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최대 이익, 서민에게는 ‘칼날’ 겨눠


전수영 기자 =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외식점 종사자들이 잠실 주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카드회사의 높은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경제 불황으로 하루 벌이는 줄고 오르는 식재료 가격 때문에 이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고 있지만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가격을 올릴 경우 호주머니가 가벼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까 두려워서다. 결국 이들은 카드회사에 현재 2.7%인 수수료를 1.5%까지 수수료율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주지 있고 않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올해 말까지 여신금융업법을 개정해 백화점에서 사용하든 음식점에서 사용하든 상관없이 어떤 곳에서 카드를 사용해도 수수료를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대부분 카드로 결제, 남은 것 거의 없어”
여·야, 연내에 여신금융업법 개정 추진


올해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였지만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 참석한 외식업 종사자들의 외침으로 잠실 주경기장은 후끈거렸다.

오전부터 이어진 이 행사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서울시장 재보선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도 참석해 외식인 종사자들의 절규를 경청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반도재단 박세일 이사장도 참석했다.

본 행사에는 한나라당에서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김정권 사무총장, 서병수 최고위원, 주승용 이인기 주승용 의원이 참석했으며,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김진표 원내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전병헌 박영선 이미경 김영환 의원 등이 참석해 마치 선거유세를 방불케 했다.

잠실벌에 모인 외식업 종사자들은 현행 2.7%인 카드수수료를 1.5%로 인하해 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마당이지만 손님들의 주머니사정을 생각해 가격 인상은 엄두도 못 내고 있으니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카드 결제,
수수료 낮춰야”


남상만 한국음식업중앙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음식으로 이 나라를 지켰다. 외식업 규모는 70조 원이며 300만의 고용창출을 했다”며 “하지만 관계부처의 홀대, 정부로부터의 무관심으로 이곳에 모였다. 공정사회, 공평사회의 대한민국을 위해 카드수수료를 수정해야 한다”며 결의대회 참석자들의 단결을 요구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식당 운영자들 또한 강하게 수수료 인하를 촉구했다.

경북 성주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다는 김창원(48)씨는 “매출의 95% 이상이 카드다. 현금이 거의 없다”며 “단 영점 몇 퍼센트라도 내려야 한다. 직장인들이야 카드 사용하면 연말정산이라도 받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충남 당진에서 분식집을 한다는 김종석(44)씨 또한 “하루 매출이 60~70만 원인데 대부분 카드로 결제한다. 카드회사, 기계회사, 인건비 빼고 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수수료가 1.5%만 되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도 2명밖에는 고용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은 주인이 다한다. 요즘 주인은 주인이 아니다. 외국인 고용 인원수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남 함평에서 한우전문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남성은 “카드수수료를 1.5%가 아니라 1.1~1.2%까지 내려야 한다”며 수수료의 대폭적인 인하를 요구했다.

이렇듯 외식업 종사자들의 카드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여야 대표 모두 실질적인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한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 오랜만에 한 목소리

격려사를 위해 단상에 먼저 오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서민특위 위원장 맡으며 카드수수료 얘기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카드업체가 민간업체라 압박을 해도 알아서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여신금융업법을 개정해 수수료 일괄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법안 개정을 약속해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어 홍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문제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 개선 정책 이 문제는 노동부와 적극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외식산업 정책이 늦어졌다. 앞으로는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대표에 이어 단상에 오른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보조를 맞췄다.

손 대표는 “여러분의 요구대로 백화점, 대기업과 같이 수수료를 1.5%로 낮추겠다. 차별 없게 하겠다”며 “현재 간이과세자가 4800만 원까지인데 이를 1억 원 정도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손 대표는 현재 103분의3으로 되어 있는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의 개정에 대해서도 “2012년까지 100분의 8로 늘려나가겠다. 한시적인 일몰제가 아니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음식업중앙회 가맹점에 가입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춰 (카드사와의) 교섭력을 높이겠다” 약속했다.

끝으로 손 대표는 “여신금융업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해 한나라당과의 협의의 여지를 남겼다.

카드사, 수수료 이익 사상 최대…수수료 인하율은 겨우 0.2%p

올해 시중은행과 카드사들은 사상 최대 수수료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6월까지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로만 4조957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000억 원 정도 늘어난 금액이다.

하지만 여름휴가와 추석 연휴 등이 하반기에 있어 카드결제 사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수료 또한 증가해 지난해 보다 1조 원이 늘어나 8조 원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들여 ‘성과급 잔치’도 예상된다.

이런 사상 최대 수수료 수익이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은 눈치가 보였는지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0.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0.2%포인트 낮출 경우 순익은 2000여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낮추겠다고 한 것은 사회적으로 수수료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이 당연히 수수료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이뤄진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소가맹점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 전체로 봤을 때 매출액 규모가 커 보이지만 개별 가맹점이 느끼는 인하율은 미미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홍준표·손학규 여야 대표가 약속한 수수료 일괄적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경우 최소 1%포인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인 카드사가 정당한 경제 활동을 펼쳐서 이익을 냈는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시장논리와 배치된다.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여야 대표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음식업종 가맹점의 경우 1.5%까지 인하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2퍼센트 초반대의 수수료에서 1.3%를 세액공제 받고 있어 실제로는 1% 이하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그들이 주장하는 대형마트, 백화점, 골프장도 그렇게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모두 내는 것이 아니라 매출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의 이런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도 최대 이익을 올렸다면 수수료 인하의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는 중소상인들의 요구도 일리가 있어 카드수수료를 놓고 벌이는 카드사와 중소상인들과의 실랑이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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