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거주하고 있던 임차인은 어느 날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다. 주택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고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새로 바뀐 주인을 찾아가서 임대기간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기존의 임대보증금을 떠안고 매수했으니 기간이 되면 보증금을 내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임대차계약서도 다시 써주었다.

임차인은 새로 바뀐 소유자의 말만 믿고 새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법원에서 경매가 개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임차인은 더 이상 연락도 되지 않았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였다. 실제 경매가 진행되었지만 주택의 가격이 하락하여 예상대로 임대보증금을 다 반환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었다.
 
화가 난 임차인은 전 소유자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임대보증반환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주택의 매수인에게 임대차 계약이 승계되었기 때문에 매도인은 임대보증금 반환채무가 없어졌다고 판결하였다.
 
이런 억울한 경우는 왜 생긴 것일까?
 
임대차관계 존속 중에 주택이 양도되면 임대인의 지위가 양수인에게 면책적으로 승계된다. 이에 의하면 전 소유자에 대한 임대보증금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주택에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주택의 새로운 양수인의 신용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임대계약이 승계될 경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전 소유자의 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승계를 원치 않는다는 이의를 제기하여야 한다.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고 승계를 거부하게 되면 임대차관계는 승계되지 않고 기존의 소유자에게 임대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주택이 양도되어 이득을 보는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기존의 소유자가 빚만 많고 재산이 없었는데 새로운 소유자가 재산이 많다면 주택의 경매에서는 배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양수인의 다른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 양도되는 경우에는 양수인에게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게 되지만,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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