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성 기자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범보수세력 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박 이사장은 지난 21일 뉴라이트 전북연합 등 28개 보수 시민단체 200여 명의 인사들과 함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했다. 박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시대착오적이며 시대에 역행하는 야당과 무능하고 자폐증에 걸린 여당에 대한민국과 서울의 장래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이 자기 개혁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시민 후보가 끝까지 가는 것이고 그게 정도(正道)”라고 말했다.

이 전 처장도 “한나라당이 계속 바뀌지 않는다면 독자 출마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보수 세력의 분열과는 다른 차원으로 보수 세력의 변모를 위해 진통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을 제외한 범보수세력만으로 서울시장 보선을 치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 이사장은 이에 더해 “보수의 위기 앞에서 한나라당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대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서울시장 보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을 제외한 보수세력이 결집,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정치 세력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실제 박 이사장은 지난 6월 선진통일연합을 발족, 최근 선통련 지부를 100개로 확장한데 이어 최근엔 차세대 정치 지도자 양성을 위한 ‘한선 정치아카데미’도 발족시키는 등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한선 정치아카데미는 당장 내년 총선 출마를 꿈꾸는 예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정치철학은 물론 선거 실전 마케팅 기법까지 정치지도자가 갖춰야 할 소양을 집중 교육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 마쓰시다정경숙처럼 예비 정치인들을 양성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이 전 처장 서울시장 추대위원회에는 한나라당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한나라당 밖에서 보수 세력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해서 무산시키고, 한나라당의 새 주류 세력인 친박계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임한 데 대해 실망해 있는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박 이사장과 이 전 처장은 이번 선거에서 ‘수도 이전’ 문제를 앞세워 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도이전특별법에 찬성했던 한나라당, 특히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에 반감을 가진 보수층 표심을 파고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이사장은 “한나라당은 수도분할 정책을 막아내지 못했고 일부는 적극 찬성한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고, 이 전 처장은 “대한민국 정체성의 상징인 수도를 옮기는 데 찬성하고 주도했던 사람들과 다시 한 번 맞서 서울을 살리기 위해 돌아왔다”고 밝혔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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