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최종석·진영욱 부정 적발…관련 규정까지 손보는 치밀함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역임한 3인에 대한 고발장을 [일요서울]이 입수했다. 이 고발장은 경제단체와 정의당이 작성한 것으로 안홍철·최종석·진영욱 전 사장을 상대로 하고 있다.

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수됐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책임추궁으로 공기업 수장들의 해묵은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퇴직금 등 7천만 원 받으려 징계 받기 전 사퇴
공기업 수장 비리에 대한 공분…검찰수사 촉구

소장에 따르면 안홍철 전 사장은 ▲제3자 뇌물공여죄 ▲뇌물수수죄 ▲업무상 배임혐의로 최종석 및 진영욱 전 사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업무상 배임)혐의로 각각 고발됐다.


안 전 사장은 장녀가 재직중인 회사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관여한 사실이 감사원 결과로 드러나면서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한국투자공사의 절대수익펀드 위탁운용사로 최종 선정된 A사(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채권형 펀드 운용사)에는 장녀가 펀드 가격설정 담당자로 2011년부터 재직중이었고 임직원들 사이에는 이런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사장은 위탁운용사 선정기간이던 2015년 1월께 본인이 직접 A사 본사를 방문해 절대수익펀드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담당부서로부터 장녀가 포함된 절대수익펀드 진행상황 등을 보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안 전 사장은 투자실무위원이 아니면서도 장녀가 포함된 투자실무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3자가 아닌 본인이 직접 제공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안 전 사장은 투자대상으로 검토 중인 K사와 I사로부터 총 3400만 원에 호가하는 호텔 스위트룸 등 과도한 편의를 제공받고 투자대상으로 결정한 사실도 소장에 적시돼 있다. 안 전 사장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 9월까지 투자 자산 현장방문 및 투자기회 발굴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및 프랑스 파리 출장이 종종 있었다.

이때마다 투자검토 대상인 K사와 I사로부터 만남 장소에 대한 회신을 받았는데 이곳이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11번째로 비싼 스위트룸(2014년 기준 1박 2100만 원)으로 유명한데도 거절하지 않았고 98만 원만  지불해 차액인 2000만 원 상당의 과도한 편의를 제공받았다. 나아가 편의를 제공받은 다음 날 양사 간 기밀유지 협약서를 체결함으로써 파리 호텔에 대한 투자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5월에는 홍콩출장을 가면서 I사 호텔의 일반 객실 (26만 원)로 예약한 후 프레지던셀 스위트룸(1박 1469만 원)을 제공받아 차액인 1400만 원의 과도한 편의를 제공받았다.

한 달 뒤 안 전 사장은 I사 투자 심의, 의결을 위해 개최된 투자위원회를 위원장 자격으로 주재, I사에 4.8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다. 이는 형법상 공무원에게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향응 등을 직무관련자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질타의 대상이 된다. 

또한 자격요건이 없는 측근에게 전세보증금과 비서, 차량, 운전기사를 제공하는 등 과도한 특혜를 주는가 하면 부당하게 인사를 운영하고 관련 규정까지 수정하면서 출장비를 과다하게 지출, 한국투자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인 한국투자공사의 수장으로서 절대 저질러서는 안될 행위임에도 거침없었다. 

진영욱·최종석 전 사장에 대해서도 부실한 경영으로 인한 특경법 위반 혐의로 고발이 진행됐다. 두 전직 사장은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위탁자산운용 규정을 위반해 직접투자를 강행,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부실 검토 및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7건 모두 손실(2015년 6월 기준 5.95억 달러(투자대비 56.5% 손실) 한화 약 7000억 원의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감지하였고, 예고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수를 둔만큼 그 책임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장으로서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한 기업의 손해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손해로 귀결되는 만큼 법과 절차마저 무시한 채 한국투자공사를 운영한 피고발인들에 대한 절처한 조사로 책임을 엄중히 물어줄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 전 사장은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하다가 감사원의 해임건의를 앞두고 도망치듯 사퇴함으로써 징계를 피하고 퇴직금 전액을 수령하고자 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정부 낙하산 책임론

안 전 사장은 실제로 지난 11월 6일 돌연 사퇴했다. 임기 1년을 앞둔 상황이었다.
문제는 한국투자공사의 퇴직금 규정엔 업무와 관련,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징계면직된 경우 퇴직금의 절반을 감액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안 전 사장은 징계를 받기 전 사퇴해 퇴직금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정부 보유 외환 등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는 공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안 전 사장은 공기업 관련 규정에 근거해 임원 재직기간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안 전 사장의 퇴직금은 성과급 등을 포함 2013∼2014년분 약 3000만 원, 올해 약 40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안 전 사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투자업무 등과 관련한 여러 문제 행위가 적발됐지만 징계면직 전에 사직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중점이다.
다만 한국투자공사는 안 전 사장에게 아직 퇴직금을 지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의당은 앞서 감사원 감사를 통해 투자공사의 총체적 부실은 물론 안 전 사장의 전횡이 드러난 것에 대해 그를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국회가 요구한 7개 감사사항을 중심으로 실시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투자공사는 총 26개의 문제점이 밝혀지는 등 투자·운영상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며 “그 중에는 안 전 사장의 투자절차 위반과 출장비 과다지출, 통화바스켓 수익률의 적정성 문제 등 그간 박원석 의원이 제기한 대부분의 문제점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안 전 사장은 자신의 딸이 재직 중인 외국 운용사에 투자·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빈번히 투자절차를 위반했고 장관보다도 많은 출장비를 지출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고 말한 뒤 “따라서 안홍철 전 사장은 자진사퇴할 것이 아니라 해임돼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그럼에도 감사결과 직전 자진사퇴한 것은 ‘꼼수 사퇴’에 불과하다”며 “부적절한 인사를 공공기관인 한국투자공사의 사장으로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도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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