경우 경제가 열악하기 때문에 성매매에 나서는 여성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 특히 나이트클럽과 같은 곳에서 일명 ‘파티걸’을 만날 경우 하루에 7~8만 원 되는 돈만 내면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돈으로 손쉽게 성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필리핀 여성들은 한국 남성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일단은 돈이 많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잠시 필리핀에서 머무는 한국인들이야 어차피 돈을 쓰러 온 것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물 쓰듯이 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니 현지 여성들의 입장에서 한국인들은 ‘봉’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지 하룻밤 잠을 자거나 혹은 동거를 하면서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일부 한국 남성들은 유흥가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면 아예 그녀에게 돈을 주고 일을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한달에 최대치로 버는 돈은 채 50만 원도 되지 않는다. 적으면 30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 돈만 지불하면 아예 동거를 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일부 남성들은 룸살롱 여성들에게 ‘내가 돈을 줄 테니 더 이상 룸살롱에서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한 뒤 본격적인 동거에 들어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실제 이런 것을 원하는 여성들도 상당수라고 할 수 있다. 룸살롱에서 일을 할 경우, 매일 밤 7시부터 새벽 2~3시까지 낯선 남성들을 만나 술을 먹어야 하고, 몸을 팔아야 하는 처지인데 반해, 한국 남성과 동거를 하면 그저 함께 있어주고 섹스를 해주는 댓가만으로 그 정도의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필리핀 여성들의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서로의 요구가 맞다보니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카톨릭 국가이기 때문에 낙태를 죄악시 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러다 보니 임신을 하게 되면 거의 예외 없이 아이를 낳게 된다는 것.

사업 때문에 결혼 선택하는
한국 남성들

실제 필리핀 여성들은 18세만 되어도 자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흔한 편이다. 대부분 처음 남성과 섹스를 한 뒤 곧바로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 경우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 남성과의 임신에서도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게 되고, 현재까지 이렇게 낳아진 코피노만 해도 최소 1만 명에서 3만 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낳아진 아이들에 대해서 한국 남성들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자신들이 즐길 건 한껏 즐기다가도 돌연 한국으로 귀국을 해버린다는 것. 특히 필리핀 여성들의 경우 비자가 없으면 한국에 입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현재 필리핀 국민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워킹비자나 예술비자가 있어야 하지만, 이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 또한 설사 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난한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에 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비행기 티켓 비용만 해소 60~70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 가정부의 경우 한 달 월급이 12만 원 정도로 책정이 되어 있다. 또한 한국에서의 체류비용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1년 정도는 단 한 푼도 쓰기 않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가난한 필리핀 여성은 한국에 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부 한국 남성들이 현지의 사정을 악용하면서 코피노를 낳고 한국으로 도망을 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필리핀 세부 현지에서 민박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조모씨(47)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필리핀은 그야말로 ‘유흥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싼 가격에 여자를 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밤에 유흥가에만 나가도 만날 수 있는 여자가 천지에 깔려 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필리핀에서는 너무도 쉽기 때문에 한번 필리핀의 유흥에 빠지게 되면 여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필리핀 여성들이 이국적으로 생겼기 때문에 이러한 매력에 끌리는 한국 남성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 여성과 결혼을 하는 것은 사업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외국인이 소매업을 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사업자등록증 자체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려는 한국 남성들은 필리핀 현지인의 명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나 선택했다가는 나중에 사업을 통째로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녀도 낳고 ‘부부 사이’라는 점에서 최소한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업을 빼앗길 우려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리핀 여성과의 문화 차이로 인해 이에 대해서도 많은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 특히 필리핀 여성과의 결혼에는 한국과는 다르게 더 많은 ‘부대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1:1 결혼이어서 여성의 집안 전체를 먹여 살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필리핀의 경우에는 일자리도 부족하고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한국 남성이 필리핀 여성과 결혼했을 때에는 해당 집안 전체를 부양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돈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이에 대한 불만이 서서히 쌓이게 된다는 것. 특히 수시로 돈을 요구할 때면 한국 남성들의 짜증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문제도 있는데다가 만약 사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한국으로 귀국하고 연락을 끊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자녀가 있기는 하겠지만 외국 여자와의 결혼으로 낳은 자녀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에서 자녀를 대하는 것보다는 애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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