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이 동료의원과 대화를 나누고있다. daailypot.co.kr

김규리 기자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범여권 시민후보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범야권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향후 선거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후보와 여야 당내 후보의 후보단일화 여부는 선거 판도를 바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변호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의 양강 구도를 형성해 주목을 받으며 지지율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천정배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신계륜 전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범여권-범야권의 일대일 대결구도가 될지 여-야-무소속 다자 대결구도가 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범여권-범야권 구도 이뤄지나
나경원·박원순 여론조사서 접전
시민후보-여·야 대결구도


범여권 시민후보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여권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대결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처장이 지난 21일 보수진영의 시민후보로 추대된 데 이어 나 최고위원이 지난 23일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내달 4일 당의 후보를 선출한 뒤 본선과정에서 이 전 처장과 연대 또는 단일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내 지지율 1위인 나 최고위원이 경선을 치르지 않고 단독으로 추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처장과 단일화를 이룬 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이 전 차장이 이를 거부할 경우 보수의 표가 분열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전 처장은 여권 후보단일화 가능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단 단일화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범보수진영 개편론’을 꺼내든 상황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선거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단일화 여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야권 시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는 나 최고위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권보다는 야권 후보단일화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신계륜 전 의원은 박 변호사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 지지층이 박 변호사를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유력 후보로 인식,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경선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25일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한 뒤 박 변호사와 야당 후보들이 참가하는 통합후보 경선을 실시할 방침이다.

나경원 VS 박원순
양강구도 굳히나


진보 성향 지지층에서는 박 변호사, 보수 성향 지지층에서는 나 최고위원이 유력한 상황에서 서울시장 가상 후보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 16, 17일 이틀간 서울지역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변호사가 33.7%, 나 최고위원이 31.8%로 근소하게 박 변호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OSI)가 지난 17일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나 최고위원이 46.8%, 박 변호사는 48.2%로 1.4%p 차를 보였다. 두 여론조사 결과 모두 박 변호사가 나 최고위원을 앞섰지만 오차범위 내의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두 사람의 격차가 조금 더 벌어졌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 서울지역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변호사는 50.0%, 나 최고위원은 31.7%를 얻어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같은 날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17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변호사가 나 최고위원을 45.8% 대 37.0%로 앞섰다.

서울신문이 지난 19, 20일 엠브레인에 의뢰해 서울지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변호사는 50.6%를 얻어 34.7%에 그친 나 최고위원보다 15.9%p나 높게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서 박 변호사는 특히 ‘한나라당 텃밭’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권 4구에서 46.0%로 40.2%인 나 최고위원을 앞선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변호사가 유리하게 나타나지만 어떤 단일후보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범야권 단일후보 선출시 민주당 선출 후보와 박 변호사의 단일화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주목 된다.

나경원, 박근혜
지원으로 탄력 받나


한편, 이 전 처장은 지난 2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이날 열린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시장후보 추대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추대를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히며 한나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일단은 연연하지 않고 큰길로 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8인 회의는 지난 19일 이 전 차장을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8인 회의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이후 결성된 모임으로, 이석연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모임이다.

8인 회의 멤버는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대표, 김종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대표, 임헌조 선진통일연합 공동대표, 김정수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 류석춘 연세대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로 ‘강경’ 보수 인사들이 참여한다.

추대위원장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이 전 처장의 한나라당 입당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헌 시변 대표는 “추대인들은 21일 활동을 종료하고, 이후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이 전 처장 개인의 선택”이라고 입당 가능성 여부를 내비쳤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석연 카드’를 꺼내 들어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이 전 처장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다시 나 최고위원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 전 처장이 한나라당 입당을 거부해 당내 비판의 목소리도 거센 상황이다.

이에 반해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나 최고위원의 행보는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선거와 관련해 침묵하던 나 최고위원이 입을 열었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투표 결과에 따른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정책에 대한 당론이 치열한 토론 끝에 정해진다면 당인으로서 당론을 수용해야 한다. 큰 틀의 입장 변화는 아니지만 현실에 따른 대화와 논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또 “만약 서울시장이 된다면 무상급식에 대해선 원점에서부터 교육감과 시의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나 최고위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오 전 시장과 생각이 달랐던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렇게 나 최고위원이 입장을 밝힌 것은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가 나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선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박원순 단일화가 관건

반면, 민주당은 경선을 앞두고 당내 주자들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천정배·박영선·추미애·신계륜 4명의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앞서 1·2차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TV토론회를 진행했다.

아울러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이 천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시알폴이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설문조사 결과 박영선(21.9%), 천정배(17.8%), 추미애 (10.7%), 신계륜(2.9%)의 순으로 지지율을 기록했다.

현재로서는 박 의장과 천 최고위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유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경쟁력은 박 변호사에는 크게 뒤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를 달리는 박 변호사와 나 최고위원의 양강구도가 강화됨에 따라 민주당 당내 경선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야권단일화를 위해 박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을 환영하면서도 경선에 대한 야권 지지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1일 TV토론회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박 변호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박 변호사와의 통합 경선과 관련해 박 의장은 “한나라당 후보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박 변호사는 정치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추 의원은 “정당은 책임지고 공약을 이행 못 하면 심판받지만 시민단체는 생략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가 야권 통합 경선에서 단일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변호사는 현재 민주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범야권 유력 후보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유력 주자인 천 최고위원과 박 의장보다는 범야권 유력 후보인 박 변호사가 더욱 유리한 형국이다.

보수와 진보, 두 진영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분열이냐 결집이냐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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