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이용한 돌려막기식 투자유치에 당했다


‘공동 창업’ 수법 내세워 창업 투자자들 끌어 모아
투자금, 부동산 투자·채무 변제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 투자하면 투자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수백억 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 창업컨설팅업체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는 금융위원회의 인가 없이 투자원금을 보장하는 유사수신행위를 벌인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일당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공동창업’이란 신종 수법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주부나 퇴직자등을 끌어 모았다. 투자금은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되거나 채무 변제, 부동산 투자 등 개인용도로 사용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버는 것처럼 속여 창업희망자 155명으로부터 257억 원 상당을 불법으로 투자받은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창업컨설팅업체 H사 대표 김모(41)씨 등 7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고수익 보장’ 유혹

일당은 2009년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창업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한 주부나 퇴직자 등 155명의 창업희망자들에게 “점포를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프랜차이즈 업체에 위탁 또는 공동 창업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투자 원금은 물론 매월 확정수익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며 투자 방식과 투자처 변경을 유도했다.

이처럼 이들은 이른바 ‘공동 창업’ 수법을 내세워 창업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공동창업이란 투자자가 프랜차이즈 업체에 매장운영을 위탁하거나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약정한 후 실제로는 투자자가 매장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매출과 상관없이 매월 3~5%의 확정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창업컨설팅사는 인터넷 광고와 전화로 창업희망자들을 끌어 모은 뒤 프랜차이즈 업체에 소개해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창업 컨설팅사는 창업희망자들에게 소개료로 투자원금의 3%를 지급했고, 프랜차이즈 업체는 투자금의 15%를 창업 컨설팅사에 지불해, 결국 창업컨설팅사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유명 디자이너 이름을 딴 귀금속 판매 프랜차이즈 업체를 비롯해 설렁탕 전문업체 등 14개 업체는 컨설팅 업체를 통해 257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불법 유치했다.

이들은 사업 설명 자료를 통해 고수익은 물론 원금 보장을 약속했다. 원금 보장은 은행 예금과 적금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금융위원회 인가 없이 원금 보장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불법이다.

모 귀금속 판매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홍보 동영상 등을 통해 “명품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다. 이번에 중국을 시작으로 전 아시아에 OO주얼리 브랜드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며 유망한 투자처인 것처럼 눈속임했다. 경찰인 이 주얼리 업체가 유명 디자이너 본사와 연간 6억 원의 라이센스 계약만 맺고 이름만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모 주얼리 업체 대표는 자신이 20대 때 7억을 버는 ‘7억 소녀였다’ ‘맨하탄에 빌딩이 있다’ 등의 허무맹랑한 말을 창업희망자들에게 늘어놓았다” 며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프랜차이즈인데다 피해자 대부분이 투자 경험이 없는 주부와 퇴직자들이어서 쉽게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 주얼리 업체 대표 강씨와 모 설렁탕업체 박모(47)씨 등은 창업희망자들을 상대로 창업을 가장해 투자금을 유치, 유사 수신했다고 판단해 사기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매장 폐업

일당의 설명과는 달리 실상은 유명 브랜드를 이용한 돌려막기식 투자유치였다. 창업 후 경영 실적이 좋지 않자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모 주얼리 업체, 모 설렁탕업체의 브랜드 가치를 내세웠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은 업체 직영점의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됐다. 또 후순위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일명 ‘돌려막기’식으로 유사수신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창업컨설팅사에 지불한 과도한 수수료 지급과 경영 실패로 전국 대부분의 매장이 폐업했으며, 일부 업체는 투자금으로 부동산 투자, 채무 변제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모 주얼리 업체의 경우 용산 한남점 등 7개 매장이 폐업했으며, 모 설렁탕 업체는 구로점 등 5개 매장이 폐업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 주얼리 업체는 투자금 104억 중 21억, 모 설렁탕 업체는 65억 중 14억만 수익금 명목으로 지급한 후 나머지는 경영 등의 명목으로 모두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모 설렁탕 업체 대표 박씨는 4억에 달하는 제주도 펜션 3채를 사고, 부채 6억 원을 갚는데 투자금을 썼다”며 “모 주얼리 업체 대표 강씨도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강남 청담동 고급 빌라에 지내며 명품으로 치장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창업희망자들은 확정수익금은 커녕 원금도 모두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모 설렁탕 업체에 3억을 투자한 피해자 유모(50)씨는 “원금 보장 약속에 산업재해보상금까지 다 투자했다. 투자한지 3개월이 지나자 매달 지급하기로 한 확정수익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사기당한 사실을 알았다”며 “이 문제로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정불화로 집에 1년 3개월간 못 들어가는 등 이혼 위기에 처해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날린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평균 1~2억을 사기 당했다”며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투자자는 14억을 투자한 사람으로 모 주얼리 업체에 8억, 모 설렁탕 업체에 6억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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