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물동량 수요 예측 잘못으로 빈 부두 될 수도 있어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전환…특정 기업에 특혜 시비


전수영 기자 =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에서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에 이르는 ‘경인 아라뱃길’(이하 경인운하)이 곧 개통될 예정이다. 경인운하는 서해에서 한강에 이르는 운하로 그 길이만도 18㎞에 달하며 폭 80m에 평균 수심은 6.3m다. 수로 중 14㎞는 홍수 시 방수로로 사용된다고 한다. 서해안에 접해 있는 인천터미널 면적은 245만3000㎡이며 한강에 접해 있는 김포터미널 면적은 170만1000㎡에 달한다. 사업비는 2조2458억 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공사다.

하지만 10월 완공 후에도 유지·관리에 매년 200억 원이 든다는 주장에 따라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과연 경인운하의 문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경인운하는 2009년 3월에 착공해 2011년 10월에 완공을 목표로 진행돼 온 대규모 토목공사로 운하가 통과하는 서울·경기·인천지역의 경우 경인운하를 통해 여객과 화물 운송이 새롭게 발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추가로 홍수 시 굴포천의 범람을 막는 기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2조2500여억 원의 수자원공사 재정이 투입된 경인운하사업에 대해 수자원공사가 5000억 원이 넘는 국비를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갑문과 주운수로 등 비수익시설에 연간 200억 원의 유지관리비를 추가로 국비를 요청하는 것으로 드러나 경인운하가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사업비 중 3300억 원과 유료도로의 경관도로 전환으로 인한 손실 2000억 원 등 총 5300억 원에 대해 이미 국고지원을 요청했고 여기에 추가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기간인 42년 동안 매년 200억 원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간다면 결국 8400억 원이 돼 사업비 국고지원 금액은 1조3700억 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KDI 재무성 분석 보고서에 따른 3500억~4000억 원보다 4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결국 KDI가 예상했던 연 6.06%의 수익이 발생해 42년 후에는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인운하를 주관하고 있는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는 국가관리시설이라 갑문과 수로 등의 유지관리를 수자원공사에 위탁할 예정”이라며 “해마다 200억 원의 유지비는 들지 않고 100억 원 미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009년 서울·경기·인천
광역단체장 모두 기대감 들어내


2009년 2월 11일,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인천시장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경인운하 연계사업의 상호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세 자치단체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경인운하는 분단으로 막힌 한강의 뱃길을 서해로, 세계로 연결하는 역사적인 사업”이라며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신규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운하 주변지역의 환경 생태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문화관광 수요에 대비한 수변도시와 선착장을 개발하기로 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한강에서 서해로! 세계로!’, ‘새로운 성장동력 중심지로!’, ‘남북을 연결해 미래로! 번영으로!’ 등 3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2년 6개월이 지난 22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인운하 주요지점인 인천터미널과 아라마루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해예방이 주목적이었던 김포시 굴포천 공사를 시작으로 공사 20년 만에 최초의 운하가 생기게 됐다”며 “이제 대한민국의 최초 운하로 탄생됩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김 지사가 강조해왔던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함과 동시에 동북아시아 특히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경인운하는 그동안 수해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굴포천 주변지역 주민들의 수해 근심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측면만을 볼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수해예방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경제성이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운하로서의 경제 효율성 낮아

이찬열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수자원공사 국감에서 경인운하를 이용할 수 있는 화물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경제적인 효율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경인아라뱃길 운영관리방안 수립 최종 보고서’를 분석했을 때 향후 레저·관광사업적인 측면만이 강조돼 물류 중심지로 삼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인천항만공사를 통해 받은 자료를 통해 경인운하 통과가 가능한 5000톤 이하 화물선과 컨테이너선 입항 실적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중 중국 노선만을 감안하면 그 비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경인운하 노선으로 대부분 전이된다고 하더라도 물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2008년 12월의 KDI 보고서와 수자원공사가 자체 발주한 보고서를 비교하며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지적했다.

KDI가 2008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재조사, 타당성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에서는 경인항을 기준으로 2011년 해사 632만 톤, 철강재 49만7000톤, 중고차 34만 톤을 예측했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지난 수자원공사가 자체 발주한 ‘경인항 부두사용료 산정 및 부두사선정방안 용역’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물동량은 처음부터 창출이 불가능한 물동량인 것으로 분석됐다.

