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세계민속축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도전’


김장중 기자 = 경기도 안성시의 ‘프레 안성세계민속축전(이하 프레 축전)’이 졸속행사로 끝났다. 이 축전은 오는 ‘2012년 안성세계민속축전(이하 민속축전)’의 사전 행사 격이다. 하지만 지난 1∼9일까지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고작 17만6487명에 그쳤다. 이 집계 역시 전야제 행사로 열린 길놀이와 보조행사장의 ‘안성팜 랜드’ 입장객을 더한 수치다. 시는 방문객 100만 명을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목표치의 20%도 채우지 못했다. 이 축제에 안성시는 30억 원 사업비를 지원했고, 입장료 수익금은 2억2483만8000원에 그쳤다. 특히 방문객 가운데 유료 입장객은 5만9552명, 그러나 무료 입장객의 경우 2배에 가까운 11만6935명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다. 2012년 민속축전에는 10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15일간, 50여 개국이 참여하는 올해보다 더 큰 규모로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 프레 축전이 끝나자마자, 축전의 규모와 기획방향·부실 운영 체계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한 냉정한 평가 및 의견 수렴이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입장료 받았으면, 입장료 값을 해야
세계문화올림픽 효과는 ‘글쎄’
누구를 위한 문화올림픽?

프레 축전, 예상된 졸속?


해외공연단의 경우 당초 15개국 출전 예정이었지만, 실제 참가국은 13개국에 그쳤다.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씨오프와의 협력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당초 시는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안성시·씨오프와 유기적 결합으로 대한민국의 전통 민속문화에 대한 발전을 꾀한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를 발판으로 시는 안성시를 전통 민속예술의 메카로 구축해 공연산업 활성화에 따른 관광객 유입 촉진과 시민 자긍심 고취, 지역 활성화 등을 꼽았었다.

구체적 방향으로 시는 스토리텔링 있는 행사장 구성과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축제, 우수한 씨오프 공연단 초청으로 글로벌 위상 구축, 쾌적하고 편안한 행사 공간 조성, 적극적인 대한민국 투어 홍보활동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8월 25일 전액 시비로 29억5137만8000원의 예산을 세웠다. 시는 또 이 축제에 ‘관람객 100만 명, 농산물 20억 판매' 등의 상징적 숫자를 내세웠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지금, 돌아온 결과는 예상을 휠씬 밑돌았다. 프레 축전에 대한 최종 기획은 물론 예산계획 등이 행사 한 달 전 겨우 수립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예산 역시 급하게 추가 편성을 했고, 이는 곧 축전 운영의 부실로 이어졌다. 사무국 조직 구성도 마찬가지다. 실무 인력이 한 달 전 파견돼, 축전에 대한 전반적 인식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내년 안성 세계민속축전, “글쎄"

세계민속축전은 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CIOFF)에서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문화올림픽이다. 프레 축전은 내년 축제 홍보와 축전의 사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축전에는 해외 13개국 공연단 320명과 국내 공연팀 300여명이 참여했다. 공연팀 15개국 가운데 2팀이 비자 문제로 오지 못하는 등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13팀이 공연을 했고, 이들 공연단의 공연에는 100여명 내외, 아니면 10명의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이 시작된 경우도 있다.

스토리텔링 행사장도 문제다. 전체적으로 행사장 분위기가 전통이나 민속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이고 조화롭지 못하는 평이다. 축전의 이름과 성격에 걸맞는 색깔은커녕 대표적인 안성장터 재현 구간도 천막들로 꽉 채워져 친밀도를 상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현실성 있는 목표설정과 우수 콘텐츠 확보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민속축전은 물론 지역축제 역시 관광산업으로서의 지역 기여도가 떨어진다면 시민 화합을 목적으로 한 과감한 규모의 축소 운영도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비좁은 주차장,
100만 명 왔으면.


시의 계획성 잃은 축전 준비는 또 있다. 방문객과 가장 밀접한 차량 주차장. 이번 축제에는 행사 첫날부터 삼일까지 관람객이 가장 몰렸다. 행사 이틀째 날에는 축전 기간 중 가장 많은 3만1582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하지만 축전 행사장으로 오는 길은 멀었다. 외부 관광객의 경우 차를 임시주차장에 세워놓고 1시간 이상 걸려 겨우 행사장에 도착했다. 제대로 된 셔틀버스 운행 노선 안내가 없어 처음 시를 찾은 방문객의 경우 ‘녹초’가 됐다. 셔틀버스 역시 노선과 다르게 운행이 됐고, 임시 정류장이 아니면 관광객을 태우지 않았다는 민원도 이어졌다.

축전 관계자는 “시 계획대로 일일 10만 명 정도의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면 행사장 주변 등은 물론 안성시내까지 차량으로 마비되는 최악의 교통대란이 초래될 뻔 했다"면서 “관람객 수가 적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결국 시의 차량통제 계획은 물론 허술한 주차 대책의 문제점이 여실 없이 드러난 꼴이다.

민속축전 대책은.

조직위 구성에 대한 진단이 꼭 필요하다. 이번 프레 축전에서는 예술 감독이 공석인 상태에서 행사가 이어졌다. 축전을 불과 두 달여를 앞두고 사임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슬로건을 비롯 최종 기획안이 확정되기까지 적잖은 혼선이 오갔다. 결국 국제행사를 준비하는 조직으로서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자체 진단이 필요하다. 현실성 있는 목표 설정과 또 그에 맞는 규모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관람객 유치는 우수 콘텐츠 제공을 기본으로, 메인 프로그램을 극대화 하는 집중화 전략도 필요하다.

또한 행사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주차 및 각종 편의시설에 대한 점검 및 대책도 마련해야만 한다. 안전문제를 위한 기상 상황 등에 대비, 위기관리 메뉴얼의 작성도 빼놓을 수 없다.
[김장중 기자] k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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