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안철수계 인사 등 합류 “안철수와 교감 중!”

안철수계 송호창·문병호, 비주류 최원식·강창일·황주홍 등 20여 명
문재인 ‘비주류 나가라’ 선전포고에 비주류 “나가려면 文이 나가야”
매주 월요일 장소 바꿔가며 회동…비상연락망 통해 수시 연락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혁신전대’를 요구했던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는 문재인 대표가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내자 “문 대표가 비주류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마디로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비주류에서는 탈당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고, 일부에선 ‘비주류 탈당 명단 리스트’까지 나돌아 분당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문 대표로 총선을 치르게 되면 승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비주류의 ‘반문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비주류와 안철수계 인사들이 이른바 ‘분당모임’을 만들어 매주 회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임은 “문재인 사퇴” 의견을 계속적으로 내비쳤고, 비주류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비서실장이었던 문병호 의원, 안철수계 송호창 의원도 이 모임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비주류와 안철수 간의 교감’ 하에 집단탈당 등의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당모임’ 그 실체를 따라가 봤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면서 야당 내 친노 주류 vs 비주류 비노계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탈당, 분당 등 다양한 얘기가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한 당직자는 “당내 분당모임이 존재한다”며 “호남 비주류 의원들이 다수로 초기 참석자는 8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일요서울] 취재 과정에서도 ‘분당모임’이 실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분당모임’이라는 지칭하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문재인을 흔드는 세력’으로 지칭될 수밖에 없다는 게 야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비주류 B의원 탈당 ‘권유’
안철수와 함께 집단행동

일명 ‘분당모임’으로 지칭되는 이 모임은 지난달 18일 한차례 모임을 갖기도 했다. 밤늦은 시간에 긴급하게 서로 연락을 취해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현역 의원 8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전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을 비롯해 최원식· 김동철·장병완·김영환·유성엽·황주홍·노웅래 의원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임의 성격은 비주류와 안철수계 인사들이 모여, 비주류의 향후 행보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자리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새정치민주연합 내에 돌아다니는 ‘탈당 예상 의원 리스트’에 포함된 일부 인사들도 ‘분당모임’에 활동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분당모임’이라고 할 수 없다. 문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친노 주류에서 ‘분당모임’이라는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분당모임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다만 “문재인-안철수 ‘핑퐁게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안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임은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제안한 것에 대해 향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놓고 의견 조율을 하는 자리였다.

이 모임의 멤버인 한 의원은 “비주류인 안 의원은 들어오라고 하면서, 또 다른 비주류 의원들에게 맹공을 펴는 것은 뭐냐”며 “이중적인 제스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 보고 내 옆에 서라는 것인데, 진정성 없는 제안으로 진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특히 이들은 줄곧 ‘문 대표가 기본적으로 사퇴의사가 없다’,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는 것’, ‘인하무인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문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모임 소속 의원들도 이심전심으로 향후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따라 자신들도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는 후문이다.

‘분당모임’은 매우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회동을 가진다고 한다. 긴급한 사항이 있을 경우 비상연락망을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해 모임을 갖는 등 적극적으로 ‘반문’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표가 지난달 18일 광주 조선대 특강에서 “저를 흔드는, 그래서 끊임없이 당을 분란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런 분들도 다들 아시겠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들을 지칭한 것 아니냐는 게 야권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모임에 활동하고 있는 한 의원은 “문 대표가 조선대 특강에서 흔드는 세력으로 우리를 지칭했다. 그러나 당을 흔드는 세력이 아니라 당을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말하고, 서로 의견수렴을 하는 모임”이라며 “여기에는 안철수계 인사는 송호창 의원을 비롯해 강창일 의원, 민집모 일부 의원 등 친노를 제외한 다양한 계파 의원 20여 명이 서로 연락을 취하며 매주 월요일 장소를 바꿔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임은 안철수 의원과도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서로 ‘핫’라인을 형성, 서로 교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당모임에 활동하고 있는 A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과 서로 교감 하에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회동 당시 안 의원이 참석하려 했으나 몸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향후 안 의원 측과 교감하며 ‘탈당’ 여부 등 다양한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분당모임’ 소속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 모임 멤버로 활동하는 B의원의 경우 ‘탈당’을 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야당 내 여러 의원들을 접촉 ‘탈당’ 의사를 조율하고 있다”면서도 “탈당 및 당내 투쟁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탈당’보다는 당내 투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을 나가려면 문 대표가 나가야지 우리가 왜 나가느냐”고 격앙된 말을 하기도 했다.

비주류 소속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의 결단에 따라 ‘탈당’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안 의원의 결정이 최대 변수”라며 “안 의원도 극단적인 경우 탈당을 고려할 수 있다.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고, 20여 명의 인사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 의원이 탈당을 결심하면 비주류 및 안철수계 인사 등 분당모임 멤버들이 ‘집단탈당’을 할 수도 있다.

이는 문 대표를 압박할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로서는 ‘당내 투쟁’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을 수용함에 따라 탈당을 하기에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비주류 ‘안철수’ 지원
문재인 사퇴 맞춤형 카드

상황이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김한길-안철수 합당’이후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안 의원이 대권구도의 뒤안길로 떠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당내 세가 없었던 안 의원이 비주류의 수장으로 떠오르면서 안철수도 다시 한번 힘을 얻는 분위기다.

특히 그의 이러한 입지는 ‘문재인 사퇴론’의 논란 속에 재잉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최근 비주류 내부에서는 문 대표가 선거에서 패배할 당시만 해도 ‘박지원 비대위원장’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지금은 박 전 원내대표보다는 안 의원에게 적극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즉 안 의원의 부상은 비박계의 ‘문재인 사퇴론’ 맞춤형 카드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야권은 내년 총선에서 73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해 있다. 박주선, 천정배 의원 등은 신당 창당을 선언한 상태다. 야권의 반문세력이 ‘문재인호’를 버릴 때 이들과 힘을 합칠 명분을 마련해둔 셈이다.

실제로 박주선 의원은 지난 2일 안 의원을 만나 ‘신당합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문재인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문 대표가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비주류 인사들과 함께 대거 탈당할 수 도 있다고 엄포를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야권 일각에서는 탈당 후 천정배, 박주선 신당 등에 합류하는 것보다는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안철수-천정배-박주선 ‘통합’ 방안이 은연중 나돌고 있다. 안 의원으로서도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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