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 여전


‘무조건 확보’식 예산 이기주의 만연
소득수준 고려치 않은 전세자금 대출에 국가장학금 정책은 미완비


국회예산정책처(처장 주영진)은 「201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의 본격적인 국회심의에 대비해 「2012년도 예산안 분석」 시리즈 중 ‘부처별 분석 보고서’ 5권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26.1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문제가 있는 520여 개 예산사업 중 ‘예산의 과다 편성 사례’가 25.5%(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법·제도의 미비’가 17.8%(88건), ‘필요성·공익성 결여’가 12.6%(62건), ‘집행실적 부진’이 10.5%(52건) 순이었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지식경제위원회 소관이 66건,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55건, 기획재정위원 소관 49건,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관 47건, 국토해양위원회 소관이 42건이었다. 정부부처는 내년에 필요한 예산을 나름의 조사를 통해 적정하게 편성했다고 하지만 국가예산정책처의 지적을 놓고 보면 과다하게 책정되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우선 예산을 확보하자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 경우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기타유가증권매각대의 2012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151.9% 증가한 1조9790억 원으로 편성했다.

산은금융지주 및 기업은행
지분매각대 감액


산은금융지주 지분매각대금 8808억 원이 최초로 반영되었으며, 기업은행 주식매각대가 1조230억 원으로 전년 7198억 원 대비 42.1% 증액 편성되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국내 주식시장에 중장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에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할 경우 헐값 매각 및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산은지주의 경우 매각방법조차 결정되지 않은 등 매각 계획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기업은행의 경우 2006년 이후 연례적으로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대금을 예산에 반영해 왔으나 현재까지 수납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자도로 확충 사업

민자도로건설보조금은 도로시설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민자도로사업에 대해 토지매입비 등을 국고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내년 예산안 규모는 올해 대비 442.5% 증액된 3051억990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이 예산에는 평택-시흥, 인천-김포, 광주-원주, 수원-원주 간 4개 도로에 대한 토지매입비 2728억2900만 원이 반영되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민자유치건설보조금은 총사업비 변경협의, 실시협약 체결 지연, 실시설계 공기 부족 등에 따라 각 구간별 사업 추진이 지연되어 집행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매년 토지매입비가 이월·불용된 점을 지적하며 내년 예산은 실제 집행 가능성을 감안해 1차 연도 사업비 수준에서 토지매입비를 투입하도록 적정소요액을 편성해 반복적인 이월·불용을 방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평택-시흥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경우 현재까지 편성예산의 대부분을 전용 또는 불용해 실제 토지매입비의 집행이 미미한 수준이고, 인천-김포, 광주-원주 구간은 현재까지 착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필요한 시점을 감안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예산만 받아놓고 본다는 점이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구입·전세자금지원 사업

국토해양부는 서민들의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올해보다 9.6% 증가한 6조1500억 원을 책정했다.

주택구입자금지원 사업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는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서민에게 연 5.2%의 금리로 최대 1억 원까지 융자 지원하는 사업이며, 전세자금지원 사업은 연간급여 30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 및 무주택 근로자·서민에게 2~4%의 저리로 전세자금을 융자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주택시장침체로 인해 주택구입 수요가 감소하여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 지원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구입 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인 가구를 사업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연소득 2000만 원인 가구가 대출가능 최대액인 1~1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이 가구는 월소득의 39.8~64.1%에 이르는 원리금 상환액으로 인해 가계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근로자·서민전세자금지원 사업의 경우 소득수준이 세대주 소득으로 되어 있어 세대주보다 가족구성원의 수입이 높을 경우에도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근로자·서민의 주거생활안정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무조건적인 지원책만을 마련하다보니 지원이 필요한 서민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입을 수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위해 내년 예산으로 1조5000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지원 규모 및 유형 등 기본적인 사항 외에 구체적인 사항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못해 자칫 예산을 편성하고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할 가망성이 있다.

교과부는 이런 지적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올해 12월까지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국회의 예산안 심사 이전에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예산정책처는 권고했다.

대통령인 「장학금 규칙」 제5조 제3호에 따르면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은 지급대상자의 70% 이상이 자연과학 및 기술 전공자일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예산정책처는 장학금 수혜자의 재능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성적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장학금 수혜자의 70% 이상이 이공계 전공자로 구성되도록 세부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가뜩이나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하는 학생이 줄어들면서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이공계 및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만을 강조할 경우 인문·사회분야의 학문이 위축될 수 있음도 고려되어야 한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