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100억 vs 300억 블록버스터 등장

CJ 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치열한 경쟁이 올해도 이어진다. 8월 100억원을 들여 제작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재현한 ‘화려한 휴가’와 우리나라 100% 기술로 만든 화려한 SF 영화인 ‘디 워’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최근 헐리우드 영화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우리나라 영화. 그러나 초대형작인 두 영화의 개봉으로 휴면기에 들어갔던 우리 영화에 활력소가 되어줄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려한 휴가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이다. 열흘 동안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광주항쟁에 대한 영화가 직접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이 처음이기에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5·18 당시 광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광주시 북구 오룡동 첨단과학산업단지 1만 7000여평 부지에 5개월 동안 30억원을 들여 대규모 세트를 완성 전남도청·상무관·분수대·시계탑·전일빌딩·와이엠시에이 등을 80%로 축소해 고스란히 되살렸다.


광주에 1700명 엑스트라 동원

현장감을 더하려고 지적도·설계도·사진을 대조하며 건물 외양에서 간판 글씨까지 꼼꼼하게 복원했다. 계엄군과 시민군의 도청 앞 대치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17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했고 포니택시를 이집트에서 역수입, 택시, 장갑차, 무장트럭 등의 군사용 차량 동원, 80년대 의상을 위해 1000벌 제작, 중국에서 1만벌 공수했다.

디 워는 제작기간 3년, 총 제작비 700억원, 엑스트라 2만4800명이 투입된 우리나라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에서 1500개 스크린에 걸린다. 이전 최다 스크린 개봉작인 ‘괴물’의 100여개보다 15배 이상 많다. 삽입된 컴퓨터 그래픽 수만도 3800컷이다. 규모나 제작기간 등 국내 영화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다.

이처럼 제작비와 규모 등에서 화려한 휴가와 디 워는 하반기 국내영화시장에서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우리나라 전설적인 이무기를 소재로 삼았다는 것도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개봉관수도 각각 500여개, 개봉시기도 지난 25일, 8월 2일로 8일차다. 화려한 휴가와 디 워 후반기 국내 영화시장에서 승자는 어떤 영화가 될 것인지 관객들의 눈이 즐거워질 예정이다.

CJ 와 쇼박스의 뜨거운 자존심 대결도 볼거리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투자, 배급, 제작을 모두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그러나 매년 양 사는 국내 시장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5년은 쇼박스의 대승리라면 2006년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CJ의 기사회생으로 양사가 절반의 승리를 차지했다.

2005년의 경우 CJ는 150억원을 투자한 ‘태풍’이 흥행참패를 기록한 반면 쇼박스는 ‘말아톤’ 500만, ‘웰컴투 동막골’이 800만 관중몰이에 성공했다. 2006년의 경우 CJ가 ‘타짜’와 ‘투사부일체’의 600만 관중 몰이에 성공했으나 100억원을 투자한 ‘중천’이 흥행실패를 기록해 아픔을 맛봐야 했다. 반면 쇼박스의 경우 ‘괴물’로 한국영화사상 1300만, ‘미녀는 괴로워’로 600만 관객 몰이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컴퓨터그래픽 3800컷의 이무기

그러나 올해는 ‘1번가의 기적’과 ‘그 놈 목소리’의 CJ가 약간의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화려한 휴가와 디 워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맞이하게 됐다. CJ 와 쇼박스, 광주와 공룡의 한판 승부에 8월 극장가가 뜨겁게 달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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