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 제국을 45년간 통치한 엘리자베스 1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 이유는 불감증과 썩은 치아로 인한 지독한 입 냄새였다.  

그는 중년 이후 치통 때문에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여왕은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기피했다. 그러자 그의 조언자였던 런던 주교가 자청해 여왕의 앞에서 치아를 뽑아 고통이 대단치 않음을 보여줬다. 결국 여왕은 주교를 따라 썩은 치아를 뽑아냈다.
 
하지만 여왕은 그 후에도 치과 질환으로 잦은 고생을 했다. 썩은 치아로 인한 입 냄새로 고생했던 그가 선택한 방법은 페로몬이다. 사랑의 향기로 통칭되는 페로몬은 이성을 유혹하는 최상의 도구였다. 사람들은 페로몬 향기 덕에 그녀의 원초적인 악취를 맡을 수 없었다.
 
▲ 뉴시스
또 여왕은 70세에 이르렀을 때에도 폴란드 국왕 등 뭇 남성들은 여왕의 드레스 자락에 얼굴을 묻고 체취를 조금이라도 더 맡기 위해 코를 벌름거렸다고 한다. 그의 머리카락과 가슴에서 뿜어나오는 향기를 맡은 남자들은 당장이라도 그를 끌어안을 듯 달려들었다.
 
페로몬은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부테나트가 누에나방의 암컷이 분비하는 화학물질은 극소량일지라도 수 킬로미터 밖의 수컷들이 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달려오도록 유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추출한 뒤로 제품화됐다. 그 이전에는 짝짓기를 앞둔 노루나 개, 족제비의 냄새주머니를 채취해 제조했다.
 
조사에 의하면 페로몬이 함유된 향수를 사용한 여성들은 키스나 성교의 횟수 등 성적 행동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값비싼 페로몬을 뿌리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을 진정으로 흥분시키는 향수는 침실에서 흘리는 땀 냄새다. 설령 페로몬을 이용해 여성의 마음을 빼앗았다고 해도 침실에서 땀을 흘릴 왕성한 성능력이 없다면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여성의 대표적 성기능 장애는 불감증이다. 일반적으로 성욕이나 성적인 흥분은 있으나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서양의 조사에 따르면 약 15의 기혼여성이 불감증으로 한 번도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오르가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불감증의 원인은 임신이나 성병 등에 대한 공포, 종교적 가치관, 성교에 대한 무지, 감각기능의 이상 등으로 다양하다. 문제는 완치가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15%라는 높은 수치의 여성이 겪고 있으면서도 치료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성적인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많고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는 것이 정숙한 여자라고 여기는 그릇된 의식 때문이다. 또 남편의 조루로 인해 오르가슴을 느낄 겨를도 없이 성행위가 끝나기 때문에 피곤하기만 한 부부관계를 외면하게 되고 이런 행동이 불감증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또 성욕감퇴장애는 성적 흥미나 욕구가 줄어들고 성적인 생각이나 환상이 사라지는 일종의 성기능장애로 성적 욕구는 있으나 기능에 문제가 있는 불감증과는 다르다.
 
인류가 여성의 성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모든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클리토리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9세기 중반 무렵이다.
 
그전까지 여성의 성욕에 대한 확고한 생각은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불감증이며 단지 출산을 목적으로 성교를 통해 남성의 씨앗을 받아들이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관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원전 5세기에 히포크라테스는 클리토리스가 여성들의 성감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오르가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포크라테스는 여성의 성기는 간지러운 느낌이 몰아치며 황홀한 기분과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펴져나가면서 정액이 나온다라고 기술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도 매우 정확한 분석인데 당시에는 남성 중심의 사회와 종교적 편향에 의해 무시됐다.
 
이에 따라 아내가 부부관계에 미온적이고 행위 시 반응이 미약하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여건상 부득이 하다면 부부관계에 변화를 주고 남성이 여유를 갖고 충분한 전희와 사정 억제를 통한 마찰 증대가 필요하다.
 
부부의 정은 이불 속에서 싹튼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부부의 속정이 없는 사람들은 이를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정리=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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