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측근 조현오 경찰청장 ‘해파리 청장’ 비아냥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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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찰관이 조폭 앞에서 왜 위축되느냐” 강도 높은 질책
조 청장 강경 방침 표명에 내부 불만 고조…“꼬리자르기” 비난


지난달 21일 심야에 벌어진 인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발생한 조폭들 간 칼부림 난투극은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허위 축소보고’도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경찰청은 인천지방경찰청 지휘부와 경찰청 수사 보고라인에 대해서도 감찰조사를 벌였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인천 조폭 난투극에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경찰 내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고강도 감찰과 징계를 단행했다. 이에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책임자는 “조폭 앞에 결코 비굴하지 않았다”며 “나와 우리 팀원들은 목숨을 걸었다”고 항변에 나섰다. 경찰 내부에서도 조 청장을 해임과 파면을 남발한다는 뜻으로 ‘해파리’ ‘조파면’ 으로 부르는 등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졌다. 이번 사건으로 조 청장의 ‘강성 리더십’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조 청장은 “모든 책임은 청장이 진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 불만은 잦아들지 않아 오히려 역풍이 부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신간석파 조직원이 신간석파에서 크라운파로 소속을 바꾼 조직원을 흉기로 질러 중상을 입혔다.

경찰은 “100여 명의 조폭들이 장례식장 앞에 모여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서도 40여 분이 지나서야 강력팀 형사 5명과 기동타격대, 방범순찰대 등 70여 명을 출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장례식장 앞에 몰려 든 조폭들을 분리·해산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간석파 조직원 김모(34)씨는 70여 명의 경찰과 경찰차가 배치된 상황에서도 크라운파 조직원 이모(34)씨의 왼쪽 어깨와 허벅지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지만 조폭이 경찰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에서 칼부림을 벌였다는 데서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인천 장례식장 앞 조폭 칼부림 난투극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자 수사본부를 꾸려 인천 조직폭력배 난투극 관련자들을 전원 검거하고 연말까지 전국 조직폭력배들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도 총기사용을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등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해 지방경찰청들의 조폭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 달 25일 오후 부산 도심에서 조직폭력배 수십 명이 모여 위압감을 조성하고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었다. 또 같은달 26일 부산지방경찰청은 호텔 운영권을 강탈하기 위해 시설을 점거한 채 행패를 부리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폭력배 등 3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부산청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폭력조직 추종자인지도 불분명한 이들을 묶는 등 실적을 부풀려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샀다.

조 청장 발언에 들끓는 경찰

인천 조폭 난투극 등을 놓고 경찰 내부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조폭난투극이 경찰내부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조 청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까지 조폭과 전쟁을 할 것”이라며 “총을 쏴서라도 조폭을 제압할 것”이라고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또 “현장 경찰관이 조폭 앞에서 왜 위축되느냐”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조 청장은 이번 인천 장례식장 난투극 사건을 축소 보고한 책임을 물어 경찰 지휘부에 대해 중징계했다. 이는 형사소송법 시행령 논의 와중에 불미스런 사건이 빚어지자 신속·강력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선 경찰관들은 조 청장의 ‘강성 리더십’에 반기를 들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최종 책임자인 본인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아랫사람’에게만 관련 책임을 지워 징계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 조 청장의 강경 방침 표명에 내부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 청장은 무슨 일만 생기면 부하 직원을 해임하거 파면하는 등 꼬리를 자른다는 의미로 ‘해파리’,‘조파면’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 같은 별명은 일선 경찰관들의 들끓는 불만을 표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찰 내부 반발을 의식한듯 조 청장은 지난달 26일 전 경찰에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조직의 수장으로서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냐”며 “경찰과 관련한 모든 잘못은 궁극적으로 청장에게 있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해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극소수로 추정되는 그릇된 경찰관이 10만 경찰의 명예를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 어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신상필벌을 명확히 할 것”이라며 강경 방침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 청장은 또 “서울청장 재임 때 파면·해임이 전년 동기 대비 67%, 경찰청장 부임 후에는 35% 감소했다”고 강조하며 징계·인사 조치가 가혹하다는 비판론에 정면 반박했다.

내부 반발이 계속 고조되자 조 청장은 지난달 27일 강남경찰서를 찾아 일선 형사들을 격려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 청장은 “경찰에서 일어나는 모든 크고 작은 일의 책임은 경찰청장에게 있다”며 “모든 잘못이 잘못됐다면 책임은 경찰청장이 최종적이고 궁극적으로 제도와 원칙에 따라 지겠다”고 말했다.

“조폭 앞에서 비굴하지 않았다”

조 청장이 내부 여론을 돌리기 위해 서한을 보내고 일선 경찰서도 찾았지만 경찰 내부여론 전환은 불투명하다. 지난달 27일 인천 남동서 소속 경찰관은 경찰 내부 게시판에 조 청장의 “현장 경찰관이 조폭 앞에서 왜 위축되느냐”는 발언에 대해 “우리 형사 5명은 화단 위에서 피의자를 제압하면서 그들과 대치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 저와 우리팀원들은 목숨을 걸었다”며 “우리는 조폭 앞에서 결단코 비굴하지도 않았고 벌벌 떨지도 않았다. 진실은 밝혀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조 청장 책임론과 함께 조 청장이 조직 장악력 강화를 위해 인사조치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조 청장이 “조폭에겐 인권이 없다”면서 적극적 권총 사용을 지시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청장이 ‘총기 적극 사용’ 지시를 내린 것은 지난 5월 난우파출소 취객 난동 사건과 8월 총기 사용 매뉴얼 논란 등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이 같은 지시에 일선 경찰은 까다로운 총기 사용 규정 때문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의 ‘조직 폭력 수사 매뉴얼’도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나와 있지 않아 ‘과잉 대응’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들도 총기 오남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시하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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