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희팔 사건…불법 투자금 7000억 모아 ‘돌려막기’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대형 사기스캔들이 또 터졌다.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회자될 만큼 큰 이슈다. 사측이 복수의 일간지를 통해 ‘투자자 안심광고’를 게재하며 피해축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지만 그 신용도에 말들이 많다.

또한 투자과정에서 모인 돈의 일부를 친노인사로 꼽히는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이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정권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이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는 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일요서울]은 논란이 되고 있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형사기스캔들 전모를 파헤쳐본다.

불법·유사수신 ‘논란’…대표 ‘연봉 10억 원에 호화생활’
김창호 前홍보처장 긴급체포…친노 정권게이트로 번지나

지난 1일 복수의 중앙일간지 하단에는 한 회사의 사과광고가 게재됐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국민 여러분께 진심어린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들은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를 믿고 지켜봐주시는 투자자들과 광고와 탄원서 등으로 응원해 주시는 피투자기업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단 한 분의 피해사례도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법적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하루 뒤에는 이 회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김창호 전 홍보처장의 수사소식이 알려졌다. 이어 김 처장이 ‘긴급체포’됐다는 보도가 주를 이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2010년 경기 성남시장 선거, 2012년 국회의원 선거(성남 분당갑), 지난해 경기도지사 경선 등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회사 직원의 계좌 등을 통해 김 전 처장에게 수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달 26일에는 경기 성남시의 김 전 처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지난 2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 대표에게서 받은 돈이) 불법 자금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몰랐다.

제가 알 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대한민국 굴지의 싱크탱크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며 정치자금 성격으로 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또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선 “내 강의를 경청하고 배우려는 후배”라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하다 친분을 쌓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처장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수법은

사태가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전모는 밝혀지지 않은 채 호사가들 사이에서만 거론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확산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회사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방식의 투자로 주목받아온 밸류인베스트코리아다. 이 회사는 2011년 9월부터 영업직원들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투자 자금을 끌어모았다. 사회선후배로 만난 이철 대표와 범모 경영지원부문 부사장, 영업부문 박모 부사장은 ‘미래 가치가 있는 비상장 주식회사에 투자하기 때문에 상장되는 순간 고수익을 낼 수 있다’거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나 부동산 개발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들의 돈을 모았다. 

특히 이들이 2012년 11월부터 모집한 1580억 여원은 인·허가 없이 원금과 수익을 보장한다는 홍보문구를 내걸고 끌어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확정 수익’이라는 표현을 배제하고, ‘확정 수익 추구’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전국 5개 영업본부를 두고 3000여 명의 영업원들을 영입해  투자금 모집 실적에 따라 팀장·수석팀장·지점장·본부장·영업부문장 순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이 회사는 자금이 모이면 대표이사와 영업사원들이 운영자금 명목으로 20%를 떼어갔다. 나머지 80%로 투자자들의 원금 이외에 추가 수익까지 보장해야 했다. 적어도 매년 20%의 투자 수익을 내야 원금이 보장되는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수익을 내야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분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세상의 그 어떤 투자전문가도 매년 20%의 고수익을 낼 방법은 없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도 19.7%다.
약속한 금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만큼 수익이 나지 않자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을 끌어다 지급해 사업을 이어왔다. 이들이 돌려막기에 쓴 돈은 2000억 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밝혔다.

안심광고 ‘논란’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성과를 냈다며 종목들을 이니셜로 처리해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투자금액이 얼마인지는 전혀 공개가 되지 않아 실제 얼마 만큼의 수익을 냈는지 알 수 없다. 신라젠, 얍컴퍼니, 블루사이드, 뉴라텍 등의 기업에 자금을 투자했다고 밝힌 상태다.
일부 종편과 신문도 새로운 방식의 투자회사로 이 회사를 칭송 했다. 이철 대표는 서태지 컴백 공연에 투자를 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꽤 이름있는 회사들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피투자자로 알려졌고 이들은 신문 광고를 통해 벨류인베스트코리아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부의 금융제도 보완을 호소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문정아중국어연구소, 미디어허브, 더블유비엠, 포켓모바일등 제법 알려진 회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가장 큰 문제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칭한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투자원금을 보장하고, 수익을 보장한다’는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이라며 “어느 대부업체도 투자원금을 보장한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정부의 인가없이 개미투자자들에게 7000억 원을 불법유치해 돌려막기를 해왔으며, 이 모 대표가 10억 원의 연봉을 받아 외제차를 구입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며 투자사기 혐의로 조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을 악용해 고수익을 미끼로 서민 투자자를 유혹하는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 사기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금을 모으고 신규 투자자에게 기존의 투자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식의 행태를 보인다.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찰스 폰지가 행했던 수법이라 하여 폰지사기라고도 부른다. 이 분야의 전설로 남은 조희팔사기사건이 대표적이다. 조희팔은 대구를 중심으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의료기기 재임대 사업으로 사람들을 꾀었는데 사건의 피해자가 3만 명, 금액이 무려 4조 원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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