애초부터 물동량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물동량은 경인운하 건설이 필요한지 필요치 않은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물동량이 예측했던 것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결국 국민의 세금을 빨리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를 축소하거나 또는 건설을 백지화해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경인항은 부산항과 인천항과는 그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며 “그 규모에 맞게 배를 준비했으며 검증도 마쳤으며 경제성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수자원공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인운하의 운영수입은 2012년 2330억 원에서 2015년 5276억 원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2016년 502억 원으로 78.5% 급감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경인운하 유지관리비는 2012년 271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오는 2016년에는 415억 원에 달해 53.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운영수입은 갈수록 낮아지고 유지관리비는 점차 증가하면서 불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인운하, 환경파괴에
특혜시비까지


경인운하는 초기에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다가 1999년 환경파괴논란과 경제적 타당성 문제가 커지면서 결국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2003년 감사원 감사에서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사업이 아예 중단됐다.

그러나 당시 시행자였던 경인운하㈜는 사업취소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이미 투자된 경인운하의 설계비와 운영권을 물어달라며 해지지급금 청구소송을 냈고 결국 2007년 서울고등법원의 조정결정으로 정부는 경인운하㈜에 360억 원의 해지지급금을 물어줬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경인운하사업이 민간유치사업으로 재추진되며 법원은 경인운하㈜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될 경우 정부가 경인운하㈜에 지급한 해지지급금을 총 사업비의 일부로 인정하도록 했다. 말 그대로 경인운하㈜가 사업시행자로 재선정되면 이미 지급한 해지지급금을 전체 사업비로 사용해야 하며 추가적인 국고보조금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경인운하사업이 민자사업이 아닌 공공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경인운하㈜는 해지지급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어졌다. 경인운하㈜는 10개 민간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며 현대건설이 지분의 5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실상 대주주이다. 결국 해지지급금은 현대건설에게 절반 이상이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공공사업으로 전환된 경인운하사업에 참여해 공사금액이 2997억 원으로 가장 큰 1공구에 낙찰되었다. 이미 민자사업을 진행하면서 쌓였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은 큰 이익을 본 반면 수자원공사는 오히려 빚이 커지는 악재를 맞게 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인운하사업의 조기완공 목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민간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경인운하사업의 공공사업 전환으로 민간기업은 수백억 이익을 본 반면, 수자원공사는 빚더미에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혜시비와 함께 환경파괴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환경부는 2009년 경인운하사업과 관련해 해양 생태계 훼손 가능성과 갯벌 보호를 내세워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포터미널 건설도 법정 보호조류의 서식환경 훼손과 한강 하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사업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는 계속됐다.

이찬열 민주당 의원은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경인운하가 굴포천 유입으로 인한 오염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경인운하뿐만 아니라 인천앞바다까지 오염될 수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일반 하천의 경우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인 BOD가 5ppm만 넘어도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보며, 10ppm 이상은 오염도 자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하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을 때 굴포천은 지난해만 해도 무려 8개월이 하수 수준인 10ppm을 넘었다”고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경인운하 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고는 방수포를 설치하는 것이 전부여서 향후 장마나 태풍 등으로 수량이 늘어나 굴포천 물이 경인운하로 흘러들어갈 경우 경인운하는 물론 인천앞바다까지 오염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경인운하가 개통을 코앞에 앞두고 있지만 재정적인 부분과 환경적인 부분 모두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 서해뱃길사업에도
지적 많아


경인운하사업은 경인운하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해뱃길사업과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서해뱃길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레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한강의 여의도에서 김포 경인운하까지 16㎞ 구간에 6000톤급 크루즈 유람선을 운항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서울시의 재정을 파탄내는 사업임과 동시에 한강에 떠있는 밤섬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사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권영규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이 있는데 배를 못 띄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원순 변호사는 “한강 서해뱃길 현실성 없다”며 당선이 되면 이 부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와 수도권 자치단체장들이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경인운하와 한강 서해뱃길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과연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야권과 시민사회,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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