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p선 붕괴 ‘개미허리’ 휜다


이진우 기자 = 지난 주 국내 증시가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폭락을 거듭했다. 지난 8월초 불거져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던 미국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이미 8월초에 ‘소버린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터라, 시장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위기가 기정사실로 윤곽을 드러낸 데 이어 미국은 이미 케케묵은 경기부양 정책을 꺼내들어 금융시장을 실망시켰다. 또한 [일요서울]은 [제906호 - 9월 위기설, 그 실체는?] 제하의 보도에서 향후 증시가 1540p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한 증권사의 충격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검은 금요일, 금융시장 초토화로 공포 심화
경기침체 현실적 해법 없다 ‘우려 확산’


지난 23일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미국이 경기 둔화를 겪고 있으며 균형 재정과 경기 부양을 가져올 올바른 정책에 대한 합의가 실패했다”고 비관적인 진단을 토로한 직후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과 폭락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인터넷 포털과 증권사이트에서는 큰 손실을 입은 개미투자자들의 공포에 질린 하소연들이 봇물을 이뤘다.

같은 날 오후 어느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투자경력 21년의 김모(54)씨는 “이번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면서 “과거 미국에서 발생했던 대공황과 같은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고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투자경력에도 불구하고 공포가 묻어났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역풍 맞아


지난 21일(현지시각) 벤 버냉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장은 미국의 새 경기부양책으로 시장이 예상하고 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카드를 제시했다.

미 연준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내년 6월 말까지 4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매입하고 단기국채를 매도해 장기금리를 낮추고자 하는 통화정책이다. 장기금리는 기업이나 가계의 금융 이자 부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을 때 기준금리(단기금리)를 낮춰 자연스럽게 장기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보통이나, 현재처럼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0)’인 상태에서 단기 금리를 더 이상 낮추기 어려울 때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돈을 직접 찍어내는 양적완화(Quantative Easing)에 비해 인플레이션 유발 부담도 적다. 미 연준이 이 카드를 쓴 경우는 케네디 정부 때인 1961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노동시장 불안정, 높은 실업률, 주택시장 침체 등 경제 전망에 상당한 하강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변동을 선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은 냉담했다. 미국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같은 다른 악재들과 겹쳐 이날 다우지수는 2.5% 하락했다.

또 지난 22일에는 코스피지수가 2.9%, 홍콩 항셍지수가 4.9%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고,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4% 안팎의 급락세로 출발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경기 부양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장기국채 금리가 10년물을 기준으로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2% 미만을 기록하고 있어 장기금리 하락이 경기 부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기침체 본격화 되나

이미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졌다는 진단과 유럽 은행들은 뱅크런 사태를 겪고 있고, 중국의 성장세까지 둔화되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로스는 같은 날 “유럽 경제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디폴트 위기를 겪는 그리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긴축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은 매우 실망스럽고, 재정 적자 감축도 애초 예상만큼 빨리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 파리바를 비롯한 유럽 일부 은행들은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 이른바 '뱅크런'을 겪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이탈리아 은행 신용등급 하락과 맞물려 금융위기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의 경제 지표까지 성장 둔화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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