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내에 있는 기존 영빈관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영빈관을 성북동에 위치한 삼청각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내에 있는 기존 영빈관이 장소가 좁아 해외의 국빈 방한시 적지 않은 불편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이유다.사실 영빈관의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기간 때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탄핵 기간 중 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북악산 등반시 출입기자들이 영빈관이 좁아 불편하다고 의견을 제시하자 노 대통령이 “삼청각을 영빈관으로 사용하면 어떻겠느냐”고 답하면서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경호상의 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노 대통령의 이전 의견은 이후 김우식 비서실장에게 직접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청와대 직원과 출입기자들은 그간 “현재의 청와대 영빈관이 내부가 좁고 관련시설도 부족해 국가 위상을 감안해 이전을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해외 국빈을 영접하는데도 많은 문제점이 있기에 별도의 공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내비쳤다.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조어대 정도는 아니더라도 해외 정상의 방한시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국가 체면과 위상을 감안해 부끄럽지 않은 시설과 규모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영빈관 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후보지로 삼청각이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규모와 시설면에서도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즉 삼청각이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빈 방한시 만찬이나 민속공연, 숙박 등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내용이다.

한편 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삼청각이 개인 소유가 아닌 서울시 소유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영빈관 이전 요청에 대해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즉 청와대는 영빈관의 삼청각 이전이 시설과 규모면에서 만족할만 하며 행정적 절차상에도 서울시의 무리없는 협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재 사용되고 있는 영빈관은 청와대 부속건물로 1978년에 준공됐으며, 국빈 방한시 민속공연과 만찬이 이뤄지는 행사장과 연회를 위한 장소로서 1층은 접견장으로, 2층은 만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영빈관 이전지로 거론되고 있는 삼청각은 한국 요정정치의 대표적인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전통문화 공연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삼청각은 1972년 건립 이후 70,80년대 요정정치의 산실로 대표되던 곳이다. 주로 여야 고위 정치인들의 회동과 비밀스런 만남이 이뤄졌던 곳으로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시에는 만찬 장소와 막후 회담장소로 이용됐으며, 한일회담 막후 협상장소로도 이용됐다. 그러나 80년대 손님이 줄어 1990년대 중반 이름을 예향으로 바꾸고 일반음식점으로 변화를 기했으나, 이 역시 경영난 악화로 1999년 12월 문을 닫았다. 1999년 말 삼청각의 건물과 부지를 인수한 (주)화엄건설이 빌라 건축을 목적으로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건축허가 결정이 유보됐다.

그러다 지난 2000년 5월 서울시가 삼청각 부지와 건물을 도시계획시설상 문화시설로 지정했고, 리모델링 공사를 끝낸 후 2001년 10월 전통문화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삼청각은 서울시에서 인수하고 세종문화회관이 운영을 맡는 형식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특히 삼청각이 문화시설로 지정돼 공연장, 박물관 등의 용도 이외의 사용이 제한돼 있음에도 외국인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해 한때 요정문화의 부활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삼청각 규모는 대지 5,884평에 연건평 1,331평이며 6채의 한옥으로 구성돼 있다. 한옥의 건물은 원래의 이름을 그대로 살려 보존돼 있으며, 공연장, 한식당, 찻집, 객실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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