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이미지 훼손하고 문재인 ‘끌어내리기’

노영민, 문재인 ‘핵심측근’으로 문지기 모임 결성하기도
시집 판매 의혹 제보 비주류 A의원실 거론…실명 나돌아
손해볼 것 없는 비주류…“하위 20% 물갈이” 친노도 포함돼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나? 노영민 의원 측 “다른 의원실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야권 내 권력투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vs 안철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 내에선 ‘노영민 시집 판매 파문’으로 쑥대밭이 됐다. 노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을 사퇴했지만 그 후폭풍은 거세다. 당내 당무감사는 물론 검찰조사까지 받게 됐다. 야권에서는 이번 노 의원의 시집 판매 폭로와 관련해 ‘비주류 작품’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른바 비주류 기획설’. 문재인 대표가 내세운 ‘하위 20% 공천 물갈이론’에 비주류가 강하게 반발, 문 대표 측근들의 치부를 드러내고자 하는 비주류의 의도와 친문 인사들도 공천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계산 하에 폭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안팎에선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잖다. 이미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내며 이들에 대한 조치도 취했기 때문이다. 몇몇 의원들은 “73석보다 더 적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노영민 시집 판매 논란’, 그 이면을 들춰봤다.

얼마 전 국회에선 문재인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노영민 의원과 관련된 의혹이 뉴스타파를 통해 제기됐다. 노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에서 시집 ‘하늘 아래 딱 한송이’ 출판기념회를 진행한 뒤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사용하고 반납하지 않은 카드단말기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놓고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산자위 산하 기관에서 시집을 판매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노 의원은 “이번 저의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는 이번 일을 마음 깊이 새기고 반성하며, 이에 책임을 지고 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가장 우선적으로 헤아려 행동할 것을 다짐하고 약속드린다”며 “다시 한번 저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당과 국민에게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당무감사원은 노 의원 관련 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에서도 수사를 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정인봉 전 의원이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노영민 시집 판매 통해
文 ‘사퇴’ 압박 카드로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따르는 민주평화연대(민평련)계 출신인 노 의원은 친문 내에서도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지난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친문재인 성향’으로 분류되며, 비노 진영으로부터 문 대표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특히 당선 당시 캠프에 참여한 의원들과 문지기라는 모임을 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2·8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문 대표 측근 그룹 중 좌장 격으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노 의원의 시집 판매 논란이 불거지면서 야당 내에서는 수많은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비주류 기획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주류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노 의원의 시집 판매 의혹을 언론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야권 의원실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비주류 의원실에서 제보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일부에선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뉴스타파 보도를 살펴보면 “저희 당의 노영민 의원 관련해서 출판기념회 취재한다는 내용을 들었는데 맞을까요?”라는 내용부터 시작해 ‘석탄공사 내부 자료’, ‘기관들의 구매 내역’ 등의 내용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비주류가 노 의원의 시집 판매 의혹 제기를 통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문 대표가 조선대 특강에서 발언한 것들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잖다. 문 대표는 “저를 흔드는, 끊임없이 우리 당을 분란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런 분들도, 실제로는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인해 비주류는 ‘공천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치부되자 비주류에서 충격요법을 사용, 문 대표를 견제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김상곤 혁신위가 내놓은 ‘하위 20% 공천물갈이’에 친노세력도 포함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는 ‘하위 20% 공천물갈이’에 비주류 인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얘기와 맞닿아 있다. 더구나 혁신 대상은 ‘친노’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들은 노 의원의 시집 판매 파문과 관련해 비주류가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노 의원 시집 판매 의혹이 불거지기 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야권 한 인사는 “노 의원 시집 판매 의혹이 불거진 것은 문 대표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측근들의 부도덕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노 의원에 대한 공천을 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문 대표 측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상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제시한 ‘혁신 전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 노 의원의 시집 판매 의혹은 측근 ‘상처’ 내기로 끝이 난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文 공천 배제 거론
문재인 정면돌파로 대응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대표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3일 “당 기강과 윤리를 바로 세우겠다”며 “이른바 친노든 친문이든 비주류든 예외 없이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더구나 안철수 의원의 10대 혁신안을 문 대표가 전격 수용하면서 비주류뿐 아니라 문 대표 측근들도 ‘물갈이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비주류에선 문 대표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문 대표의 측근들에 대한 의혹뿐 아니라 문 대표도 ‘공천탈락’ 대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이 지난 2일 올린 초선일지 ‘하위 20%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문재인 대표’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황 의원은 “혁신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 평가 방식과 기준은 의정활동·공약이행 평가(35%), 선거기여도 평가(10%), 지역구 활동 평가(10%), 다면평가(10%), 여론 조사(35%)인데, 이 기준대로면 문 대표야 말로 하위 20%”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표의 본회의 출석률과 상임위 출석률은 70%대, 60%대로 최하위권이며, 법안을 고작 4건 대표발의해서 완전 꼴찌 수준”이라며 “선거기여도(10%)는 자기 지역구에서 출마한 당 후보들의 당선율을 말하는데 문 의원은 15명의 후보를 출마시켰고, 그 중 9명이 낙선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역구 활동의 경우 당 지도부의 핵심으로서 열세지역인 부산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투항을 했고, 이는 사실상 지역구 활동을 내팽개쳐버린 것”이라고 피력했다. 각종 의혹이 제기된 측근들 뿐 아니라 문 대표도 ‘혁신대상자’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 사퇴론을 외치고 난 뒤 친노 이미지 훼손을 통해 노 의원의 시집 판매 의혹을 비주류에서 제기, 문 대표를 끌어내리려 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비주류 제안을 거절하면서 당 내홍을 갈수록 깊어져만 가고 있다.

특히 양측 간 폭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노 의원 측에서 “다른 의원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폭로하는 등 비주류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을 제기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 사이에 사활을 건 ‘폭로전’이 벌어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야권 내에서는 “이러다 다 망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3석조차도 건지기 힘들다는 인식과 함께 차라리 하루 빨리 분당되어 각자도생할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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