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줍는 노인이 오토바이에 매달고 가던 수레가 떨어지면서 뒤에 따라가던 차량이 들이받아 사고가 날 뻔 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뒤에 갑자기 놀라 정차한 운전자가 노인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냈다. 만약 그 노인이 큰 사고를 당하여 사망했다면 얼마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로 그 순간 그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게 민망하기도 하여 얼른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잊으려고 애쓴 적이 있다.

현재 법원에서는 정년이 지난 노인에 대하여는 일실수입의 손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일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났으므로 일을 하지 못한 손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노인들은 움직일 수 있는 한 먹고살기 위하여 일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에서는 이런 경우 일실수입을 인정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위자료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손해3분설에 의하면 사람이 다치면 3가지 손해를 나누어 인정한다. 치료비, 일 못한 손해(일실수익), 위자료 3가지의 손해를 별도로 나누어 계산한다.
 
노인의 경우에는 실제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 데도 가동연한이 지났다는 이유 등의 이유로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그 배상을 받을 수 없는데 이 때 피해자 가족들은 죽은 부모님을 살려내라. 돈도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이 때 이러한 사정은 어쩔 수 없이 일실수익으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자료를 근거 없이 무한정 올려줄 수는 없다. 위자료의 보완적 기능은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 데도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없게 됨으로써 피해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이를 참작하여 위자료 액을 증액함으로써 손해전보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함부로 위자료를 인정한 사건을 파기한 것이 있다. 대법원에서 파기한 이유는 재산상 손해액의 확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편의한 방법으로 위자료를 과다하게 인정하여 위자료의 보완적 기능을 너무 넓게 확장하였다는 것이었다. 위 사례는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하여 허위진술을 하고 1년 복역하다가 가석방되었던 장군 본인 및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에서 인정된 위자료 85천만 원은 재산상 손해를 감안하여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인데, 대법원은 추가적인 재산적 손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산적 손해를 별도로 산정하여 배상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무조건 위자료를 증액하는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았다.
 
<이재구 변호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