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룸살롱에서 결제…혈세 ‘콸콸’ 새


현금깡 의혹에 소액으로 나눠 내는 치밀함까지
휴일에 사용은 기본 개인적 용도로 사용 가능성 높아


법인카드는 보통 업무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을 결제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 사용처는 반드시 업무와 연관된 곳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기업에서도 그 사용처가 불분명할 경우 제재가 따르기 마련이며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의 경우 그 용처가 더욱 명확해야만 한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도 많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일부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에 대해 살펴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열린 국무총리실 국감에서 “총리실이 관리 감독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일부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실태를 확인할 결과 전 방위적인 부정사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철저한 실태조사와 재발방지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박 의원이 밝힌 클린카드 부정사용 형태를 보면 룸살롱, 골프장 등 클린카드 사용을 제한한 업종에서 사용되었거나, 거짓 위장가맹점 및 현금깡 의혹이 짙은 곳에서 결제를 했다거나, 한 개 카드로 같은 장소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여러 번 분할 결제한 사례 등 여러 가지였다.

2009년 11월 23일 저녁에 승인된 한 카드의 경우 엘△라는 룸살롱에서 결제된 것으로 금액이 148만 원이나 됐다.

같은 해 11월 20일 골프경기장에서 사용된 카드 내역을 살펴보면 무려 778만 원가량의 금액이 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9~2010년까지 이렇듯 사용이 제한된 곳에서 결제된 것으로 확인된 금액만 5번에 걸쳐 1423만여 원이나 된다.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학원이나 종합병원, 미용재료 판매업소로 등록되었지만 카드사에 등록된 업종과 실제 업종 및 사용내역이 상이한 것도 7번에 걸쳐 1218만 원이 넘는다.

이밖에도 지난해 11월 3일 밤 10시 17분부터 24분까지 킹△△△라는 서양음식점에서 19만 원, 17만 원, 10만 원 등 3차례 결제를 해 큰 금액을 나눠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유관기관(기재부, 감사원, 국세청 등)과 면밀히 협조하여 감사시스템 개편과 부정사용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장 및 보직자
출장비도 도마 위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이사장 및 보직자들의 법인카드 사용을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김세원 전 이사장은 재임기간 3년 동안(2008년 7월 ~ 2011년 7월)까지 이사장 및 주요 보직자들이 해외출장과 연관한 법인카드 사용이 총 132건에 이르며 금액으로는 4733만 원이라고 밝히며 “해외출장의 경우 숙박비, 일비, 식비 등이 미리 지급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액수를 법인카드로 처리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출장으로 사용된 사례를 보면 ▲국내공항 면세점이나 해외공항에서의 법인카드 사용 ▲항공기 기내 면세판매에서 법인카드 사용 ▲해외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법인카드 사용 ▲공적인 업무로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잦은 해외 현지 식당이나 주점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다. 심지어는 박물관 입장료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토, 일요일 및 공휴일에 사적인 용도로 사용된 듯한 사례도 발견됐다.

공휴일이었던 석가탄신일과 추석연휴에 점심과 저녁 식사를 법인카드로 결제했으며, 한 팀장은 홈플러스 야탑점에서 42만 원이 넘는 금액을 5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3번에 나누어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또 다른 팀장은 리홈안양이마트에서 14만6580원을 결제한 사례가 있음이 드러났다.

유 의원은 “박진근 이사장에게 부당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국민의 혈세를 1억 원 이상 탕진한 사용자에 대해 징계조치하고, 부당사용금액을 환수”하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임직원행동강령’ 제7조에는 ‘임직원은 출장비, 업무추진비 등 업무수행을 위한 예산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 연구회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는 “일부 지적한 사용처는 일반음식점인데 항목별로 따로 결제를 하다 보니 (분할 결제로)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일부 문제가 된 사용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법인카드 사용 규정을 어기고 법인카드를 개인카드로 인식하고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관계자들은 국민의 세금이니 아끼고, 적확하게 써야한다는 의식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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